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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칼럼] 술을 마실까, 말까?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5-24 10:10:56

뉴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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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의 들판 바위틈에는 간혹 물웅덩이가 있었다. 원시인들이 어느 날 보니 웅덩이 주변에 원숭이들이 모여 그 물을 마시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호기심에 따라해 본 원시인 역시 정신이 몽롱해지며 기분이 좋아지는 신비로운 경험을 했다. 포도나무에서 떨어진 포도가 바위틈에 쌓여 있다가 발효되면서 술이 빚어진 것이었다.

 

이후로 술은 인류 역사에서 사라진 적이 없다. 금주령이 내려지면 밀주가 등장하곤 했다. 그만큼 술에 대한 인류의 사랑은 깊고 술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일찍이 플라톤은 말했다 - “맥주를 발명한 자, 그는 현자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발명가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술을 마시며 신의 사랑을 확신했다 - “맥주는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가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증거.” 그의 술 예찬론은 이어 진다 - “포도주 속에는 지혜가, 맥주 속에는 자유가, 물속에는 박테리아가 있다.”

 

여러 여배우들과의 염문설, 마피아와의 연계설 등 온갖 가십에 둘러싸여 살았던 프랭크 시나트라는 술에 관한한 성경말씀을 따랐다 - “알콜은 인간에게 최악의 원수이겠지만, 성경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다.”

 

천국에 가려면 술을 마시라는 주장도 나왔다. “술을 마시면 취한다. 술에 취하면 잠이 든다. 잠이 들면 죄를 짓지 않는다. 죄를 짓지 않으면 천국에 간다. 그러니~ 모두 술을 마시고 천국에 가자!” - 브라이언 오루크라는 의학박사의 조크다.

 

술은 힘든 인생을 견뎌내게 하는 마취제(버나드 쇼), 이 세상의 문제는 모두가 술을 몇 잔씩 덜 마시는 것(험프리 보가트) … 술 예찬론은 이어진다.

 

이런 예찬론과 함께, 적당량의 술은 심신의 건강에 좋다는 것이 오랜 통념이다. 술을 아주 안 마시는 사람보다는 하루 한두 잔 마시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는 연구결과들도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술은 단 한 방울도 뇌 건강에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서 애주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술을 마시면 뇌의 회백질이 줄어들어 기억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니, 그러잖아도 기억이 깜빡깜빡한 중장년의 애주가들은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번 연구는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이 2만 5,000여명의 영국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참가자들이 각자 밝힌 알코올 소비량과 뇌 회백질의 용적을 비교하는 연구였다. 그 결과 연구팀은 알코올 섭취량이 많을수록 회색질의 밀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알코올 섭취는 뇌 회색질의 용적 0.8% 감소와 연관이 있고 이는 뇌의 정보처리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술을 과도하게 마시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바이다. 지난 2018년 미국에서 100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의하면 폭음은 치매 위험을 높이는 1등 요인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폭음이 심장질환과 동맥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과음은 피해야겠지만 적당량의 음주는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건강에 좋거나 최소한 몸에 해롭지는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뇌 건강에 관한한 술에는 안전기준이 없다고 옥스퍼드 연구팀은 못 박는다. 치매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에 대해서는 아직 치료법이 없는 만큼 뇌 건강을 해치는 요인들을 미리 알고 이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제 애주가들은 선택을 해야 한다. 친구들과 어울려 잘 먹고 마시며 즐겁게 사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는 주장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생애 말년 최대의 두려움인 치매 예방을 위해 술을 끊을 것인가. 술을 마실 것인가, 안 마실 것인가 -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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