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 뚝딱 뚜다악 따그닥 따그닥.” 봄이 되면 밤 늦게까지 동네 여기저기서 들려오던 다듬이 소리. 책 읽는 소리와 다듬이 소리 그리고 아이들 웃음 소리가 들리는 집은 다복하고 행복한 집이라던 옛말이 생각난다.
봄이 되면 농부들은 논밭갈이로 바빠진다. 소에게 멍에를 둘러 씌우고 밭갈이하는 농부들의 소리… 이쪽 저쪽 소를 몰다 소가 멈칫하면 소 궁뎅이를 회초리로 한 번씩 쳐가며 “이리야 어허, 이리야 어허” 장단에 맞추어 구수한 소리를 내는데, 그 뒤를 따라 어린 송아지가 음매 거리며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이즈음 아낙네들은 겨울 내내 덮었던 이불과 옷들을 끄집어내어 냇가로 가져간다. 한 쪽에 솥을 걸어 빨래를 삶고, 또 한 쪽에서는 삶아진 빨래를 냇가 평평한 바위 위에 올려 놓고 퍽 퍽 방망이질을 해서 깨끗이 빤 후 풀을 먹여 뽀득뽀득하게 빨래줄에 말린다. 이불 호청은 길어서 두 사람이 잡고 이리저리 당겨 주름을 펴는데, 한 사람이 잡은 것을 놓쳐 버리면 다른 한 쪽은 벌러덩 넘어져 속고쟁이가 보이고 다같이 깔깔 웃으며 민망해하기도 한다.
어느덧 뉘엿뉘엿 저녁을 짓는 연기가 이집 저집에서 피어 오른다. 아낙네들은 저녁이 늦을새라 허둥대며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짓노라면 굴뚝에서는 뭉글 뭉글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 구수한 냄새가 가족들의 허기를 재촉한다.
저녁 식사 후, 아낙네들은 피곤한 몸으로 내려앉은 눈꺼풀을 비비며 낮에 빨아서 밟아둔 빨래를 다듬이 돌에 올려 놓고 다듬이질을 시작한다. 다듬이 가락을 따라 아이들은 잠이 들고, 어엉 엉엉 개 짖는 소리는 다듬이 소리와 어우러져 고요한 정적을 깨뜨리며 밤은 깊어져 간다.
“뚝딱 뚝딱 뚜다악 따그닥 따그닥, 뚝딱 뚝딱 뚜다악 따그닥 따그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