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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만큼 껄끄러운 자녀와의 ‘돈 이야기’

미국뉴스 | 사설/칼럼 | 2018-12-08 18:18:19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뉴저지주 콜츠 넥에 거주하는 제니퍼와 데이빗 벅월드 부부는 두 명의 자녀에게 가족 소유의 재산에 대해 언제, 어떻게 이야기해주면 좋을지 한동안 고민했다. 부부는 14살과 12살 된 자녀가 모두 혼자 힘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확실한 동기를 부여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남편 데이빗은 자녀들이 현재 살고 있는 부자 동네에서 자라면 나중에 다른 세상도 다 그럴 것이라고 믿게 될 까봐 걱정이 컸다.

모두 심리학 전공자인 부부는 재정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자녀들과 재정 관련 대화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가 늘 고민이었다.  부부는 드디어 올해 자녀들과 대화를 시작하기로 굳은 결심을 했다. 제니퍼는 “계획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각종 보험 상품에 가입해 있다”라며 “그러나 돈을 벌고 절약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놓고 자녀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데이빗도 “아이들이 재정 문제로 부모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하찮은 일로 여겨 처음에는 대화의 문을 열기가 쉽지 않았다”라고 인정했다. 

추수감사절 저녁 테이블은 가족의 가치와 돈에 대한 교훈을 가족들에게 전달하기에 좋은 기회다.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연말 기부를 실행하는 사람을 소재로 재정 관련 대화를 자연스럽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말 연휴 기간은 사람들의 감정이 충만해지는 시기라서 자녀와의 대화 시기를 연말 연휴 이후로 정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전문가들은 또 대화의 시기만큼이나 대화에 임하는 가족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전 계획 없이 섣불리 대화를 시작하지 말고 일방적인 대화보다는 가족의 의견에 귀 기울이려는 자세가 대화의 성공 요건이다. 

대화를 시작하기 전 부모의 첫 번째 단계는 재정 문제로 자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껄끄럽다는 생각을 극복하는 것이다. 돈 문제로 자녀와 이야기하는 것은 성을 주제로 한 대화만큼이나 부모의 손발을 오글거리게 할 수 있다. 가족기업 컨설팅 업체 ‘블럼&사블로프’의 제프 사블로프 창업자는 “가족의 돈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라며 “이른 시기에 너무 무거운 주제가 될 수도 있다”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다소 당황스럽더라도 첫 번째 단계를 거친 다음에는 가족의 이야기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좋다. 자문업체 ‘세이지 퓨처 파이낸셜’의 도나 스킬스 시건 대표는 “우리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라며 “가족이나 친척 중 자녀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면 좋다”라고 강조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반드시 재미나거나 성공 스토리일 필요는 없다. 데이빗은 두 자녀에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 대해 들려줬다고 한다. 데이빗은 또 사블로프 창업자의 조언에 따라 미국 금주법이 시행되던 시절 주류 밀매점을 운영했던 친척의 사연도 자녀들에게 이야기해줬다. 교훈이 될만하다고 판단되면 자녀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줄 때 효과가 크다. 

뉴멕시코주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스테파니 에라스는 딸이 파트 타임직으로 근무하는 업체 파네라 브레드에서 직원에게 제공하는 복리 후생 시스템을 딸과 절약을 주제로 한 대화를 시작하는 기회로 삼았다. 딸의 회사에서 제공하는 401(k)의 회사 측 분담금과 동일한 금액을 딸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딸의 저축 습관을 최대한 유도하려고 노력했다. 그뿐만 아니라 남다른 절약 정신을 몸소 실천한 자신의 부모의 삶을 딸과 나누기도 했다. 에라스는 “내 어머니는 ‘반드시 대학을 졸업해서 좋은 직장을 얻어야 한다’라고 말한 적이 없다”라며 “대신 ‘혜택 제도가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다. 어머니의 이 같은 가르침이 분수에 맞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깨닫게 해줬다”라고 회상했다. 에라스는 딸이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라는 반응을 보이면 딸의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그렇지만 돈이 있어야 필요한 물건과 네가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다”라며 해당 물건을 일일이 적어서 보여주기도 했다. 

