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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나답게 산다는 것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6-04-13 10:17:45

수필,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내 인생에 대한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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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알람처럼 지저귀는 새소리에 새벽잠에서 깨어나, 커피포트의 물 끓는 소리로 하루를 연다. 투명한 햇살이 눈부신 아침, 정성스레 내린 커피 한 잔을 들고 뒤뜰 숲을 마주하기 위해 선룸으로 향한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아 창밖을 오래도록 바라보다 보니 우리 집 뒷마당에도 나름의 자연의 법칙과 질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날개를 파닥이며 나뭇가지 사이를 빠져나온 새들이 담장 위 물그릇에 부리를 담갔다 푸드득 하늘로 솟구치면, 지붕 위에서 눈치를 살피던 다람쥐들이 내려와 두 손을 비비며 그 자리를 지킨다.

 

명상이라기보다는 그저 넋을 놓은 듯 앉아 시간을 보낸다. 시장기에 슬며시 아침밥 생각이 들 때쯤이면 기웃거리던 이웃집 강아지까지 어느새 들 고양이 밥그릇에 슬그머니 합류한다. 불청객의 등장에 잠시 소란스러웠던 뒤뜰에 다시 고요한 평화가 내려앉는다. 이 정적 속에서 즐기는 달콤한 사유는 내 마음을 온전한 행복감으로 채운다.

 

가끔씩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나답게 살고 있는 걸까?’

 

남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해보는 것. 사회적 기준이나 타인의 박수를 갈구하는 대신, 내 내면에 존재하는 본질을 찾아내어 음미하는 것. 그리하여 미처 몰랐던 ‘나다움’을 발견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것. 이러한 소소한 노력들이 과연 내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 걸까.

 

아직 인생철학을 온전히 깨달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답게 산다는 것은 적어도 일상 속에서 스스로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일이라 믿는다. 지금 느끼는 이 만족감 끝에는 때로 후회도 스민다. ‘조금 더 일찍 가면을 벗고 내면을 들여다보았더라면, 정신적인 풍요를 누리며 더 멋지게 살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앞선다. 그럼에도 아직 그렇게 살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요즘은 양로원의 두 어르신 사이의 갈등 때문에 어찌해야 할지 난감하다. 자신의 처지를 실제보다 더 불행하다 여겨 사소한 일에도 신경이 곤두서니 남과 마찰이 쉽게 생긴다. 굳어진 신념으로 용납할 수 없는 현실, 노화에서 오는 열등감과 우울함. 이렇듯 마음의 여유를 잃은 상태에서는 타인과의 건강한 소통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부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을 누군들 곁에 두고 싶어 할까.

 

세상의 모든 오해는 남들도 나와 같을 것이라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내가 이러하니 상대도 이럴 것’이라 믿었던 마음에 틈이 생기면 실망과 미움이 스며든다. 쌓이는 오해는 결국 나다움을 잃어버리고 감정에 치우쳐 살게 한다. 두 할머니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렇게 지나가는 그 시간들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다툼의 모습 또한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더 나이가 들고 생각이 굳기 전에, 여유롭고 자신 있게 나를 지키며 사는 법을 배워야겠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나답게 산다는 것. 정작 ‘나다움’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어찌 남과의 다름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겠는가. 내게 남은 세월동안 무엇을 어떻게 해야 나답게 사는 법을 찾아내어 ‘나다움’을 즐기며 살 수 있을까. 더 늦어지기 전에, 한 번쯤은 깊이 사유하며 내 삶의 본모습을 들여다보는 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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