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작품이 출시되면 단번에 누구 작품인지 일아 볼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한 색감의 스테인리스 소재는 이제 그 만의 시그니처로 다가옵니다. 바로, 키치 미술의 거장 제프 쿤스 Jeff Koons(1955~ ) 입니다.
제프 쿤스는 사람들의 니즈(Needs)를 잘 읽는 작가입니다. 그의 거대한 조형물을 보며 심각하게 팔짱을 끼고 예술적 가치를 논하기보다는 삼삼오오 모여 작품을 관람하는 즐거움 그 자체에 치중한 듯한 모습을 추구하는 그는 자신의 작품이 대중적으로 다가가기를 원합니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선물, 어린아이, 반려동물, 하트, 어린 시절. 이런 키워드가 떠오르지요. 누구든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킬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낙천주의’ 를 느낄 수 있는 상징화된 작업물입니다. 거창한 예술관과 엄숙주의를 탈피하여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 그의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그의 작업은 '작품'이 아닌 그저 화려하고 팬시한 ‘상품’ 이라고 조롱하기도 하고 아티스트가 아닌 비즈니스맨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평론가들의 시선과 키치적이라는 표현까지 모두 노이즈 마케팅으로 활용하여 평범한 상품을 예술품으로 격상시켜 히트시키는 영리한 인물 입니다.
제프 쿤스의 작품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그것은 철저히 개인 취향이지만 그의 그만의 자신감과 사고방식에 흥미를 갖게 되는 건 사실입니다.
당신 작품은 왜 비싸며 그렇게 비싸게 팔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사람들이 물으면
“미술가로서 나한테 중요한 건 ‘참여’입니다. 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경제적인 수치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의 삶을 축하하고 우리가 무엇이 될 수 있고 어떤 걸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죠. 한마디로 초월의 수단으로서의 가치가 예술작품으로서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작품은 한국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데 2009년 삼성그룹 미술관 리움에는 '리본 묶은 매끄러운 달걀'(Smooth Egg with Bow)이 있었고, 2011년엔 신세계 미술관 본점 옥상에 '세이크리드 하트'가 전시 되었고, 현재 인천 영종도 인천공항 인근 복합 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의 전시공간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 에도 그의 작품인 ‘게이징 볼-파르네스 헤라클레스’(2013년)가 상설 설치되어 있습니다.
게이징 볼’ 연작은 지난 2014년부터 쿤스가 중점적으로 만들어온 작품으로 유명한 고전 명화나 조각상의 복제물에 동그란 파란색 유리구슬(게이징 볼)을 붙인 것입니다. 거울 같은 볼에 비춰진 관객들의 모습과 작품•주변 공간을 통해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안겨주는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이번에 나온 출품작은 석고로 만든 로마시대 풍 헤라클레스상의 어깨 위에 볼을 붙여서 잘 부스러지는 석고 소재로 힘센 신화 속 영웅을 담았다는 모순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지난 15일 제프 쿤스의 '토끼'가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수수료를 포함해 9천107만5천 달러(약 1천85억 원)에 낙찰됐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영국 출신 현대 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회화 '예술가의 초상'이 보유한 종전 생존 작가 최고가 기록을 반 년 만에 재 갱신한 것인데 제프 쿤스로서는 '살아있는 가장 비싼 예술가'라는 타이틀을 되찾아온 결과라고 한다는 군요.
조수에게 아이디어를 주면 공장에서 전부 만들어내는 작품이 수백억원의 가치 있나 하며 논란이 되고 있지만 현대 사회의 불안 치유가 된다고 극찬하는 팬들도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그에 대해 비판적인 평론가들조차 제프 쿤스 없이는 미국 현대미술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하니 살아 있는 현대 미술의 대가는 확실한 듯 합니다.
게이징 볼 - 파르네스 헤라클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