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뉴스칼럼] 가난의 기억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2-22 09:09:30

뉴스칼럼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가난은 죄가 아니라 불편일 뿐”이라고 대개 말을 한다. 맞는 말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가난해서 빚을 못 갚으면 그 순간 죄인이 따로 없다. 큰 죄라도 지은 듯 주눅 들고 비굴해진다. 가난해서 먹을 게 없다면, 주린 배가 단순히 불편일 수는 없다. 사흘 굶은 사람 눈에는 보이는 게 다 밥이고 빵일 텐데, 그 정도면 불편을 넘어 죄로 연결된다. 장발장 케이스다.

 

“이 세상에는 배가 너무도 많이 고픈 사람들이 있어서, 신은 그들 앞에 빵의 형태로밖에는 나타날 수가 없다”고 마하트마 간디는 말했다.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을 가까이서 오래 지켜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근 1년에 걸친 팬데믹이 수많은 사람들을 빈곤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 기존의 빈곤층은 물론 별 어려움 없던 중산층까지도 먹을 것이 없어서 미 전역 푸드뱅크에는 줄이 끝없이 이어진다. 수요가 너무 많아 식품도 달리고 자원봉사자도 부족하다고 푸드뱅크마다 어려움을 호소한지 오래다.

 

세끼 식사 챙기기가 어렵다면 매달 전기료며 수도요금, 자동차 페이먼트며 보험료는 어떻게 할 것인가. 글로벌 시장연구 기업인 모닝 컨설트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달 납부금을 다 내지 못한 성인은 3,000만명이 넘는다.

 

이들 중 4분의 3에 해당하는 2,260만명은 300달러가 모자라서 납부금을 완납하지 못했고, 나머지 750만명 정도는 500달러 이상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를 토대로 모닝 컨설트는 연방정부 개인지원금 1,400달러가 나오면 수천만명이 납부금 불안 없이, 빚을 지지 않고도 서너 달을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니 바이든 경기부양책이 빨리 통과되어서 단 300 달러가 없어 가슴 졸이는 사람들의 숨통을 틔워주라는 주장이다.

 

최근 온라인 미디어인 버즈피드에 어린 시절 가난에 관한 네티즌들의 경험담이 소개되었다. 가난한 집에서 자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생생한 이야기들이다.

 

예를 들면 빚쟁이 불안에 시달리는 부모의 모습.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오면 부모님은 언제나 ‘샤워 중’이다. 그래서 대신 메시지를 받아둔다.” “누가 문을 두드려도 열지 않고, 전화가 와도 받지 않는다. 누군가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보면 절대 눈에 띄지 않게 숨어야 한다.”

 

어린 마음에 엄마를 걱정하는 애틋함도 있다. “학교에서 필드 트립을 가도 절대로 부모동의서를 집에 가지고 가지 않는다. 엄마가 5달러~ 20달러 때문에 (나를) 못 보내면서 죄책감을 갖게 하면 안 되니까.”

 

필드 트립뿐 아니라 웬만해서는 병원에도 가지 않는다. “열이 104도까지 오르거나, 뼈가 부러지거나, 썩은 이빨이 안 빠져나오는 한 병원에 가는 법은 없다. 지금 30대 후반으로 보험을 가지고 있는데도 여전히 병원에 가려면 망설여진다.”

 

점심 거르기는 다반사. “점심을 굶으며 ‘방금 아침을 먹어서’ 혹은 ‘곧 저녁 먹을 테니까’ 하며 둘러 댄다.” 그 마음이 오죽할 것인가.

 

그 외 “자동차에 절대로 개스를 다 채우지 않는다. 개스는 있는데 먹을거리가 없는 상황에 처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 시장을 보러갈 지 날짜를 정확히 안다. 푸드스탬프 나오는 날이다.” … ‘가난의 기억’은 이어진다.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말을 빌리면 많이 가진 자들에게 더 얹어주는 게 발전이 아니다. 너무 못 가진 자들에게 충분히 주는 게 발전이다. 가난은 불편이 아니라 상처, 참 아픈 경험이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추억의 아름다운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가르마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수필〉우리에게 불행해질 권리는 없다
〈수필〉우리에게 불행해질 권리는 없다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삶의 귀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던 순간이 있었다. '암'이라는 날 선 선고를 받던 그날, 나는 텅 빈 머릿속을 떠다니던 죽음의 공포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65세 미만 장애로 메디케어에 들어간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들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65세 미만 장애로 메디케어에 들어간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들

최선호 보험전문인  메디케어는 보통 65세가 되면 가입하는 연방 건강보험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65세 미만이라도 장애(Disability) 판정을 받고 SSDI(Social

[허니웨이 건강 칼럼] 프로폴리스편 3회- “아이도 괜찮을까요?”
[허니웨이 건강 칼럼] 프로폴리스편 3회- “아이도 괜찮을까요?”

온 가족이 함께하는 프로폴리스 사용법 프로폴리스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아이도 먹어도 되나요?”입니다.가족 모두가 건강을 챙기고 싶은 마음,그 마

[애틀랜타 칼럼] 건전한 불만은 세상을 이끄는 힘

이용희 목사 우리는 어떤 직업에 종사하는 한 그 일에서 만족을 찾아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자연스럽게 일에 적응하고 자신의 인생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만족이란 자신

[내 마음의 시] 영수는 눈먼 영희를
[내 마음의 시] 영수는 눈먼 영희를

월우 장붕익(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비밀 언덕으로어깨를 기대며서로 힘을 얻는다 버팀목으로묵묵히 견디어 낸다 대들보로세월의 무게에도휘어지지 않는다 뼈대있는 가문으로가족을 지킨다 앞

[빛의 가장자리] 얼음위의 고양이들

갑작스러운 한파로 얼어붙은 뒷마당에서 저자는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며 그들의 고단한 삶을 지켜본다. 따뜻한 집 안에서 보호받는 반려견과 대비되는 들고양이들의 처지를 통해 생존의 엄숙함과 생명에 대한 연민을 전하며 다가올 봄을 기다리는 희망을 담았다.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이민자 삶의 역경을 이기는 힘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이민자 삶의 역경을 이기는 힘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지금 이민자 삶이 위기에 처한 그 어느 때보다 대처하기 힘든 상황이 아닌가 싶다.한겨울의 바람 부는 황량한 벌판에 망연히 서 있는 자신의 모습에

[행복한 아침]  진위 여부, 거짓과 진실

김 정자(시인 수필가)   무슨 일이든 양쪽 말은 다 들어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사실 여부를 부풀려서 궁지로 몰아 넣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들. 저들의 전례 없는 말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이민자 삶의 역경을 이기는 힘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이민자 삶의 역경을 이기는 힘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지금 이민자 삶이 위기에 처한 그 어느 때보다 대처하기 힘든 상황이 아닌가 싶다.한겨울의 바람 부는 황량한 벌판에 망연히 서 있는 자신의 모습에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