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김 법무사
추방명령을 받은 후 연방항소(전미항소법원, Federal Court of Appeals)로 사건이 넘어간다는 것은, 단순한 불복 절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2025년 현재 이민정책의 강화, ‘연속적 신원검증(continuous vetting)’ 확대, 형사기록과 체류기록의 자동 연동 등으로 인해 항소 단계는 과거보다 훨씬 더 법률적 정밀함이 요구되는 영역이 되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복귀 움직임과 DHS·DOJ의 공동 내부지침 개정이 맞물리면서, 연방항소는 단순 감정적 호소가 아닌 ‘법적 오류(Legal Error)’ 증명 중심 전략으로 완전히 재편되는 흐름이다.
연방항소는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는 장소가 아니다. 이는 많은 이민자들이 오해하는 부분이지만, 항소법원은 사실 심리를 다시 하는 기관이 아니다. 이미 이민법원과 BIA에서 확정된 기록(Record of Proceedings)을 바탕으로, 판사가 ‘법적 판단 과정에서 잘못된 기준을 적용했는지’, ‘재량권 행사에서 합리적이지 않은 판단이 있었는지’, ‘절차적 권리(Due Process)가 침해되었는지’만을 검토한다. 즉, 연방항소의 승패는 처음부터 끝까지 “법률적 구조를 어떻게 잡았는가”에 달려 있고, 그렇기 때문에 초기 브리프 작성이 사실상 사건의 절반 이상을 결정한다.
특히 추방명령의 사유가 범죄(Crime Involving Moral Turpitude, DUI·DV·약물·절도 등), 허위진술, 장기불법체류, F-1 유지 실패 등일 경우, 항소 전략은 각각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 단순한 DUI가 문제라면, 2024~2025년 판례 경향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DUI 자체는 도덕성 범죄(CIMT)가 아니라는 점”, “하지만 공공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경우 DHS가 재량권을 좁게 적용한다는 점”이다. 반대로 체류기간 기산 오류·NTA 날짜 기재오류 등 절차적 문제라면, 이는 ‘Due Process Violation’ 주장으로 재구성해 항소의 핵심 논점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연방항소는 사건 하나하나를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법률의 체계’로 재정렬하는 싸움이며, 이 단계에서 법률가의 역할은 증거 모으기가 아니라 논리 구조를 재해석하는 데 있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항소 중에도 DHS가 병행하여 진행하는 신원확인·행정조치 리스크다. 과거에는 항소만 걸어두면 일정 기간 보호막이 생기는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2025년의 시스템은 사건이 항소 중이라도 I-485·I-765·NIW 심사, 재입국 심사 등 다른 사안에서 기록이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바뀌었다. 따라서 항소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버는 것’이 아니라, ‘추가적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법적 오류를 짚어내는 긴 호흡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항소의 핵심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법원 기록(ROP)의 구조적 오류를 찾아내는 일이다. 판사의 오해, 잘못된 사실 적시, 불충분한 분석 등은 모두 항소의 근거가 된다. 둘째, BIA가 법리를 잘못 적용한 부분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총체적 증거 평가(“totality of circumstances”)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주장은 최근 항소에서 자주 채택되는 논점이다. 셋째, 절차적 권리 침해를 정밀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통역 오류, 충분한 준비시간 미부여, 부당한 증거 배제 등의 문제는 연방항소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연방항소는 “포기한 주장”을 다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민법원이나 BIA 단계에서 주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근거를 뒤늦게 꺼낼 수는 없다. 그래서 BIA 단계에서부터 항소를 염두에 둔 문장 구성과 기록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항소는 시간이 길고, 비용도 적지 않으며, 승률도 높지 않다. 그러나 법률적 오류가 명확한 사건, 절차적 위반이 뚜렷한 사건, 그리고 잘못된 재량권 적용이 있었던 사건이라면 항소가 결과를 바꾸는 마지막 통로가 된다.
연방항소는 감정이 아니라 구조의 싸움이고, 억울함이 아니라 법리의 싸움이다. 추방명령 이후의 연방항소는 2025년의 강화된 체계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법적 안전장치’이며, 이민자의 권리를 되찾는 가장 정교한 절차다. 준비와 기록, 그리고 전략이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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