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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아침] 4월을 떠나보내며

지역뉴스 | 사설/칼럼 | 2019-04-27 21:21:33

칼럼,김정자,행복한아침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봄 바람이 불어오고 꽃잎이 눈부시게 흩날렸었는데, 쌀쌀하고 짓궂기까지 했던 잦은 봄비로하여 형편없는 날씨 탓만하다가 지쳐가던 4월이 아니었던가 싶다. 회복 될 수 없을 것 같았던 차가움과 황량함을 동반한 3월의 벽을 허무는 봄의 절정 4월은 그야말로 기운차게 군림하듯 대지를 점령해도 마땅할 것이라는 칭송이 아지랑이에 묻혀버리기도 전에 어느새 4월이 훌쩍 저물어가고 있다. 4월은 풍요의 농도를 조율해가며 인생들을 순화시켜 주었다. 넘치지도 않으며 그리 인색하지도 않으며 매마른 대지에 희열을 불어넣으며 신록을 키워내고는 떠날채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4월은 생의 겨울을 벗어내라며 긍지와 보람을 심어주어야한다는 일념으로 제몫을 다했다.나른한 봄기운에 긴장이 풀어지는 즈음이라 시간의 힘이 새삼 두꺼운 근력처럼 느껴진다. 따뜻하고 부드러움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어 왠지 단조로움을 탈피하고 싶은 충동이 고물거린다. 정한 데 없이 떠나고 싶어진다. 꽃길을 걸어도 좋고 유적지를 찾아 나서도 좋을듯 싶다. 세월의 물결이 이랑을 이루듯 급물살을 타고는 여름을 불러내듯 찝적대며 소환하려는 눈치다. 언제쯤이 황량한 겨울이었는지 가늠이 어려울만큼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고 있다. 떠나는 4월은 이미 봄이 아니다. 4월의 공동주제는 봄타령이었는데.

4월과 5월은 마치 환승역에서 기차를 갈아타듯 서로를 향해 미소를 주고받고 있다. 4월과 5월은 그 다채로움의 눈부심과 근접할 수 없는 각기 두드러짐은 감히 비교할 수 없음이다 . 빛밝은 환함을 발산하는 빛부신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이미 받아둔 터인데 반해 TS 엘리옷의 시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4월이 가면 생명의 기운 되찾고 / 줄어가는 영혼들이 새롭게 소생하는 / 찬란한 5월이 오기 기대한다’ 고 표현했던 것 만큼 곱고 아름답다는 말로는 영낙없이 5월로 부터 눈흘김 받을 것 같다. 4월도 5월도 봄인 것을 별다르게 판이한 구분이 무슨 소용일까 싶지만 4월에는 잊지말고 기억하자는 노란 리본이 생각나는 달이다.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했지만 4월이 품어야했던 상실과 실망과 아픔과 좌절을 감히 어찌 가늠이라도 할 수 있을까. 그 애도와 분노를 3월도 5월도 동참해 줄 수 없는 지경이 테두리를 두르고있는 탓에 ‘4월이여 외로운 객정을 무던히도 잘 견뎌왔구나’ 지친 4월을 토닥여주고 싶다. 4월에 머무르는 동안 서로 다른 빛깔의 모습이지만 서로 엉기지 않으며 밀어내지도 않으며 멈추거나 내달음하지도 않으며 말없이 젖어드는 어우러짐이 깃들었던 아름다운 4월이라서 조촐한 고별연을 마련해줌이 마땅할 것 같다.  

요절이나 돌아섬이 아닌 애틋한 고별이지만 다음 해 이맘때 쯤의 해후상봉을 기다림할 수 있는 것이라서 기약없음도 아니요 우연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기에 떠나는 4월의 손을 쉽게 놓아줄 수 있을 것 같다. 헤어짐의 연민조차에도 자연이 베풀어준 선의와 호의로 받아들이려 한다. 볼품없는 매마름으로 부터 4월다운 운치있는 풍경을 연출하며 산야가 연록으로 어우러지기까지 정성과 사랑을 쏟아부었다. 매일을 조금씩만 서두르며 넉넉한 여유로음을 만끽하는 4월로 살아내라고 혹한도, 혹서도 아닌 순후함으로 일상을 다독여 주었다. 은근과 긍지와 보람의 흔적을 어질게 가늠해 주었던 4월은 고요롭지만 환희로 열정으로 가득했고 매듭으로 새로움을 열어주는 의미로움이 숨겨져있었다. 해가 바뀌어도 새롭듯 기다려지는 4월이라서 4월에 생일을 맞는 긍지가 뿌듯하기 이를데 없음이다. 

쏟아지는 햇살 속으로 솟아오르고 싶기도하고 살아있음이 눈부시고 벅차서 솟구치는 충동의 진액이 숨막히도록 출렁인다. 4월의 대지를, 한없이 맑은 하늘을 마음껏 누릴 수 있음에도 감사가 우러난다. 나이만 먹어버린 것 같은 어색함으로 눅눅헤진 마음 밭에 다시금 4월이 돌아오기까지 살며시 가만가만 그리움으로 씨앗을 심어 진실과 평화가 열리는 평화의 싹을 키워내려한다. 4월을 떠나보내는 최선의 배웅이라 여기며. 마음에 심은 씨앗을 키워내노라면 세상 메마름을 촉촉히 적시어줄 소망이, 싱그러움이, 푸르름이 고여갈 것이다. 속임수와 위선, 눈가림과 무망이 한풀 꺾이는 세상을 꿈꾸며 4월이 돌아오기 까지 희망을 이야기하며 계절들의 초대를 정중하게 반기리라. 계절마다의 노래들을 부드러운 바람에 실어올리노라면 어두운 절망의 그림자나 역겨움이나 불의는 발을 붙일 수 없을 것이다. 4월이 마냥 천진스런 표정으로 화창하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봄 볕에 세상이 지워준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긍정과 희망의 꿈을 심어주고  떠나는 4월의 푸른 메세지를 향해 꾸벅 멋쩍은 인사를 건넨다. 실은 정중하게 석별의 아쉬운 정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봄은 하냥 농익어가는데 4월과는 안녕을 고해야 할 시간이다. 4월이 떠난 자리처럼 생을 떠나는 자리도 4월을 닮은 훈훈한 아름다움이 깃들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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