트럼프 ‘입국금지령’ 우려
“유학생들 빨리 돌아오라”
복귀 권고 대학들 급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20일 집권 2기를 시작하는 가운데,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취임식 전 캠퍼스로 돌아올 것을 권고하는 미국 대학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방문을 고심하는 한인 유학생들도 많아지고 있다.
대학들의 권고는 겨울방학 기간 고국을 방문한 유학생들이 미국에 재입국하지 못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 때처럼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입국 금지령을 내릴 가능성이 크고, 강경 이민정책 기조 아래 예상치 못한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길 것 등을 우려해서다.
최근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의 학생 및 교환 방문자 관리시스템(SEVIS) 통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미 전국의 한인 유학생은 4만7,927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전보다는 줄어든 숫자지만, 국가별로 중국, 인도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여전히 미국내 주요 유학생 그룹 중 하나다. 주별로 캘리포니아에 가장 많았는데 지난달 기준 8,716명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1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버드대, USC, 코넬대, 매사추세츠 주립대 애머스트 캠퍼스, MIT, 펜실베니아대, 웨슬리언대 등 많은 대학이 유학생들에게 조기 입국 권고를 내리고 있다. 하버드대는 유학생을 위한 웹사이트에 “학기 시작 전, 마틴 루터 킹 기념일(매년 1월 세 번째 월요일·2025년은 1월 20일)에 앞서서 시간을 확보하라”고 했다.
USC는 유학생들에게 겨울방학이 끝나는 12일까지는 미국 복귀를 당부하며 여행시 재입국 서류를 항상 소지할 것을 강조하고 USC 로스쿨 이민 클리닉이 LA국제공항(LAX)과 같은 입국장에서 억류될 수 있는 유학생들에게 법률 자문을 제공할 것을 안내했다.
코넬대 글로벌 러닝 사무국은 지난달 말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미국) 입국 금지령은 취임식 직후 발효될 가능성이 크다”며 1월21일 봄 학기 수업 시작 전에 돌아올 것을 조언했다. 코넬대는 특히 키르기스스탄, 나이지리아, 미얀마, 수단, 탄자니아, 이란, 리비아, 북한, 시리아, 베네수엘라, 예멘, 소말리아 등을 입국 금지 대상 국가로 지목했으며, “중국과 인도가 이 목록에 추가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은 이러한 입국 금지 대상 국가에는 포함되지 않은 상태지만, 대학들의 경고가 이어지면서 한인 유학생들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현재 한국에서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미국 정부가 한국을 여행위험 국가로 분류하는 등의 불안한 국제정세도 유학생들의 불안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보인다.
대학들은 또 모든 학생에게 입국 지연 및 (입국) 서류 처리 가능성도 대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