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으로 가장 큰 직격탄을 맞은 부문은 스몰비즈니스들이다. 코로나19로 영업봉쇄 혹은 제한 조치가 이어지면서 고객들의 방문과 구매에 업소 운영을 의존해온 지역 스몰비즈니스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많은 업소들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이미 폐업을 했거나 감원 등 긴축을 통해 근근이 명맥을 유지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비대면의 일상화 속에서 초대형 온라인 소매업체들은 오히려 날개를 달았다. 매출은 급속히 늘었고 이들 기업의 주가 또한 계속 오르고 있다. 팬데믹 속에서 완전히 다른 두 도시 풍경을 보는 것 같다. 고사 상태에 놓이게 되자 일부 스몰비즈니스들은 생존을 위한 자구책 강구에 나서고 있다.
이런 움직임들 가운데 캐나다 토론토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소매업체들의 ‘바이 로컬’(buy local) 캠페인은 주목해볼만 하다. 한 소매업주가 중심이 돼 지난해 연말 시작한 이 캠페인은 지역 소매업소들을 멤버로 하는 온라인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게 핵심개념이다. 웹사이트의 명칭은 ‘Not Amazon’. 이름에서부터 추구하는 목표가 뚜렷이 드러난다. 아마존 같은 온라인 공룡업체들을 이용하기보다 지역 스몰비즈니스들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해 달라는 것이다.
4개 도시로 확산된 이 캠페인을 통해 가입한 업소들만도 이미 수천 개에 달하며 수많은 업소들이 가입신청을 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스몰비즈니스들의 가입 신청이 몰리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절박하기도 하고 고객들 반응이 호의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몰비즈니스들을 지탱시켜주는 토대는 커뮤니티다.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찾아주고 이용해주는 소비를 통해 업소 운영이 지속되고 이들을 통해 지역 경제가 굴러가게 된다. 미국 내 일자리의 3분의 2가 스몰비즈니스들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시빅 이코노믹스 조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지역 독립 업소들 수입의 48%는 로컬에서 재순환된다. 반면 대형 체인 소매업소들의 경우에는 재순환율이 13.6%에 불과하다. 당신이 어느 업소에서 돈을 쓰느냐에 따라 커뮤니티 경제가 큰 영향을 받게 된다는 얘기다. 한인사회가 커뮤니티 안에서 돈과 인력이 순환되는 경제구조를 가졌다는 사실은 새삼스럽지 않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고 팬데믹이 조금씩 진정 기미를 보이면서 지난 1년 고통 속에서 업소를 꿋꿋이 지켜온 한인 업소들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손님맞이에 나서는 모습들이다. 대다수 업소들이 다시 정상영업을 시작했으며 업주들의 표정에서는 머지않아 경제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읽힌다.
하지만 이런 희망이 하루속히 현실이 되려면 업주들만의 노력으로는 안 된다.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뒤따라야 한다. 가능하면 한인업소들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함으로써 이들을 도와줘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돈의 문제만은 아니다. 구성원들의 지지를 통해 스몰비즈니스들은 생존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스몰비즈니스들은 얼굴 없는 존재들이 아니다. 업소 안에서 땀 흘려 일하는 실제적인 사람들인 것이다.
초대형 온라인 소매업체들 이용의 편리함이 분명 있겠지만 커뮤니티 스몰비즈니스들을 이용하는 데 따르는 편익 또한 이에 못지않다.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을 커뮤니티에 안겨주는 것에 더해 정서적 편안함도 맛보게 해준다. 업소들의 철저한 방역 조치와 친절한 서비스가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팬데믹으로 어려움은 있겠지만 ‘바이 로컬’ 캠페인에 한인 경제단체들도 적극 나서야 한다. 한인업소 이용을 진작하기 위한 좋은 아이디어들을 짜내고 실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한인 소비자들과 업소들, 그리고 경제단체들 사이에 든든한 연결고리가 형성될 때 팬데믹 위기 극복도 그만큼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