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철(쥬위시타워 보석줍기 회원·계속 걷고 싶어라)
이민자로 미국에 와서 사는 많은 한인들은 미국 문화와 한국 문화가 섞인 생활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집 밖에서는 미국 문화 속에 지내다가 집에서는 한국 식으로 바뀌는데 특별히 식생활에서는 두드러지게 이 두 문화를 공유하며 사는 것 같다. 낮 시간에는 포크를 사용하는 미국 음식이나 손으로 직접 먹는 패스트푸드 식사를 하고 저녁에는 집에서 젓가락을 사용하여 식사를 한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우리 음식을 먹다 보면 우리들의 조상님들은 참 지혜로우셨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막대기 두 개를 이용하여 음식을 집는 도구인 젓가락은 특별한 연구로 개발된 것도 아니고 더욱이 옛날에 사용한 도구를 발전시켜 개발 한 것도 아닌 그저 막대기 두 개일 뿐인 매우 단순한 식 도구이다.
갑자기 웬 젓가락 예찬론이냐 하겠지만 젓가락에 대하여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포크는 식사 때 음식을 찔러서 무언가를 꿰뚫어 원형을 훼손해가면서 먹지만, 젓가락은 음식을 찌르지 않고 음식물의 원형을 보존한 채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서로 결합시키거나 고리로 얽매이지 않아도 자신의 일을 잘 해낸다. 일이 끝나면 각기 흩어져 자기 스스로 존재하면 그 뿐이다. 그 둘 사이에는 무한한 공간이 있으며 하나가 사라지면 다른 것과 짝을 이루어 제 할 일을 하면 그 뿐이지 신발처럼 짝이 맞지 않아 멀쩡한 하나가 버려지는 일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자유롭고, 네가 아니면 안 된다고 울부짖을 필요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젓가락 한 짝만 가지고는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되어 있으며 그 능력 또한 엄청나게 떨어진다. 우리도 그렇다. 젓가락처럼 둘이 합쳐질 때 우리의 가정도, 공동체도 무한한 힘을 발휘할 수 있으며, 우리 모두가 합쳐졌을 때에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공통체가 빛나게 된다.
우리에게 가장 오래 남는 기억은 내가 아프거나 힘들 때 누군가 흘려준 눈물이며 따스한 손길인 이유는 한없이 약할 때 잡아준 손길이기에 결코 그 순간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이처럼 공동체도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젓가락처럼 힘을 합한다면 그 공동체가 사랑과 정성으로 가득 차 빛날 것이며 우리 자신들에게는 잊지 못할 큰 기쁨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