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삶과 생각] 떨어지는 잎들을 보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12-21 11:57:52

삶과 생각, 원공스님, 한마음선원 뉴욕지원 지원장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면서, 뛰어난 불교학자 한 분이 병으로 돌아가셨다. 넓고 깊게 아시고 성품이 소박하여 그 분의 강의를 자주 들었다. 며칠 뒤에는 총무원장을 지낸 스님이 스스로 생을 마치셨다. 안타까운 죽음이다. 우리의 삶은 사계절과 같다. 새싹이 자라서 가을이면 낙엽이 되어 떨어져 죽음이라는 겨울을 맞이한다. 그리고 또 다른 봄을 기다린다.

언제 올지 알 수 없지만, 가을이 오면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바람에 낙엽이 지는 것을 보면 세상이 무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지나간 삶은 꿈과 같다. 그러나 모든 것이 바람과 같이 빠르게 스쳐가는 무상을 느낄 때, 우리 마음에는 생명과 사랑과 진리에 대한 생각이 더 새로워진다.

옛 스님들께서는 수행을 하려면 무상을 깊게 느껴야 한다고 하셨다. 무상을 느낄 때 우리는 자기중심성(ego)에 눈이 가려 보지 못했던 사실을 보기 시작한다. 자기 생각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할 때 객관적 사실을 보려는 노력이 시작된다.

그때부터 자기 삶을 살기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몸에 갇혀있는 자기중심의 무의식적 반응의 삶은 스스로 깨어있는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자기의 삶이 되어간다. 그리고 모든 것이 무상하다는 것을 보는 마음- ‘변함없는 나’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바람 속의 먼지(Dust in the Wind)’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무상’을 참 잘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은 지나간다. 나의 모든 꿈은 눈앞에서 호기심으로 지나간다. 우리는 바람 속의 먼지이다. 집착하지 마라. 땅과 하늘 그밖에 영원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바람 속의 먼지이다.”

이 몸과 세상의 모든 것들은 바람 속의 먼지와 같이 스쳐 지나간다. 모든 것은 인연이 만나면 생기고 인연이 다하면 사라진다. 미세한 입자들이 인연 따라 모여 몸이 태어나고 늙어 죽는다. 그 먼지들이 몸이 되고 살아가게 하는 바람(힘)을 불교에서는 업(karma)이라 한다. 이 세상은 ‘바람 속의 먼지’이다.

‘모든 현상에 집착하지마라. 집착은 괴로움이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변하는 것에 집착하여 그것의 노예가 되면 그 삶은 괴로움의 바다가 된다. 땅과 하늘같은 영원한 것을 생각해야한다.

영원한 것은 모든 것을 탄생시키고 기르는 하늘과 땅과 같은 생명의 근원이다. 우리에게 그것은 모든 것을 ‘보는 마음’이다. 허공처럼 모습이 없지만 나와 세상을 지각하는 마음의 근원이다. 모든 것은 거기에서 나온다. 그것이 영원한 ‘나’다. 그것을 삶의 ‘중심’으로 삼으면 생명과 사랑과 지혜와 평화가 우리의 삶에 나타난다고 한다.

가을바람에 낙엽이 떨어질 때 무상을 느끼듯이, 인생의 가을이 오면 우리는 죽음을 생각한다. 무상은 죽음이다. 무상은 끝없는 변화의 흐름이다. 찰라 찰라의 죽음, 하루하루의 죽음, 한 해 한 해의 죽음, 나의 한 생의 죽음을 생각할 때에 나의 마음은 과거의 짐에서 가벼워진다.

미래에 대한 욕망과 두려움에서 초연해진다. 그리고 삶의 기쁨과 신비와 진실이 나타난다. 나의 몸과 세상을 ‘바람 속의 먼지’로 노래할 때에 삶의 무거운 짐이 가벼워지고, 인생을 더 참되게 사랑하게 되고, 인생의 진실한 가치를 볼 수 있게 된다. 떨어지는 잎들을 보며, 죽음에 대해서 이해하고 준비하는 삶을 생각한다.

<원공스님 한마음선원 뉴욕지원 지원장>

 

null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트럼프의 대량 추방대상

케빈 김 법무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그의 이민법 집행 계획이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벌레박사 칼럼] 카펫 비틀 벌레 퇴치법

벌레박사 썬박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집들은 카펫이 깔려 있다. 카펫에서 나오는 벌레 중 많은 질문을 하는 벌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카펫 비틀(Carpet Beetle) 이다. 카펫

[행복한 아침] 자연의 가을, 생의 가을

김정자(시인·수필가)                                       단풍 여행을 떠나자는 권면을 받곤 했는데 어느 새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섰다. 애틀랜타 가

[삶과 생각] 청춘 회억(回憶)

가을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 중에서도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간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인 것 같다. 입시를 앞 둔 몇 달, 마지막 정리를 하며 분초를 아끼며 집중했던

[데스크의 창] ‘멕시칸 없는 하루’ 현실화될까?

#지난 2004년 개봉한 ‘멕시칸 없는 하루(A Day Without a Mexican)’는 캘리포니아에서 어느 한 날 멕시칸이 일시에 사라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가상적인 혼란을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전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연일 박빙의 구도를 보였으나 결과는 이를 비웃는 듯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어 모

[뉴스칼럼] 유튜브 채널의 아동착취

가족을 소재로 한 유튜브 콘텐츠가 적지 않다. 주로 부부가 주인공이다. 유튜브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동업 관계다. 함께 제작하거나 동영상 촬영에 협력하면서 돈을 번다. 유튜브 채널이

[신앙칼럼] 차원 높은 감사(The High Level Of Gratitude, 합Hab. 3:16-1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8). 여호와, 하나님을 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뉴스칼럼] 슬기로운 연말모임 - 말조심

“아버지가 언제 그렇게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60대의 백인남성은 기가 막혀했다. LA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는 그는 부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최근 동부에 다녀왔다. 90대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언뜻 보기에 2024년 한해 동안 나라 안팎에서 치러진 선거는 팬데믹 이후의 혼란과 인플레이션에 휘말린 정치 지도자들을 한꺼번에 쓸어간 거대한 물결로 설명할 수 있을 듯 싶다. 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