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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18-05-10 19:19:49

칼럼,에릭박,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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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an)는 스릴러가 있다. 토미 리 존스와 하비에 바뎀의 긴장감 넘치는 열연이 돋보이며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등  4개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좀 난해한 스토리지이긴 하지만 늙는다는 것은 "단지 육체적인 노쇠함을 말하는 것인가?"라는 삶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더욱 강렬하고 정교하게 의미를 전달하고자 배경 음악이 없이 만들어졌으며 등장인물들 가운데는 과거의 연륜과 경험만을 강조하고 현실을 부인하고 아집을 버리지 못하는 노인들도 등장한다. " 세월을 막을 수는 없는 거야. 너를 기다려주지도 않아, 그게 허무야"라는 대사가 슬프게 와닿는다. 

세상은 더 이상 노인의 경험이나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노인을 공경하거나 관심을 갖지도 않는다. 

사실 노후를 편하게 보내야 하는 노인들이지만, 그들의 국가에 대한 경제적 기여도나 사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던 그들의 노고는 잊히고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사회에 부담만 안겨주는 존재로 부각되는 안타까움이 있다. 전통적 대가족 제도가 해체되고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경제적으로 보호 받을 수 있는 안전망이 없어졌다. 생산성 위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에서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은퇴 노인들은 국가에 부담이 되며 공적 연금 문제는 젊은 세대의 짐으로 여겨지면서 세대간의 갈등의 골도 더 깊어지고 있다.

플로리다 올랜도 인근에 더 빌리지(The villages)라고 하는, 55세 이상이 되는 사람들만 입주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있다. 미국서 가장 잘 알려진 은퇴인의 도시이며 인구 증가율 또한 가장 높은 곳으로, 현재 72,000여 명의 주민들이 여유롭게 살고 있으며 평균 연령이 71.5세로 90% 이상이 백인 주민들로 구성되어있고 다수의 골프장, 은행, 오페라극장, 슈퍼마켓, 병원, 운동 경기장, 평생 교육 학교, 나이트클럽, 미술관, 신문사 그리고 방송국까지 있는, 웬만한 도시보다 사회 인프라가 잘 갖춰진 노인들의 나라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일부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단점도 있다.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한인 타운도 은퇴한 한인들이나 타 인종 은퇴자들이 많이 이곳으로 이주하는 것을 고려할 때 "더 빌리지" 와 비슷한 순수 은퇴자들의 커뮤니티를 건설하게 된다면 부동산 개발 업체에서도 상당한 수익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은퇴자들에게도 좋은 수혜가 될 것은 당연할 일이다.

은퇴한 후의 극복해야 할 중요한 요소로 꼽는 대표적인 것이 외로움이다. 외로움은 극복해야 할 문제로 여기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드려야 하는 현상으로 생각해야 한다.  

" 103세 돼서야 알게 된 것- 인생, 혼자라도 괜찮아"는 일본인 여성 시노다 도코 씨의 저서이다. 그녀는 평생 혼자 살며 외로움과 고독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녀는 "자신의 발로 혼자 서 있는 사람은 타인에게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의지하면 인생은 최후까지 내 것이 된다"라며 혼자 살면서 터득한 자신의 체험으로 사람들에게 조언한다.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디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 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겠습니다." 조병화 시인의 "의자"라는 시의 끝부분인데 물러 날 때를 미리 생각하고 세대교체의 당위성을 잘 표현한 느낌이 든다. 젊어서 삶의 앞쪽, 가까운 쪽, 좋은 것 만 보기를 원했다면  나이 들어서는 좀 더 뒤쪽 더 먼 쪽 그리고 원치 않은 것도 보는 자세,  세상의 중심에 있는 듯한 생각과 행동을 멀리하고, 참여와 간섭보다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관조하는 자세로 삶을 사는 것이 더 멋있다는 생각을 한다. 

현실적으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지정학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존재하지는 않는다. 노자는 가장 위대한 삶의 가치는 물처럼 사는 것이라며, 물은 부드럽지만 강한 존재라며 말하면서, 도덕경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표현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이 휘호를 직접 써서 당시 오바마 대통령 생일 선물로 주어 화제가 되었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않고, 모든 이가 싫어하는 낮은 자리로 흘러간다는 뜻으로, 삶의 후반기를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간다면 나만의 편안하고 여유 있는 삶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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