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시와 수필] 93세 친정 어머니, 92세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 73세 며느리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11-03 10:30:10

박경자, 시와 수필,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박경자 (전 숙명여대 미주총회장)

 

휴스턴에 사는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배님, 우리 집에 경사 났어요!" "응? 무슨 일인데?"

후배는 설레는 목소리로 "시어머니, 친정 어머니를 우리 집으로 모시기로 했어요"라고 말했다. 노인 한 분 모시기도 힘든 세상에, 두 분을 모시게 되었다는 말에 놀라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더니, 후배는 생각보다 재미있다며 웃었다.

"어머니들이 마치 유치원생들 같아 귀여워요. 병원에 가는 게 좀 힘들뿐, 멀리서 걱정하는 것보다 한결 맘이 가벼워요."

시어머니의 '시'자가 싫어서 시금치도 안 먹는다는 농담이 나오는 세상에, 이 얼마나 아름다운 경사인가.

 

이 아름다운 후배는 나의 숙명여대 영문과 후배인 심지수다. 몇 년 전 휴스턴 폭풍으로 집을 송두리째 잃었던 아픔을 겪었지만, 그녀에게서는 삶에 시달린 흔적도, 가난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가끔 전화를 걸어 예쁜 목소리로 노래도 불러주고 영시도 읽어주는 그녀는 마치 도인과 같다. 도를 통한 사람이 도인이 아니라, 험한 인생길에서 길을 찾아 걸어가는 사람은 누구나 도인이다.

그녀는 물질에 매여 헤매이지도 않고 지나친 행복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를 하늘로부터 내려받아 먹으며 살아가면 무엇을 더 바라겠느냐며 맑게 웃는다.

스스로 길이 되는 사람

청파동 숙명여대 뒷골목 찻집에서 데이트하던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녀는, 그 흔한 명품 백 하나 갖추지 못했어도 그 자체가 빛난다. 사랑, 그 자체가 되어 걸어가는 사람. 그녀야말로 진정한 하늘 사람이 아닌가.

자신이 사랑 그 자체가 되어 걸어가는 후배의 따뜻한 마음이 뜨겁게 느껴진다. 후배의 전화를 끊고 나는 생각했다. '선배님, 해바라기를 갖고 싶다'는 후배를 위해 오늘은 노오란 물감을 푼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길이 되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 모든 꽃들은 시들어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정호승 시인의 시, 중에서)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신앙칼럼] 전쟁의 역사에 개입하시는 하나님: 평강의 왕, 예수(God Intervenes In The History Of War: Jesus, The Prince Of Peace, 이사야Isaiah  9:6)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이는 한 아기가 우리에게 났고 한 아들을 우리에게 주신 바 되었는데 그의 어깨에는 정사를 메었고 그의 이름은 기묘자라, 모사라, 전능하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디아스포라 삶의 소망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디아스포라 삶의 소망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이민자(디아스포라)의 소망은 안정된 삶을 이루는 것이다.삶의 토대가 흔들리는 극한 상황에서 미래 지향적인 소망의 실현이 가능할까?이민자의 삶이

[삶과 생각] 친구의 9순 잔치
[삶과 생각] 친구의 9순 잔치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뉴욕에 살고 있는 친구 오혜영 씨의 구순 잔치가 많은 지인들의 축하와 함께 아름답게 펼쳐졌다.축하와 함께 지난날들을 돌이켜 본다. 나는

[추억의 아름다운 시] 님의 노래

김소월 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어요 ​긴 날을 문밖에서 서서 들어도 그리운 우리 님의 고운 노래는 해 지고 저물도록 귀에 들려요 밤들고 잠들도록 귀

[수필] 슬픔의 에너지
[수필] 슬픔의 에너지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여든 네 살 할머니가 스스로 양로원을 찾았다. 남은 생을 먼저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며 덧없이 흘려보내지는 않겠다는 할머니만의 결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 구조 이해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 구조 이해

최선호 보험전문인  어떤 책이든 맨 앞의 목차를 훑어보면 전체 윤곽이 보인다. 세부 내용을 모두 읽지 않아도, 어떤 순서로 무엇이 담겨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주택보험도 마찬

[애틀랜타 칼럼] 바르게 보는 법을 배우자

눈은 마음의 창이기에 사물을 올바르게 해석하는 마음의 훈련이 필요하다. 정신적 근시와 원시를 경계하고 창조적인 시각을 가져야 하며, 미키모토 고기치의 인공 진주 양식 성공 사례처럼 지식을 행동과 결합해 기회를 포착하는 적극성이 성공의 필수 요건임을 역설한다.

[내 마음의 시] 연분홍 설레임
[내 마음의 시] 연분홍 설레임

광우 허 영희(애틀란타 문학회 회원) 다시 피는 봄,겨울 내내 소중히 품어온 고운 마음살며시 봄바람이 부추기면그 속에 피어난 연분홍 설레임 고이 접어둔 남빛 저고리 꺼내어연분홍 치

[박영권의 CPA코너] 한국 은행 계좌도 신고 대상… 놓치면 안 된다
[박영권의 CPA코너] 한국 은행 계좌도 신고 대상… 놓치면 안 된다

이민 생활을 하는 한인 동포들은 한국이나 해외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단순히 계좌를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해외 금융계좌와 금융자산

[법률칼럼] 밀입국 배우자 영주권, 2026년 변수까지 고려해야 한다

2026년 현재 밀입국 배우자의 영주권 취득은 법적 조항보다 심사 강도 강화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엄격한 검증 기조에 맞춰 I-601A 사전면제 신청 시 극심한 곤란(Extreme Hardship)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 확보가 중요하다. 무분별한 절차 진행보다는 FOIA 기록 확인 등 사전 점검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