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원(애틀랜타 거주)
중국의 우한에서 발생한 괴질로 인해 온 인류는 지난 일년 반 동안 인간만이 향유할 수 있는 소중한 자유를 유보해야만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코빗 감염자의 숫자를 우려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너나할 것 없이 속수무책으로 고독과 불안속에서 그저 지루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더욱 우리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것은 이 바이러스가 다음에는 또 어떤 양태로 변이 될지 그리고 언제쯤이나 끝나게 될지에 대해서는 제 아무리 화성을 개척할 수 있는 최첨단 과학문명으로 무장한 현대인들일지라도 어느 누구도 전혀 예측할 수 없으며 모든 상황이 짙은 운무에 가려져 있다는 안타까운 사실이다.
나는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를 통해서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는데 첫째, 우리 인류는 이제 정보 통신 그리고 초고속 이동수단의 급속한 발전으로 온 지구가 한 마당이 되었으며, 이젠 더이상 너와 나, 우리 나라와 남의 나라로 차별하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고 모두 연결고리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민주사회의 황금률인 자유란 내가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하는 그런 소극적이고 유아론(唯我論, solipsism)적인 자유가 아니라 남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타인의 인간적인 존엄성을 손상시키지 않는 적극적이며 상호 의존적인 자유의 개념을 터득해야 한다는 것이고, 세 번째는 물질 만능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서 인간만이 가진 순수한 감정을 순화시키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서 다정한 친구와 앉아서 차 한 잔을 놓고 주고받는 정겨운 대화속에서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인간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인문주의 작가인 까뮈가 쓴 ‘페스트’라는 소설은 전염병이 창궐한 알제리의 오랑을 무대로 펼쳐지는데 그 당시 20만 명이 살던 도시 오랑은 페스트로 인해 완전 봉쇄가 된다. 그 작품에서 화자의 말을 통해 까뮈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고 하면서 인간은 누구도 페스트 앞에서 무사하지 않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곧 코빗 앞에서 누구도 무사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괴질은 온 인류가 마치 인드라 망과 같이 거미줄로 연결돼있으며 네가 가진 것은 언젠가는 물거품과 같이 사라질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경고해준다.
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결국 인간이 저지른 자연환경 파괴로 인해 서식지를 잃은 박쥐 안에 기식하던 바이러스가 인간을 공격하는 양태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하는 결과가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 생물학자들의 잠정적인 분석이 나왔다.
이 괴질은 물질만능에 빠져서 앞만보고 달려온 인류에게 더 큰 재앙이 덮치기 전에 이젠 좀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달려온 길을 뒤돌아보라고 경고해 주는 것은 아닐까?
에머슨은 “우리는 내가 사랑하는 것을 가질 수는 있으나, 욕망으로 인해 우리는 그 사랑하는 것을 모두 상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늘 나를 잘 돌아보는 지혜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대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