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수필] 돌산에 핀 노오란 들국화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8-25 09:35:11

수필, 김경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국화 옆에서'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가을이 되면  국화가 만발한 덕수궁 돌담길을 거닐어 보고싶다. 어느 누가 가을이 되면  ‘국화 옆에서’를 가슴에 담고 살지 않을까-

난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할 때 왜 그토록 어려운 영시를 외워야 했었는지 알 수도 없고 힘든  세익스피어 시를 외우느라  내 대학 시절이 어두웠다.

내가 딱 지금도 내 머리에 남아있는 한 구절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의문이다’이다.

서정주님의 ‘국화 옆에서’ 두런 두런 외우며 돌산에 노오랗게 핀 갈 국화가 내 영혼을 맑게 흔든다. 빗속에 흔들리는 노오란 데이지 꽃들이 산을 덮었다.

그 연한 꽃대를  100도가 넘는 바위 틈에 생명으로 살아서  저토록 장엄한 노오란 데이지꽃을 피워내다니---

꽃들아  추운 겨울엔 어디에 내 꽃씨를 숨기었단 말이니- 한톨의 흙도 없는데, 그 꽃씨는 어디서 겨울을 아파했는지---

홀로 겨울을 울어, 울어-- 그 꽃씨들은  긴 겨울을 가슴으로  얼마나 아파했을까--  시인은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그렇게 울었나보다. 그 한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아픔없이 고뇌없이, 하늘 향한 울부짖음 없이 노오란 들국화가  장엄한 꽃동네를  이룰 수 있었을까.

돌산을 덮은 가을 들국화--- 내존재가  새롭게 깨어남을-- 존재가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사느라 잃어 버린 ‘나 하나의 나는 누구인가’ 들꽃 한송이도 저토록 장엄한 생명의 꽃을 피우는데 나는 살기위해 빵을 구했고, 내 몸뚱이에 걸친 옷하나를 마련하기 위해 내 생을 탕진하고 말았다. 온 우주의 빛으로  지구별을 찾아왔다면 내 속에 그 빛은 어디로 갔는가--- 아직 빛나지 않는 영겁의 빛, 아직 꿈꾸지 못한 내가  아직 살아있는가?

아직 꿈꾸지 않는, 영겁의 빛이 흐르게하라. 한송이 들꽃도 생명을 끌어안고 장엄한 빛으로 돌산을 꽃피우는데--- 내 삶은  과연 무엇이었단 말인가---

수많은 막힌 담을 허물고 ‘지금 이 순간을 살라’ 온 우주의 빛이 스며들도록 내가슴을 열라. 기(=FLOW)가 흐르도록  내 존재에 막힌 담을 허물다-

온 우주의 빛이 스며들도록 마음을 열라, 온 우주의 빛이 스며들어 나의 에고가 아닌  우주와 하나가 된 빛으로 살라. 무한한 그 빛과 하나가 되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잔잔한 기쁨, 나는 살아있다, 지금까지 꿈꾸지 못했던 내 전 존재가 온 우주와 연결된 영혼의 빛이 내게  흘러 들어온다.

바위틈에 핀  노오란 갈 국화가 내 영혼을 일깨우고  밤하늘 별들이  꽃들을 키웠음을-- 원초의 영혼을 키우는 별밭을 본다. 여기 지구별에 사는 즐거움  숲, 강, 풀, 꽃들이 살 수 있는 자연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살충제로, 공기 오염으로 지구별에 꽃들이 살 수 없다면 지구별 인간의 생명도 위기에 직면했음을 알자.

생각하면 문명이 할퀴고 간 지구별은 아프다. 육체의 만족을 위해 돈을 거머쥐고 살기 위해 사람도 길을 잃었다. 

19세기 경전 ‘월든’에서 헨리 솔로는 호숫가  오두막을 짓고 자연에 의지하여 살았다. 화전민이 버린 빈 집의 오두막에서 살았던 법정 스님은 문명의 연장에  길이 든  현대인은 편리하다는 것 하나 만으로 너무 많은 것을 빼앗기고 살고 있다.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그 두메 오두막에 살면서 나는 이 다음생에 태어나도 그 어디에도 소속 되지 않는 자유인으로 살고 싶다고 했다.

시라도 한 수 읽으면서 코로나가 마음을 빼앗지 않도록  두런 두런 갈 시를 읊어 본다. 여기저기 눈부시게 갈꽃이 핀 자리에 시 한 수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네가 죽고 내가 산다면---

내가 죽고 네가 산다면 ---

우리가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돌산에 핀 들국화에게 물어보라

눈부시게 노오란 꽃들이 피어난  이유를--

우린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며

노오란 꽃으로 태어났지요.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추억의 아름다운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가르마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수필〉우리에게 불행해질 권리는 없다
〈수필〉우리에게 불행해질 권리는 없다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삶의 귀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던 순간이 있었다. '암'이라는 날 선 선고를 받던 그날, 나는 텅 빈 머릿속을 떠다니던 죽음의 공포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65세 미만 장애로 메디케어에 들어간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들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65세 미만 장애로 메디케어에 들어간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들

최선호 보험전문인  메디케어는 보통 65세가 되면 가입하는 연방 건강보험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65세 미만이라도 장애(Disability) 판정을 받고 SSDI(Social

[허니웨이 건강 칼럼] 프로폴리스편 3회- “아이도 괜찮을까요?”
[허니웨이 건강 칼럼] 프로폴리스편 3회- “아이도 괜찮을까요?”

온 가족이 함께하는 프로폴리스 사용법 프로폴리스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아이도 먹어도 되나요?”입니다.가족 모두가 건강을 챙기고 싶은 마음,그 마

[애틀랜타 칼럼] 건전한 불만은 세상을 이끄는 힘

이용희 목사 우리는 어떤 직업에 종사하는 한 그 일에서 만족을 찾아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자연스럽게 일에 적응하고 자신의 인생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만족이란 자신

[내 마음의 시] 영수는 눈먼 영희를
[내 마음의 시] 영수는 눈먼 영희를

월우 장붕익(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비밀 언덕으로어깨를 기대며서로 힘을 얻는다 버팀목으로묵묵히 견디어 낸다 대들보로세월의 무게에도휘어지지 않는다 뼈대있는 가문으로가족을 지킨다 앞

[빛의 가장자리] 얼음위의 고양이들

갑작스러운 한파로 얼어붙은 뒷마당에서 저자는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며 그들의 고단한 삶을 지켜본다. 따뜻한 집 안에서 보호받는 반려견과 대비되는 들고양이들의 처지를 통해 생존의 엄숙함과 생명에 대한 연민을 전하며 다가올 봄을 기다리는 희망을 담았다.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이민자 삶의 역경을 이기는 힘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이민자 삶의 역경을 이기는 힘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지금 이민자 삶이 위기에 처한 그 어느 때보다 대처하기 힘든 상황이 아닌가 싶다.한겨울의 바람 부는 황량한 벌판에 망연히 서 있는 자신의 모습에

[행복한 아침]  진위 여부, 거짓과 진실

김 정자(시인 수필가)   무슨 일이든 양쪽 말은 다 들어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사실 여부를 부풀려서 궁지로 몰아 넣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들. 저들의 전례 없는 말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이민자 삶의 역경을 이기는 힘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이민자 삶의 역경을 이기는 힘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지금 이민자 삶이 위기에 처한 그 어느 때보다 대처하기 힘든 상황이 아닌가 싶다.한겨울의 바람 부는 황량한 벌판에 망연히 서 있는 자신의 모습에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