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 보험전문인
흘러가는 세월이 끝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과학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명제이기도 하다. 그만큼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철학이 끼어드는지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은 시간의 단위를 나누어 놓고 시작과 끝을 매기며 살아간다. 한살 한살 나이를 먹는 것도 시간의 단위를 나누는 방법의 하나다. 어떤 나이에 무엇이 시작되고 무엇이 끝나는가에 따라 거기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이다. 나이 65세쯤 되면 많은 사람에게 ‘은퇴’의 시기가 찾아온다. 미국에서는 은퇴의 시기가 되면 시작되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메디케어’와 소셜 시큐리티 연금 혜택이다. 이 중에 메디케어 혜택 시스템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메디케어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이 고시 공부를 하기보다 어렵다는 농담도 있다. 메디케어 혜택이란 문자 그대로 은퇴할 나이가 된 사람에게 주는 의료 혜택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은퇴자 건강보험이다. 정상적인 메디케어 혜택은 정확하게 65세부터 시작된다. 몸이 매우 아파 일을 할 수 없는 disability에 해당하는 사람에게는 메디케어 혜택이 65세 이전에 일찍 찾아오기도 하지만, 정상적인 신체를 가진 사람은 65세부터 메디케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메디케어 혜택은 미국에 합법적으로 5년 이상 거주한 사람 중, 65세가 넘거나 65세가 되지 않더라도 신체장애로 일할 수 없는 사람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거주한 기간이 5년 미만인 사람은 원칙적으로 메디케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거주 기간이 5년 미만인 사람은 오바마케어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다만, 미국에서 소셜 시큐리티 세금을 일정 기간 내서 소셜 시큐리티 크레딧 40점을 채운 사람은 적은 보험료를 부담하면 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정상보다 많은 보험료를 부담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다른 중요한 점은 나이가 65세에 이르고 미국에 5년 이상 거주한 사람으로서 메디케어 혜택을 신청하지 않으면 나중에 벌금을 내게 된다. 단, 65세가 넘었는데도 직장에 다니고 있으면서 직장 보험의 혜택을 받는 사람은 예외이다. 이런 사람은 직장을 그만둔 이후에 메디케어 혜택을 받기 시작하면 벌금을 물지 않는다.
참고로 소셜 시큐리티 세금에 관해 설명하자면, 근로소득(Earned Income)이 있는 사람은 근로소득의 15.3%를 FICA Tax로 내는데, 이 중에 2.9%는 메디케어 세금이다. 정부는 이 세금을 평소에 모았다가 메디케어 혜택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한 해에 이런 세금을 내면 최대한 4점의 소셜 시큐리티 크레딧을 쌓을 수 있다. 근로 소득이 아무리 높아도 4점 이상의 크레딧을 쌓을 수 없다는 뜻이다. 주의할 점은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낸다고 해서 모두 소셜 시큐리티와 메디케어 세금을 내는 것은 아니고, ‘근로소득’에 대해서만 소셜 시큐리티 메디케어 세금을 내므로 세금 보고할 때 근로소득으로 보고하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정부가 제공하는 메디케어의 혜택을 ‘오리지널 메디케어’라고 한다. 오리지널 메디케어는 파트 A와 파트 B로 이루어져 있으며 파트 A는 병원 시설을 쓰는 혜택이고, 파트 B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혜택이다. 이렇게 파트 A와 파트 B로 나눈 주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파트 A에 대해서는 보험료가 무료지만 파트 B에 대해서는 일정 보험료를 내게 되어 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대개 사람들은 오리지날 메디케어는 정부가 제공하고, 또한 평소에 소셜시큐리티 세금과 메디케어 세금을 평소에 많이 냈으므로 보험료를 따로 더 내지 않고 무료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오리지널 메디케어는 공짜가 아니라 정해진 보험료를 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즉 소셜 시큐리티와 메디케어 세금을 내서 소셜 시큐리티 크레딧 점수를 40점 이상 채운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은 보험료를 내고, 40점 이상 채우지 못한 사람에게는 많은 보험료를 물리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크레딧 40점을 채운 사람에게는 메디케어 파트 A 혜택을 무료로 주고, 파트 B 혜택에 대해서는 일정 보험료를 받고 메디케어에 가입시켜 준다. 한편, 크레딧 40점을 못 채운 사람에게는 파트 A에 대해 많은 보험료를 물리고 가입시켜 준다. 하지만, 파트 B에 대한 보험료는 소셜 시큐리티 크레딧 40점을 채우거나 채우지 못하거나 상관없이 동일하다. 즉 소셜 시큐리티 크레딧 40점 미만의 사람도 소셜 시큐리티 크레딧 40점 이상의 경우와 같은 액수의 파트 B 보험료를 내도 된다는 말이다. 참고로, 동일한 사람에게 물리는 파트 B의 보험료는 소득 수준에 따라 차이가 난다. 소득이 높을수록 더 많은 파트 B 보험료를 내게 된다는 말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오리지널 메디케어가 모든 의료 혜택을 제공해 주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오리지날 메디케어 파트 A에는 연간 디덕터블이 정해져 있어서 이것을 가입자가 부담해야 한다. 또한, 파트 B에는 연간 디덕터블이 있어서 이를 가입자가 부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의료비의 80%만 보상해 주기 때문에 가입자가 이를 따로 더 부담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오리지널 메디케어에는 처방약 혜택(파트 D)이 없다. 이런 부담을 줄여 주고 추가 혜택을 주기 위해 메디케어 파트 C(혹은 Medicare Advantage)와 메디케어 보충 보험(Medicare Supplement 혹은 Medigap)이 더 있다. 더구나 오리지널 메디케어 혜택을 받고 어드밴티지와 보충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나중에 혜택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벌금을 물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은 대개 병원에 별로 다니지 않고 처방 약도 복용하지 않는 사람에게 가끔 생긴다. 메디케어 어드밴티지에는 추가 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는 플랜이 많으므로 누구나 적어도 메디케어 어드밴티지에는 가입해 두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그래서 메디케어에서는 파트 A, B, C, D를 이해하여 두는 것이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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