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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아날로그  여백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9-19 09: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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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정자(시인 수필가)    

 

손녀 손목에는 여러 기능장치가 저장된 디지털 시계가 반짝이고, 할머니 손목에는 초침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아날로그 여백의 상징처럼 아날로그 시계가 시대를 표상하고 있다. 

 

세대 차이를 더 이상 설명할 비유가 없음이다. 디지털화로 달리고 있는 세상은 무서운 속도로 일상까지 잠식하고 있다. 

자동차나 길거리에서 이어폰을 꽂은 채 복제된 음악을 들으며 디지털 문화가 가져다 준 시대적 동질감에 도취되어 있다. 철저하게 디지털 능력을 키워가는 것이 편리하게 잘 살아내는 힘으로 인정받는 세상으로 들어선지 이미 오래다. 

세상은 디지털 문화에 가속이 붙어 질주하고 있지만, 아날로그의 여백을 회상하며 옛 것의 공간에서 얻어지는 한가로움을 한번쯤 들추어 보려는 시도가 은근하게 눈짓들을 주고받고 있다. 현대 문명의 궁극인 편리 함과 옛 것의 한가로움 틈은 점점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아날로그적 삶의 방식은 오랜 우정 같은 것으로 묵은 편지를 꺼내 보는 멋스러움이 담겨 있다. 

아름다운 자연 소리와 아우르는 다정함도 깃들어 있어 자연 흐름에 무리 없는 호흡을 느낀다. 허름하니 집에서 뒹굴다 나온 차림새로도 문득 생각나면 내 집처럼 찾아 나설 수 있는 두터운 옛정 같은 것, 거창한 인사치레 없이도 정담을 나줄 수 있는 허물 없는 어울림 이다. 

거리낌 없이 쉽게 섞이고 고된 마음을 녹일 수 있는 묘한 힘의 응집이 엉겨 있다. 

디지털 기술 정비에 비해 불편하고 느리기는 하지만 그 과정에는 인간적인 향수를 자극하는 특징도 있다. 라디오 보다 더 큰 덩치의 배터리를 등에 업은 트랜지스터 라디오 앞에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앉아 귀를 기울였던 연속극들이 떠오른다. 

동 시대의 서민들에게 따스한 흐름을 끌어내 주었기에 가까운 듯 멀어져버린 가 보고 싶은 고향처럼 그리워진다. 익숙한 일상을 치루는 동안에도, 고수해 온 생활 양식과 문화적 관습들을 쉽게 접어 버리지 못 하는 컴맹 세대들은 아날로그와의 우정을 순수하게 지켜가고 싶을 뿐이다. 디지털 급류에 낙오될 것 같은 불안감으로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조바심이 도사리고 있다.

옛 것에 대한 향수로 하여 익숙했던 풍물이며 문화를 자꾸만 되돌아보게 되는 것은 세월 속에 고여 있는 그리움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라서 추억을 통해 순수 함의 향수를 건져내기 위함이 아닐까. 옛 것, 구 시대의 것, 고리타분한 것, 완전하지 못한 것, 덜 발달 된 것, 퇴색된 것으로 매도되고 있는 현실이 아프다. 옛 것이 없는 새로운 문화 란 존재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던가. 

초 현대 시설을 구비한 학교 건물을 보면서도 낡은 목조 건물에서 삐걱거리는 책, 걸상이며 비좁은 교실이 그리워짐을 어이 하리. 세상이 빠른 속도 로 달려 갈수록 인간적인 감성과 향수의 손짓을 외면할 수 없음이다. 

자식들이 마련해 준 휴대 전화기 옵션을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고 아날로그식 방식으로 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세대들은 흘러가버린 그 시대의 한가로움이 늘 그립기 만하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틈새에 끼어 있는 현대 사회의 작은 모퉁이의 소외 계층들은 아날로그를 그리워하며 아날로그 예찬자가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낡고 구식으로 여겨지는 아날로그 적인 여백을 넓혀보려는 본능의 발로는 어떠한 문화적인 것으로도 대체 할 수 없을 것 같은 예감이 앞 지르지만, 새로운 문화가 주는 신선 함과 옛 것이 가지고 있는 향수를 동시에 공유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아날로그 세대는 당황스러울 수 밖에. 기성 세대의 전유물 같은 아날로그 문화는 붙박이 가구 같은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세대 교체를 거듭하게 될 후대 들에겐 저들 만의 아날로그적 여백이 어떤 설정으로 조성 될까. 

어쩔 수 없는 시대상으로 간주해 버리기엔 아쉬움과 궁금증이 교차로 에서 서성이고 있다. 흥미롭다. 먼 훗날 일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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