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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이대론 죽을 순 없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9-15 10:25:57

박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박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그걸 다 기억하고 살았으면 아마 살아남지 못했을 거에요.”

“일본 놈들 한 걸 생각하면 보상이란것 만으로 분이 풀리지 않는다.”

“너무 아픈 내 청춘, 되돌려달라”

“일본이 스스로 반성하지 않으면 일본은  반드시 망한다”

“나와 같은 아픔을 겪는 여성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어요.”

“후세 사람들이 우리가 겪은 아픔을 다 알았으면 좋겠어.”

“우리 아이들은 평화로운 세상에 살아야 해요.”

“16세 소녀가 전쟁에 끌려가 겪은 고통을 세상에 폭로 합니다.”

“이대로는  죽을 수 없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기념관 벽돌에  평생 한이 맺힌 사연을 씻어내지 못하고 피를 토하는 아픔을 돌에 남긴 글들이다.

20세기에  전쟁이 남긴 치욕적인 아픔을, 그 상처를 입어야했던 정신대 끌려가 입은 우리 조국의 어머니들의 아픔을 담은 위안부 할머니의 기념관이 건물 전체가 마치 비석 하나처럼  서 있는 건물이, ‘아직 끝나지 않는 분노’라는 분노의 기념관에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에 정신대 희생자 할머니들이 2003년 박물관에 직접 쓰신  글귀이다. 나는 “이대로 죽을 수 없다” 는 글귀를 쓰신 황금주 어머니를 직접 뵙고 그분의 증언을 ‘에모리 대학’에서 직접 들을 수 있었다.

그녀가 17세 되던  어느 날 밤새 잠을 설치며 고민하시던  부모님의 고민을 들었다. 언니에게 처녀 공출 명령이 내렸다는 부모님의 고민이셨다. 몸이 약하고 갓 스무살  언니 대신 차라리 내가  가야지-- “언니 대신 저를 보내주세요”하고 나섰다. 처녀 공출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17세 어린 나이에  부모님의 만류도 물리치고 만주 근처로 징집되어 집을 떠났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간호사 일을 한다기에 기꺼이 만주 어느 부대에서 일을 하다가  다시 일본으로 이송되었고 일본에서 부상병을  도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청천병력같은 명령이 떨어졌다. 밤마다 수 십명의 일본군에게 성접대를 하라는 명령이었다. 밤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수 십명의 일본군에게 성접대를 해야만 했다. 낯선 땅에서 어디로 도망갈 데도 없었고 아는 사람 하나 없었다. 처참한 그 상황속에서 자신은 점점 병이 들었고  성병으로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아야 했고 시체처럼 버려진 그녀는 어느 날 정신이 들어서 탈출하고자 돈을 모아 밀항선을 타고 고국에 갈 결심을 하였다. 그때 조국이 해방을 맞은  해였고 자신의 나이 스무살이 되었다. 몰래 밀항선을 타고  드디어 그리던 조국을 찾았다. 같이 갔던 친구들은 대다수 죽었거나 정신병자로 거리를 헤맸다. 그리운 고국은 전쟁으로 황폐하게 되었고, 그리운 고향집을 찾아가자 사람들은 수근대기 시작했다. “처녀 공출로 일본군과 놀아나다 돌아온 위안부래.” 그들의 싸늘한 눈초리, 부모님도 세상을 떠나시고  그립던 조국은 이미 그리던 고향은 아니었다. 그날 밤 봇짐을 싸들고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역 근처에서 헤매다 갈 곳이 없었다. 몸은 병들고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어느 작은 음식점을 찾았다.  “아주머니 저 밥 좀 주세요, 사흘을 굶었어요.” 그녀는 따뜻한 밥 한 그릇을 주었다. “나는 갈 곳이 없어요. 무슨 일이라도 할테니 저를 부엌에서 써 주세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집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버려진 그녀에겐 하늘이 내린 축복이었다. 황금주 할머니는 내가 사는 날까지 그 은혜에 보답하리란 마음으로  숨어서 이 십여 년을 일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죽지 않고 살아남은 자신이 누구인가? 이대로는 죽을 수 없다. 나처럼 일본군에 끌려 가 희생당한 버림받은 그녀들을 공개적으로  돕자. 철없는 17세 소녀가 처녀 공출이란 징집 명령으로 강제 성접대를 시킨 ‘일본은 사과한 라’ 피켓을 들고 , ‘일본은 망하고 말리라’ 청와대 앞에서, 국회 의사당앞에서, 정신대 살아남은 여성들이 모여 시위를했다. 이제 내 삶에는 살고 죽음의 문턱도 없고, 내가 죽기 전 일본이 사과하는 걸 내 눈으로 보고, 짓밟힌 정신대에 희생당한  여인들을 세상에 공개하고  내 조국에 다시는 이런 희생자가 없도록  목숨걸고 싸웠다. 

에모리 대학에서 그녀가 증언한 날 ‘짐 레이니’ 대사님 부부가 맨 앞줄에 앉아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셨다. 에모리 대학 젊은 한인 학생회가 마련한 정신대 황금주 할머니의 증언은 유엔에서도 증언을 하셨고, 힐러리와 하원의장은 일본에 여성 인권 유린으로 항의서한까지 보냈다한다. 황금주 할머니가 생전에 우리집에서 모실 수 있어서 그분의 아픔을 내 가슴에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따뜻한 잠자리, 자네와 함께한 선물로 드리며, 생전에 꼭 목에 걸고 다니세요. 행운의 목걸이에요.” 감격해하신 내 조국의 어머니, 그 한 맺힌 생을 잠시 어루만져 드리고싶었다. “이 순간을 잊을 수 없을거야” 난 할머니에게 금 두 돈의 목걸이를 감사한 것은  후배 건축가의 손으로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에 한많은 삶의 어머니들 기록이 담긴 박물관이 한 많은 정신대 할머니들의 기록이 담긴 집을 지은  젊은 건축가에 감사한다. 그 정신대 스토리 텔링의 집 문을 열면 17세 어린 소녀상, 검은 페인트로 얼룩진 젊음, 돌같은 할머니들의 얼굴, 어둡고 긴 복도에는 어린 소녀가 끌려가 할머니가 된 아픔의 모습이 그대로 묘사 된 ‘일본 위안부 할머니 모습을 담은 아픔’이 고스란히 담겼다. 벽돌에 새겨진 내 조국의 어머니들의 한을 조금이라도 풀어드릴 수있었으면- 절절한 글 한마디마다 한 맺힌 사연이 가슴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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