앨버커키에 거주하는 리사 빌헨은 그녀가 입양한 세 딸과 재정 결정과 관련된 대화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대화를 시작하기에 가장 적당한 시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빌헨은 “자녀들이 재정에 대한 조언을 구하면 친절하게 가르쳐주면 되지만 부모가 먼저 나서서 조언을 해주면 안된다는 것을 오래전에 배웠다”라고 말했다. 에라스와 올해 세상을 떠난 남편 스캇은 그들이 배운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며 자녀들에게 가르쳤다. 부부는 미국 남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건축업으로 꽤 큰 성공을 거두었다. 에라스는 “많은 부를 쌓았지만 고급차 대신 평범한 차량을 운전하며 분수에 맞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지난 삶을 회상했다.

자녀들은 인터넷을 통해 부모 소유의 집과 차량의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잘 알고 있다. 때로는 친구 부모가 소유한 재산과 비교하는 일도 흔하다. 부모가 소유한 재산과 실제 소득에 대해 자녀에게 알려줄 시기를 결정하는 일은 전적으로 부모의 몫이다. 자녀와 재정 상황에 대해 상의하는 시기는 자녀가 재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해할 만큼 성숙하기 전에 찾아 오기도 한다. 벅월드의 두 아들 중 한 명은 아버지가 얼마나 버는지 종종 물어본다고 한다. 그러나 벅월드는 아직 가족의 수입에 대해 이야기해줄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두 아들과 생활비에 대한 상의는 시작했다고 한다. 벅월드는 “실제로 지출되는 비용을 알려줄 때 자녀들의 이해가 빠른 편”이라고 자신의 경우를 설명했다. 

사블로프 대표는 자녀와 상의는 계획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블로프 대표는 자녀와 재정과 관련된 상의에 앞서 간단한 게임부터 시작한다. 테이블에  간식거리인 리커리시 100개를 한 줄로 놓은 뒤 ‘세상에는 우리가 가진 리커리시보다 많이 가진 사람, 적게 가진 사람들이 있다’라고 말하며 자녀들의 대화로 끌어들인다. 그런 다음 자녀들에게 우리 가족이 가졌다고 생각되는 것만큼 가져오라고 하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 테이블에 남는 리커리시 숫자는 5~10개 정도라고 한다. 사블로프는 “몇개가 남던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내가 가져온다”라며 “가위로 마지막 남은 한개를 더 이상 자를 수 없을때까지 계속 반씩 자른 다음 아이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묻는다”라고 설명했다. 사블로프 대표에따르면 이 같은 게임을 통한 대화가 아이들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에 대해 논리적인 대화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 

자녀들과 돈에 대해 언젠가는 상의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그 시기를 늦추는 부모가 많다. 그러다가 자녀가 성인으로 성장한 뒤에는 자녀들과 돈 문제로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뉴 멕시코 주에 거주하는 자넷과 밥 세리에 부부가 바로 그런 경우다. 70대에 접어든 부부는 젊어서 열심히 일한 덕분에 50대에 은퇴할 수 있었지만 세 아들에게 재정 교육을 실시할 시기를 놓쳤다. 그러나 부부는 이미 성인이 되어버린 아들 대신 최근 손자들을 대상으로 자녀들에게 하지 못했던 재정 교육을 시작했다. 웰스파고 어드바이저의 로널드 롱 인허가 부서 책임자는 “때로는 재정 서류와 건강 보험 서류, 그리고 각 계좌의 비밀번호를 잘 정리하는 습관을 가르치는 것에서부터 자녀와의 상의가 시작될 수 있다”라며 “이번 연말 쇼핑 시간을 조금 줄이고 자녀들과 재정에 대해 상의하는 계기를 갖도록 당부한다”라고 조언했다. 

성교육만큼 껄끄러운 자녀와의 ‘돈 이야기’
성교육만큼 껄끄러운 자녀와의 ‘돈 이야기’

뉴저지주 콜츠넥에 거주하는 제니퍼·데이빗 벅월드 부부가 자녀들과 재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Joshua Bright for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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