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어찌 보면 질투로 똘똘 뭉쳐 있는지 모른다. 그런 인간본성을 한 마디로 잘 드러낸 한국의 속담이다.
매년 11월 1일이 되면 핀란드는 전 국민의 지난해 총소득과 세금납부 내역을 공개한다. 정해진 시간에 열람을 신청하면 옆 집 사람은 다른 사람의 소득을 확인할 수 있다.
빈곤층에 대한 세금면세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취해진 조치로 포린 폴리시지는 세금에 기반 해 복지 시스템을 운영하는 핀란드로서는 국가기능 유지에 필수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해학이 넘쳐난다고 할까. 뉴욕타임스는 그런 식으로 ‘핀란드의 11월 1일’을 묘사했다. ‘국가적 질투의 날’이라고.
‘알고 봤더니 옆집의 수입이 우리의 두 배야’, ‘그 사람 그렇게 많이 벌면서 그렇게 없는 척 했어…’ 등등의 부러움, 질투로 충만한 가십이 넘쳐나는 날이 바로 그 날이기 때문이다.
거지는 거지를 시기한다.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인 헤시오도스가 한 말이다. “성인(聖人)도 아마 성인을 시기할 걸….” 현대 영국의 철학자 러셀이 던진 조크다.
그런 조크와 함께 러셀은 ‘민주주의의 기초는 질투’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남에게 뒤지고 싶지 않다.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니까 질투란 긍정적으로 보면 자기발전의 원동력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정치적 평등을 얻기 위한 투쟁사’- 한 마디로 정의한 민주주의의 역사다. 그 투쟁의 원천적 힘은 인간의 순수한 이성보다는 감정이 아닐까 하는 것이 현대 철학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인간이 지닌 ‘불평등 혐오’가 바로 그 원천적 동기라는 것. 어찌 보면 시기심, 혹은 질투심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 감정은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과 비교해 자신에 대한 보상이 불공평하게 보상되는 데 대해 본능적으로 민감하게 느끼는 것을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반면 대권주자로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지율은 수직 상승, 40% 고지를 넘었다. 도무지 소생기미가 없던 야당, 국민의힘 지지율도 여당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큰 차이로 앞지르기 시작했다.
4.7 보궐선거를 두 주 정도 앞두고 나온 각급 여론 조사 결과들이다. 특정지역을 제외하고 전 지역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문재인지지 아성으로 불리던 40대, 그리고 30~40대 여성 층에서도 흔들리고 있다.
무엇이 이 같은 추락을 불러오고 있나. 무엇보다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 쏟아지는 부동산 투기의혹이 바로 그 직격탄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내 집 마련’은 많은 한국의 보통 사람에게는 이생에서는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 마당에 연일 터져 나오는 것이 부동산 투기 의혹이다.
공정한 기회가 주어진 상황에서도 남들보다 보상이 적게 돌아오면 불만을 갖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그런데 기회가 아예 봉쇄돼 있었다. 아니, 그 보다도 정권의 사람들은 국가정보를 도둑질해 축재를 해왔다. 그러니 불평등 혐오감은 폭발지경에 이를 수밖에…
이를 달리 표현하면 대한민국의 최고 존엄, 국민의 역린(逆鱗)을 건드렸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내 집에 대한 염원이 그토록 간절한 게 대한민국 국민이니.
역린을 건드렸을 때 그 후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용의 목 아래에는 지름이 한 척 정도 되는 거꾸로 배열된 비늘, 즉 역린이 있다. 만일 사람이 그것을 건드리면 용은 그 사람을 죽이고 만다.’ 고사성어 역린에 대한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