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보석줍기] 사르밧 과부 이야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9-07 10:26:01

보석줍기, 김성희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김성희(바람아 불어라·쥬위시 타워 보석줍기 회원)

 

먼 시돈 사르밧 땅에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일찍 잃고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그 남편의 숨결에 아픈 가슴을 쓸어 내리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남편과 함께했던 시간은 바로 어제같이 생생하다. 이른 아침이면 들국화같은 풋풋한 사랑으로 밀가루 퍼내어 빵반죽을 빚는 그녀의 귓속에 “좋은 아침”하며 윙크로 행복의 창을 활짝 열어주던 남편과 다정히 나누던 아침식사의 추억은 이제 휑해진 식탁의 고요 속에 묻혀버리고, 들판에 올라오는 새싹을 보며 우리도 아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속삭이던 남편 어깨에 기대어 벅찬 희망으로 바라보던 석양도 이제는 쓸쓸하기만 하다. 예쁜 꽃을 보면 쓰고있던 모자를 벗어 꽃을 담아 꽃모자를 안겨주던 남편, 여름 날 파도소리 들려오는 백사장에 앉아 밤바다 바라보며 들려주던 노래가 아직도 들리는 듯 하다. 국화 향기 그윽한 가을, 조약돌 위에 낙엽을 태우면 가을이 한 잎 한 잎 모여들어 바스락거리고, 서둘러 양들의 겨울 식량을 곳간에 채우니 한 해가 훌쩍 지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갑작스런 죽음으로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 정신을 잃었다 깨어보니 모든 것들이 숨을 죽이고 고요 만이 여인을 지켜본다. 슬픔은 집안을 들락이며 덜커덩 덜커덩거린다. 그런 중에 찾아온 뱃 속의 생명으로 소망이 생겼다. 태중의 아기와 매일 속삭이며 슬픔도 기쁨도 가슴에 품고 시간이 지나니 남편을 꼭 닮은 아들이 그를 대신하여 찾아왔고, 정성을 다해 사랑을 듬뿍 주며 돌보니 슬픔은 멀어지고 희망이 넘쳐 났다. 몇 년이 몇 날처럼 훌쩍 지나가고 온 나라에 흉년과 가뭄이 찾아왔다. 자식처럼 키우던 양들도 하나씩 없어지고 곳간은 텅텅 비어져 간다. 가루 항아리에는 떡 3개면 끝이 나겠고 기름도 겨우 쓸 만큼이다. 그녀는 나뭇가지 주어 마지막 떡을 만들어 아들과 먹고 사랑하는 남편이 있는 곳으로 가리라 생각하며 가물어 메마른 대지 위를 서성이며 땔감을 찾는데 웬 낯선 노인네가 물과 떡 하나를 구워달라 한다. 그녀는 먹을 것이 없어 지금 마지막 떡을 먹고 죽으려 하는데 그것마저 구하는 노인의 말에 얼마나 배가 고프면 그럴까하여 먼저 노인에게 대접한다. 그런데 웬일인가! 가루 통에 가루가 기름병에 기름이 퍼내도 퍼내도 여전히 그대로이다.

세월이 흘렀다. 아들이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 하더니 그만 숨을 거둔다. 여인에게 말할 수 없는 아픔이 다시 찾아왔다. 노인을 찾아가 방성통곡하며 슬픔을 토해내니 노인이 죽은 아이 위에 손을 얹고 하나님께 한참을 기도하는데 아이가 깨어났다. 놀라운 기적과 함께 그 해로 가뭄도 끝이 나고 온 대지에 풍성한 풍년이 찾아왔다. 꿈처럼 걸어온 삶이 혼자가 아니었음을 기억하며 다시 소망의 문을 여는 사르밧 과부의 발걸음이 가볍다.

[보석줍기] 사르밧 과부 이야기
[보석줍기] 사르밧 과부 이야기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미국 거주 기간과 메디케어 혜택 자격

최선호 보험전문인 어떤 배짱 두둑한 사람이 죽어 가고 있었는데 저승사자가 찾아 왔다. 이 사람은 넉살 좋게도 저승사자에게 부탁이 하나 있다고 했다. 기가 찬 저승사자는 부탁이 뭐냐

[내 마음의 시] 생명의 은인
[내 마음의 시] 생명의 은인

박달 강 희종 (애틀란타문학회 총무) 사랑해요 여인같은아카시아 나무 전에는붉은 장미 속에서 선물을 넘치게  백합 꽃 향기진주 목걸이다이아몬드 반지 강물같은 그대호수같은  세월동안 

[애틀랜타 칼럼]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Day) 의미

이용희 목사 추수감사절은(Thanksgiving Day)은 1년 동안 추수한 것에 대해 가을에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개신교(기독교)의 기념일이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와 더불어

[법률칼럼] 트럼프의 대량 추방대상

케빈 김 법무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그의 이민법 집행 계획이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벌레박사 칼럼] 카펫 비틀 벌레 퇴치법

벌레박사 썬박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집들은 카펫이 깔려 있다. 카펫에서 나오는 벌레 중 많은 질문을 하는 벌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카펫 비틀(Carpet Beetle) 이다. 카펫

[행복한 아침] 자연의 가을, 생의 가을

김정자(시인·수필가)                                       단풍 여행을 떠나자는 권면을 받곤 했는데 어느 새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섰다. 애틀랜타 가

[삶과 생각] 청춘 회억(回憶)

가을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 중에서도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간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인 것 같다. 입시를 앞 둔 몇 달, 마지막 정리를 하며 분초를 아끼며 집중했던

[데스크의 창] ‘멕시칸 없는 하루’ 현실화될까?

#지난 2004년 개봉한 ‘멕시칸 없는 하루(A Day Without a Mexican)’는 캘리포니아에서 어느 한 날 멕시칸이 일시에 사라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가상적인 혼란을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전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연일 박빙의 구도를 보였으나 결과는 이를 비웃는 듯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어 모

[뉴스칼럼] 유튜브 채널의 아동착취

가족을 소재로 한 유튜브 콘텐츠가 적지 않다. 주로 부부가 주인공이다. 유튜브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동업 관계다. 함께 제작하거나 동영상 촬영에 협력하면서 돈을 번다. 유튜브 채널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