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유창 목사(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존재가 사람입니다. 칼 폰 린네는 이 생각하는 존재인 호모 사피엔스를 특별히 <슬기로운 사람>이라 부릅니다. 슬기로운 사람의 생각의 특징은 점점 더 성숙해지고 완숙해지면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감사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본 시편 기자는 사람의 생각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사를 해야 비로소 진정한 감사가 됨을 깨달은 사람입니다. “내게 주신 모든 은혜를 내가 야훼께 무엇으로 보답할까?”(시116:12). 이 물음은 타인을 향한 상대적 질문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자문적인 질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심사숙고(深思熟考)와 장고(長考)의 자세입니다.
깊은 내면의 감사를 하려면 우선적인 감사는 구체성을 가진 감사입니다. 어떤 경우인지 시편 기자는 밝힙니다. “사망의 줄이 나를 두르고 스올의 고통이 내게 이르므로 내가 환난과 슬픔을 만났을 때”(시116:3)라고 실토합니다. 사람은 생사를 오가는 고비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시편 기자는 이 심각한 인생의 어려운 순간을 만났을 때에도 하나님께서 나를 불쌍히 여기셔서 긍휼의 은혜를 베푸사 그 어려운 순간을 잘 지나올 수 있었음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입니다(“주께서 내 영혼을 사망에서, 내 눈을 눈물에서, 내 발을 넘어짐에서 건지셨나이다.” 8절).
마음에 우러나오는 감사가 있어야 진정한 감사입니다. 한 두 가지 생각해보고 전광석화 같은 찰나적인 감사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 하나 요목조목 마음으로 짚어가면서 감사를 드립니다. 이것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생각이 필요합니다. 더욱이 참 마음, 즉 진정성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내게 주신 모든 은혜를 내가 야훼께 무엇으로 보답할까?”(12절) 어떤 감사를 드려야 내가 그 많은 은혜와 축복과 도우심의 하나님의 손길을 진정으로 감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올해도 어김없이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이 찾아왔습니다. 1년 중 가장 풍성하고, 행복한 절기가 추수감사절입니다. 오곡백과가 무르익고, 온 산과 들과 주변환경이 단풍으로 수를 놓아 마음이 풍요로와지는 계절입니다. 바로 이 순간에 사람이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은혜를 감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결론적으로, 구체적인 감사와 마음에 우러나오는 감사의 마지막 단계는 행동으로 실천하는 감사입니다. 시편 기자는 “야훼여 모든 백성 앞에서 나는 나의 서원을 야훼께 갚으리이다.” 사람의 결연한 생각은 구체적으로 행동으로 옮겨질 때 비로소 언행일치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것을 시편기자는 “서원(Vows)”이라 표현합니다. 서원은 “맹세로 약속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만군의 야훼가 Suzerain이 되시고 우리가 Vassal이 될 때 가능한 것입니다. 하나님을 나의 왕으로 모시고 나의 주인으로 섬기는 마음이 바로 서 있을 때, 저절로 그 마음의 도구가 되어 쓰여져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옮겨지게 되는 것입니다. 시인은 바로 이 신묘막측한 깊은 단계의 감사를 몸으로 마음으로 행동으로 옮기면서 <감사 중의 감사>를 하게 된 것입니다. <가을의 하이라이트>는 “낭만”이 아니라 “감사”입니다. 나의 존재가 이 세상에 각인되는 이 엄청난 축복 앞에서 옷깃을 여미며 돌아보는 “호모 사피엔스, 슬기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