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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칼럼] ‘화이트워싱’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1-21 10:10:27

뉴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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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에 대한 인간의 인식에는 그 사회의 가치가 투영돼 있다. 색에 따라 숭배와 우월감의 표현이 되기도 하고 편견과 차별이 배태된 상징이 되기도 한다. 특히 검은색은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색으로 받아들여진다. 대체로 죽음, 부정, 저항 등 어두운 느낌을 담는데 사용되곤 한다. 종교에서는 지옥을 상징하는 색으로 많이 언급된다.

 

아주 오랫동안 역사를 관통해온 색에 대한 편견은 알게 모르게 오늘날 우리의 의식에까지 여러 모습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는 것이 이른바 ‘검정개 신드롬’이라는 현상이다.

 

동물보호소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많은 개들의 입양 속도를 관찰해 보면 다른 색의 개들에 비해 검은 색 개들의 입양이 가장 늦거나 아예 입양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실시된 여러 조사들에서 한결같은 결과로 나타났다. 고양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검은 색에 대한 무의식적인 기피와 거부감이 개를 입양하는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입양해 한국의 ‘퍼트스 독’이 된 토리는 검정색 믹스견이라는 이유로 2년 동안이나 가족을 만나지 못하다가 대통령의 선택을 받아 ‘견생역전’을 이뤘다. 그만큼 검은색에 대한 편견은 알게 모르게 널리 퍼져있다.

 

검은색과 가장 대비되는 색은 흰색이다. 흰색은 검은색과는 너무나도 다른 대접을 받아왔다. 깨끗함과 신성함, 그리고 순수함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돼 있다. 이런 이미지 때문에 종교에서도 흰색을 적극적으로 차용한다.

 

그러다보니 검은색 등 다른 색들보다 흰색을 선망하는 조류가 여러 문화권에 깊은 뿌리를 내렸다. 여성들이 희고 뽀얀 피부를 갖고 싶어 하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인도는 여성들의 흰 피부 선호가 유달리 심한 나라이다.

 

인도 여성들의 흰 피부 선호는 ‘과대 집착증’이라 부를 만할 정도다. 신문에 실리는 결혼 광고를 살펴보면 ‘흰 피부’를 자랑거리로 내세우는 신붓감들이 적지 않다. 인도는 흰 피부와 높은 코를 우월한 신분의 상징으로 여겼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다 영국의 식민지시기를 거치면서 흰 피부색에 대한 선망과 사회적인 가치는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알게 모르게 흰색을 더 우월하고 중요한 색으로 여기는 의식은 세계 영화업계를 지배하는 할리웃을 아주 오래 지배해온 배타적 관념이기도 하다. 그것을 상징해 주는 단어가 ‘화이트워싱’(whitewashing)이다.

 

‘화이트워싱’은 유색인종 캐릭터를 백인으로 바꾸는 것을 뜻한다. 다른 나라와 타 인종을 무시하면서 오로지 백인들의 입맛에 맞게 왜곡하는 차별행위다. 백인우월주의가 팽배하던 시절 할리웃의 이런 행위는 당연한 관행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할리웃 영화시장이 전 세계로 확대되고 인종편견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점차 달라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2월호 보그 표지모델로 선정된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사진을 두고 ‘화이트워싱’ 논란이 벌어졌다. 지나치게 밝은 조명을 써서 자메이카·인도계 유색인종인 해리스를 마치 백인처럼 보이도록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비판이 이어지자 보그 측은 일부러 피부색을 밝게 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보그 측 해명의 진위는 확인할 길 없지만 해리스의 표지 사진이 그녀의 진짜 피부색보다 희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논란이 계속된다는 것 자체가 피부색에 대한 우월의식과 피해의식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지사진 논란을 지켜보면서 앞으로 해리스가 해야 할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녀가 얼마나 훌륭하게 부통령의 역할을 수행해내느냐에 따라 인종적 배경과 피부색, 그리고 여성의 능력에 대한 일반의 인식도 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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