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칼럼니스트)
해학 사극 이재현작 ‘강릉 매화전’ 정바른 연출 2회 공연이 조지아텍 대극장에서 700명 이상의 관객이 성황을 이루는 가운데 대단원의 연극이 끝났다. 뜨거운 박수로 답한 관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극장은 허전하고 허무한 적막강산으로 변했다. 각박한 이민 생활 전선에서 어떻게든 잘 살아보겠다고 하루종일 땀을 흘리다가 밤 늦게까지 연극 연습에 열중한 연기자들과 뒤 스태프들의 기나긴 시간과 노력 끝에 어렵사리 막을 연 연극이 단 한번 공연으로 끝나고 말아야 되는 현실이 얼마나 아쉽고 억울하고 허무한 일인가는 연극이라는 종합예술에 참여한 관계자들 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연기자들과 스태프들이 극장 청소를 끝내고 의상과 소도구를 챙겨 떠나는 것을 바라보면서 그들이 왜 그렇게 애처롭고 또 자랑스러운지 만감이 교차 됐다. 씁쓸하게 극장을 돌아본 후 꿈과 같이 끝난 연극을 뒤로하고 차를 달리며 인생은 연극이다. 그 때문에 남의 인생까지 대신해야 되는 연극쟁이들은 어떤 면에서는 가장 고통스러우면서도 가장 위대한 예술인들이다. 아마추어들 이지만 미국에서 무 보수로 순수하고 신선하고 참신한 연극을 무대에 올릴 수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하고 가슴이 벅찼다. 그 때문에 사업보다 연극을 위해 모든 시간을 다 바칠 수가 있었다. 한때 희망과 꿈이 연극이었던 인생을 버리고 미국 이민을 선택한 후에도 연극에 대한 미련과 꿈을 버리지 못해 연극을 위한 역경과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넘쳤던 것 같다. 그동안 연극 때문에 아내가 장사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그리고 아이들도 돌보지 못한 책임이 크다. 그래도 자기가 할 일들을 잘해주었고 나를 도와주었다. 그동안 최선을 다 해 열심히 살았지만 사실은 주위 사람들이 도와준 덕분에 힘들고 어려운 이민 생활을 헤쳐가면서 고난의 연극을 계속 연출하고 막을 올릴 수 있었다.
우연히 만난 김철(전 실험극장 단원)씨 그리고 김경식(중대 연극 영화과 졸업)씨와 허경림(전 TBS 성우) 정바른(전 국립극단 조연출)씨 등이 희생적으로 노력을 했고 또 처음 연극을 시작한 젊은 연기자들인 1.5세 문형재, 김용훈, 이창훈씨 등이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 이였다. 특히 1.5세 연기자들은 훌륭했고 열심히 연극을 했는데 각박한 이민 생활 속에서 계속 무 보수로 연극을 할 수가 없어 안타깝게도 더 이상 연극을 못 하고 포기한 경우들이 많아 너무나 가슴아프고 원망스럽다.
어찌됐든 연극이 성공리에 막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은 뒤에서 수고한 스태프들인 김동식, 김문성, 이종철, 정호영, 권홍석씨 등의 공로가 가장 컸고 적극 후원해준 주간 동남부와 언론사들 및 한인 단체들과 LUCKY TRADING(안춘완 사장)이 적극 지원해준 덕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