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쿄올림픽이 마침내 이번 주 금요일 개막한다. 2021년 여름에 열리는 이벤트지만 공식명칭은 ‘2020년 도쿄올림픽’이다. 이벤트가 열리는 시기와 공식명칭 사이의 간극은 올림픽 개최를 둘러싸고 벌어져 온 온갖 우여곡절을 그대로 증언해주는 듯하다.
개막식은 현지시간으로 23일 오후 8시 열린다. 미서부 시간으로는 같은 날 새벽 4시이다. 하지만 도쿄올림픽 개막식의 분위기는 낯설고 기괴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수의 올림픽 관계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무관중으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도쿄올림픽 티켓 판매의 기준이 되는 750개 경기 시간대 중 96.5%가 무관중으로 치러지게 됐고 여기에는 개·폐회식도 포함돼 있다. 관중의 함성과 환호가 사라진 개막식이 어떨지 상상하는 것만으로 벌써 이상한 기분을 안겨준다.
도쿄올림픽 무관중 방침에 대해 전염병 전문가들은 올바른 조치라고 평가한다. 이번 달 끝난 2020 유로 축구대회 후 영국과 이탈리아 같은 나라들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재확산 되고 있는 것에서 보듯 올림픽 관중들을 통제하지 않을 경우 재확산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올림픽 직관을 원하는 관중들 입장에서는 실망스럽겠지만 감염병 통제라는 관점에서 보면 무관중은 현명하면서도 불가피한 조치라는 얘기다.
125년 동안 올림픽은 인류의 ‘함께함’과 ‘하나됨’을 상징해주는 이벤트로 자리 잡아 왔다. 하지만 팬데믹 상황에서는 이런 함께함과 하나됨이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는 공공의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올림픽이 열리는 현지의 축제분위기가 전혀 달아오르지 않는 것은 물론 올림픽 강행을 비판하는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가 개막일이 다가올수록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올림픽보다 메이저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에 대한 관심이 더 뜨거울 정도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일본인들의 3분의 2는 안전한 도쿄올림픽 개최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개막 예정일이 코앞인데도 막판 취소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이다.
아무튼 올림픽이 일단 시작돼 끝까지 가더라도 관중들의 함성이 사라진 올림픽은 김이 빠진 이벤트가 될 수밖에 없다. 관중들의 함성은 선수들의 승부욕을 자극해 보다 높은 수준의 경쟁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런 관중석 풍경이 사라지게 됐으니 ‘반쪽 올림픽’이 됐다는 허탈감을 지우기 힘들다. 관중들의 함성이 사라진 공간에서 선수들의 생생한 숨결이 보다 더 선명히 들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그나마 작은 위로가 된다.
먼 곳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경기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어차피 TV 중계밖에 없다. 대부분의 경기가 관중 없이 치러지는 이번 올림픽의 미국 중계방송사는 어김없이 NBC이다. NBC는 산하 채널들과 스트리밍 등을 통해 전 경기를 안방으로 전달해줄 예정이다.
이번 올림픽 중계가 예년과 달라진 것은 실시간이라는 사실이다. 일본과 미국은 서부시간 기준으로 16시간 시차가 있다. 따라서 도쿄시간으로 저녁 경기는 이곳 시간으로는 새벽에 열린다. 그런데도 NBC는 사상 처음으로 새벽에 실시간 중계를 하고 저녁 프라임 시간대에 중요경기들을 다시 방송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개막식도 23일 새벽 4시부터 실시간으로 중계한다.
팬데믹으로 맥이 많이 빠졌음에도 실시간 중계가 선사하는 올림픽의 박진감은 무시할 수 없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흘리는 땀과 그들이 만들어 내는 스토리에 집중한다면 아쉬운 가운데서도 그런대로 올림픽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오는 8월8일 폐막식 때까지 코로나19 확산을 잘 막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렇게까지 해서 올림픽을 열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일단 막이 오른다면 큰 혼란이나 소동 없이 마무리 됐으면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