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은 식품 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식품회사 마다 경쟁적으로 매달리던 신 제품 개발은 많은 경우 뒷전으로 밀렸다. 그 보다는 원활한 공급망 유지에 초점이 맞춰 졌다. 식품점 선반을 채우는 게 우선순위가 되면서 생산효율 제고가 선결과제가 됐다.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식품의 가지 수를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코스코의 푸드 코트나 맥도널드 등 패스트 푸드점들이 종전 메뉴를 대폭 축소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 식품업체는 80종이던 수프 종류를 절반인 40종으로 줄였다. 넬슨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이 덮치면서 지난해 6월 현재 수퍼 마켓의 상품 종류는 7% 가 줄었다고 한다. 마켓 선반에서 전에 있던 제품을 찾을 수 없다면 단종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팬데믹은 생산, 유통, 판매 사이의 갭을 확인시켜 준 계기였다. 그로 인해 공급 물량이 달리고, 소비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를 줄이기 위해 유통 과정에서 중간상인을 배제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농장 직거래를 통해 식품의 질과 물량을 확보하고, 공급 시간 단축을 꾀했던 것이다.
관심사항 중 하나는 팬데믹을 계기로 식품점들의 전통적인 상품진열 방식에 변화가 올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수퍼 마켓이 매장 앞쪽에 포장 식품을 배치하고, 정육부 등은 뒤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육류, 신선 야채, 베이커리를 매장 앞쪽에 전진 배치시키는 대신, 나머지 식품류는 매장 뒤쪽에 배치하는 안을 고려중인 업체들이 있다.
이렇게 되면 평균 22분이 걸리던 장보기가 10분으로 단축될 수 있다고 한다. 감염 우려 때문에 마켓에 오래 머물기를 꺼리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배치가 될 수 있다. 문제는 마켓에 따라서는 상당한 공사가 필요한 곳도 있다는 점일 것이다.
팬데믹과 관계없이 식품 재료의 투명성을 바라는 소비자들의 요구는 날로 커지고 있다. 육류라면 사육방법, 가공 공장의 환경, 종업원 처우 등이 관심사가 된다. 소비자가 사육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는 리얼 카메라를 제공하는 업체도 나오고 있다. 맛뿐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양심적 자본주의’ 에 대한 요구는 여전하다.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식물성 식품의 수요도 늘고 있다. 넬슨 조사에 의하면 식물성 대체우유는 판매가 19%, 식물성 가공 고기는 46% 늘었다고 한다. 콩으로 만든 버거 등 지난해 식물성 제품의 성장율은 두 자리 수를 기록했다. 녹두가 재료인 계란, 쌀가루와 코코넛 오일로 만든 베이컨도 나왔다. 소 우유와 아몬드 유가 반반 섞인 우유, 콩과 쇠고기 단백질을 같은 비율로 만든 버거도 출시됐다.
면역성 제고 등을 내세운 기능성 식품은 더 다양해지고 있다. 집중력을 높여 준다는 버섯 제품, 강장제 역할을 하는 약초를 넣은 스낵 바, 면역 향상기능이 있다는 비타민 B12가 든 다크 초콜렛도 나왔다.
특히 기능성 음료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수면을 돕는 멜라토닌 첨가 음료, 상온 보관이 가능한 콤부차, 알코올 섞은 차에다 장내 좋은 세균인 프로바이오틱스를 첨가한 발효 콤부차 등도 선보였다.
한 음료업체는 숙면을 돕는 야간용 무탄산 음료를 개발해 스트레스 많은 소비자를 노리고 있다. 차에 들어 있는 아미노산 성분과 같은 L 테아닌을 넣은 음료, 면역력 개선에 효과가 있다며 대마 추출물이 포함된 CBD 오일이 첨가된 음료도 나왔다.
하지만 새로 나온 기능성 식품과 음료를 살 때는 성분표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프로틴이나 비타민 C 가 첨가됐다며 설탕 성분이 많거나, 비타민이 스쳐 지나간 정도의 제품 등은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