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뉴스칼럼] ‘신유목민’의 삶

미국뉴스 | 외부 칼럼 | 2021-09-28 08:15:37

뉴스칼럼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평생을 미국 직장에서 일해 온 김명국씨는 은퇴 후 RV를 집으로 삼아 전국을 여행하면서 노후를 보내겠다는 계획을 아주 오래전 세웠다. 미국 자산관리회사에서 컴퓨터 담당자로 일하다 65세에 회사를 나온 그는 홈 디포의 키친 디자이너로 제2의 삶을 살다 지난 2019년 78세의 나이로 마침내 은퇴했다. 그리고는 평소 꿈꿔온 은퇴 후 계획을 곧 바로 실천에 옮겼다.

 

샌버나디노의 집을 판 후 그 돈으로 가장 먼저 튼튼하고 쓸 만한 중고 RV를 구입했다. 수천 달러를 들여 차량의 안전장치를 강화한 후 팬데믹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던 2020년 2월 드디어 미 전역을 도는 대장정에 들어갔다. 2월 샌디에고에서 시작한 장정은 11월까지 무려 9개월 동안 계속됐다. 그는 이 기간 중 미 본토 49개 주 가운데 아칸소 한 곳만 제외한 48개주 모두를 돌았다. 총 운전거리는 3만7,000마일에 달했다.

 

그리고는 지난해 12월 구입한 데저트 핫 스프링스의 모빌 홈에서 겨울을 난 후 지난 4월 또 다시 대장정에 올랐다. 이 여정의 목적은 알래스카 곳곳을 훑는 것이었다. 그는 5개월 동안 총 1만3,000 마일의 여정을 무사히 마치고 9월 중순 자신의 동절기 거점인 모빌 홈으로 다시 돌아왔다.

 

김씨는 “나에게 남은 시간을 소유가 아닌 더 많은 경험으로 채우고 싶었다”고 RV 위의 삶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 전역을 돌면서 무수한 새로운 풍경,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커다란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김 씨의 경우처럼 시간의 대부분을 RV에서 보내거나 완전히 RV에서만 생활하는 미국인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런 추세는 팬데믹을 지나면서 한층 더 가속화되고 있지만 그 이전부터도 RV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이것은 RV 소유와 판매 현황에서 확인된다. RV 산업협회에 따르며 RV를 소유하고 있는 북미 가구 수는 무려 1,120만에 달한다.

 

RV 소유주들 가운데 아예 이것을 집으로 삼고 살아가는 미국인들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경제적 처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RV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들의 대부분은 본인들의 선택에 의해 자발적으로 RV족이 된 사람들이다. 그리고 김 씨처럼 은퇴생활을 즐기는 노인층 뿐 아니라 RV로 여행하고 일도 하는 젊은 층도 많다. 자발적 RV족은 오래 전에 1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1세기의 새로운 유목민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은 긱워크(단기노동 형태)를 통해 생활비와 여행경비를 충당한다. 일자리를 소개해 주는 사이트도 있고 아마존 같은 기업은 성수기 동안 RV족을 특별 모집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임시직뿐 아니라 CPA 등 전문직 일을 하는 RV족도 적지 않다. 과거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이것을 가능케 해주고 있는 것은 디지털 기술이다. 그래서 이런 RV족들을 ‘디지털 유목민’ 혹은 워캠퍼스(Workampers, 캠퍼에서 일하는 사람들)라 부르는 것이다.

 

김명국씨가 80이 다 된 나이에 두려움 없이 대장정에 나설 결심을 한데는 본래 젊은 시절부터 여행을 좋아했던 데다 미국회사에서 컴퓨터 관련 일을 해 영어와 디지털 기술에 능숙한 것도 도움이 됐다. 그는 여행 중 자녀들은 물론 지인들과도 수시로 소통한다. 타주에 사는 자녀 가족이 그의 여정 중간에 잠깐 합류해 같이 여행을 즐기기도 했다.

 

신유목민들을 위한 여건과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RV 위에서의 삶이 항상 안락할 수만은 없다. ‘분도킹’(boondocking), 즉 전기가 없는 곳에서 생활해야 할 때 있고 디지털 기술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크게 불편할 수도 있는 이런 삶을 굳이 선택하고 있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터이다. 그리고 “소유보다는 경험”이라는 김명국씨의 말속에 바로 그 답이 들어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신앙칼럼] 봄의 향성과 하나님의 부르심(The Tropism of spring and God's Calling, 로마서Romans 11:2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나탈리 사로트는 ‘영혼의 처절한 몸부림’을 ‘향성(向性)’이라 하였습니다. “그들은 사방에서 솟아나는 듯했다. 약간 축축하고 미지근한 공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꽃샘추위를 이겨내는 생명력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꽃샘추위를 이겨내는 생명력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에 예쁜 꽃망울이 떨어져 한껏 부풀었던 마음이 움츠러든다.꽃샘추위를 견뎌내며 강인한 생명력을 키우는 의지는 자신의 정체성을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4)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4)

“디지털 시대에도 쇼셜시큐리티는 현장 서비스를 포기하지 않는다”  천경태 (금융전문가)   · 공식 발표일: 2026년 4월 9일 (자료 출처: Social Security Adm

[추억의 아름다운 시] 발자국

정호승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되듯이발자국도 따라가 별이 되는가내가 남긴 발자국에 핀 민들레는해마다 별이 되어 피어나는가 내 상처에 깊게 대못을 박고멀리 길가에 내던져진나의 손에는 깊

[수필] 빈 잔으로는 누구의 갈증도 채울 수 없다
[수필] 빈 잔으로는 누구의 갈증도 채울 수 없다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도대체 왜 이래요?”점심시간, 정적을 깨는 날카로운 고함과 함께 접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직감적으로 강 할머니가 계신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서브디비전 주택, 편리함 뒤에 숨은 규칙과 보험의 차이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서브디비전 주택, 편리함 뒤에 숨은 규칙과 보험의 차이

최선호 보험전문인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처럼, 사람은 혼자보다 함께 살아갈 때 더 많은 편리함과 안전을 누리게 된다. 미국 주거 문화에서도 이러한 공동체 개념이 잘 드

[애틀랜타 칼럼] 목표가 있어야 행운도 있다

이용희 목사 행운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것은 인생이란 커다란 지도에 흩뿌려져 있습니다. 당신이 아직도 행운을 잡지 못한 것은 명확한 인생의 지도를 갖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독자기고] 저물어 가는 미 제국의 패권
[독자기고] 저물어 가는 미 제국의 패권

김대원(애틀랜타 거주) 4월 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완전한 승리를 선언했으나 6주가 지난 지금 전쟁의 양상은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다. 다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라

[법률칼럼] 학생비자 심사 강화, ‘재정’이 핵심이 된 이유

미국 학생비자 심사 기준이 자금의 액수보다 '재정의 신뢰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강화되었다. 영사과는 단순 잔액 증명 대신 자금의 형성 과정과 지속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검토하며, 특히 인터뷰 직전의 거액 입금이나 불분명한 제3자 지원은 거절 사유가 될 수 있다. 성공적인 비자 취득을 위해서는 최소 6개월 이상의 자금 흐름 확보와 학교 선택의 논리적 타당성을 갖춘 통합적인 준비가 필수적이다.

[행복한 아침] 흐르는 것은

김 정자(시인 수필가)         한 낮 기온이 여름으로 들어선 것 같은 한나절, 처타후치 강변을 찾았다. 강줄기는 넓은 강폭 따라 잔잔한 물결을 일구며 흘러가고 있다. 강 자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