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뉴욕 타임즈 베스트 셀러인 소설 파칭코를 소개하려고 한다. 파칭코는 라스베가스와 같은 카지노에서 운영하는 슬럿 머신인데 교포 2세인 이민진 작가가 쓴 대작의 제목이다. 현재 세계 27개 국어로 번역되서 극찬을 받고 있으며 미국의 애플 티비에서는 영화도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소설의 무대는 오사카로 일본에는 전국적으로 10,800개의 파칭코 팔러가 있다고 하는데 일본 인구의 10퍼센트 정도가 일상적으로 게임을 하며 전국적으로 보면 연매출이 일본의 10개 자동차 회사 매출액의 두 배에 가깝다고 하니 일본 경제의 큰 축을 이루는 막대한 유흥산업인 것이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 부산 영도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며 어렵게 살고있던 하숙집 딸 선자가 고한수라는 생선 중개상을 만나서 사랑에 빠지면서 전개된다. 고한수는 일본에 처자까지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선자를 자기 것으로 만든 다음 선자와의 사이에 아이까지 갖게 되는데 훗날 고한수는 일본에서 야쿠자 두목으로 변신해서 일본의 빠칭코 업계의 대부로 자리잡는다. 1930년대에 부산과 제주도에 사는 많은 주민들이 악랄한 일본제국주의 치하에서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어 삶의 터전을 가까운 일본으로 옮겨갔다고 한다. 그러나 조센진은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라고 보는 극심한 인종차별 사회에서 교포들이 일본인 직장에 취직을 한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래서 호구지책으로 재일교포들은 자신들이 파칭코 사업을 스스로 개발했다고 하는데 지금도 파징코 사업은 종업원의 100%가 재일교포들이라고 한다.
이 소설은 작가가 반 일본인 남편을 따라 일본에 가서 6년간 체류하면서 수많은 파칭코 종업원들과 인터뷰한 기록을 근거로 쓰여졌는데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일본에 체류할 때 13살 정도의 중학교 소녀가 교실 창문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했는데 그 소녀는 거의 매일 일본 학생들로부터 집단으로 이지메를 당했다고 한다. 그런데 소녀의 주머니에는 나는 일본일들로부터 받는 차별이 너무 싫어요라는 유서가 발견되었고 그것이 자신에게 깊은 연민의 정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작가는 소설을 완성하는데 30년 정도 걸렸다고 하는데 글을 읽다보면 그의 깊은 고뇌가 느껴진다. 이민진 작가는 7살 때 부모를 따라 이민을 왔다고 한다. 아버지는 맨하탄의 조그마한 신문가판대에서 로토와 함께 캔디를 팔며 모진 노동을 감수하면서 3자녀들을 모두 명문대학에 보냈다.
이 소설에서 이민진 작가는 일본인들의 뿌리깊은 인종차별을 고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인간내면에 깊이 도사리고 있는 우월적 민족주의 근성 그리고 이민자들이 겪는 문화적인 충격, 그리고 두 문화의 완충지대에서 일어나는 사랑과 야망 등 3대에 걸친 갈등구조를 너무도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간다.
예일대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조지타운 법과대학을 졸업한 뒤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2년간 일하다 2007년 ‘백만장자들을 위한 공짜 음식’이란 처녀작을 내놓으면서 작가로 변신했는데 그때 이미 전미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2017년에 출판한 파칭코로 그녀는 완전히 미국 문학계의 떠오르는 스타로 자리매김했다고 할 수있다. 두 개의 걸작이 학계에서 인정받으면서 앰허스트 칼리지로 부터 창작문학과 교수로 임명되었으며 지금은 한국의 입시지옥인 학원을 배경으로 한 제3의 작품을 쓰고 있다고 한다.
재미교포 2세 작가로는 이민진 작가 외에 1995년에 native speaker로 등단해서 헤밍웨이상을 받은 이창래 스탠포드 대학 창작문학과 교수가 있는데 그는 그 동안 7권의 책을 쓴 것이 모두 히트해서 미국에서 50명의 저명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힐 정도이다.
70년대에 순교자(martyred) 란 책을 써서 노벨 문학상 후보에 3번이나 올랐던 김은국(Edward Kim)재미교포 작가는 한국 작가들은 인류문제와 씨름하는 강도가 약하다라는 말을 했는데 바야흐로 대한민국의 자손들의 숨겨져 있던 잠재적인 재능이 이젠 경제적인 성장과 편승해서 보편적인 인류의 문제를 껴안을 수 있는 깊은 안목이 생기고 모든 분야에서 세계인들의 가슴속에 깊은 공명으로 다가오는 도약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