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수필] 변치 않는 마음, 믿음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8-11 09:18:08

수필,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변치 않는 마음, 믿음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누군가를 믿는다는 건 무엇을 뜻하는 걸까. 인간관계에서 낙심할 때마다 오래전 TV 뉴스에서 보았던, 한 부부의 영화 같은 실화가 떠오른다.

어린 손녀와 함께 잠들어 있던 할머니가 한밤중에 괴한에게 살해당했다. 어둠 속에서 범인의 모습을 어렴풋이 본 손녀는 이모부 테드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테드는 결백을 주장했지만, 안타깝게도 알리바이를 증명하지 못했다. 당시 그의 무고함을 믿어준 사람은 오직 한 사람, 그의 아내 메리뿐이었다.

결국 살인죄로 복역하게 된 남편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메리는 직접 나섰다. 사립탐정 자격증을 취득한 후, 사건 현장에서부터 실마리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얼마 후 그녀는 사건 당시에 할머니 집 근처에 살았던 한 전과자에게 의심의 초점을 맞추었다. 아동 성범죄로 복역했던 그의 진짜 목표는 할머니가 아닌 손녀였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범인의 행적을 쫓던 메리는 그가 현재 남편 테드가 복역 중인 교도소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메리는 남편에게 그 남자가 피운 담배꽁초를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남편이 구해온 꽁초의 타액과 살인 현장의 증거물로 보관 중이던 DNA가 일치했다. 결국 8년 만에 남편의 무죄가 입증되었다.

한 사람의 굳건한 믿음이 진실을 찾아낸 기적 같은 결과였다. 그렇다. 믿음이란 어떤 상황이든, 누가 뭐라고 하든, 상대방을 향한 나의 마음을 지켜내는 것이다.

“완전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누군가를 완전히 믿는 것은 가능하다.” 브레네 브라운의 명언처럼, 믿음은 내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큼 살맛나는 일이 또 있을까.

하지만 언제부터 인가 '믿음'이라는 말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믿습니까?'라는 말에 '아멘'이 튀어나올 정도로 믿음은 세속적인 의미로 변질된 듯하다.

얼마 전 슬며시 멀어진 지인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에게서 얻으려 했던 이득을 채웠기 때문이었다. 한동안 마음이 시렸다. 사람을 알게 되면 무턱대고 믿어버리는 내 우둔함도 문제겠지만, 어쩌겠는가? 믿음은 내가 만드는 내 문제라니 말이다.

살수록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일이 점점 더 어렵다. 그래도 내 주위에는 내게 믿음을 주는 이들이 훨씬 더 많다. 내가 힘들어할 때 든든한 바람벽처럼 지켜주는 가족이 있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자기 일처럼 나서주는 오랜 친구들이 있다. 이들은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 주는 존재들이다. 내가 사는 동안 행복할 수 있는 건 그들이 내 믿음 안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들이 함께했기에 혼자가 아니었고, 일상을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

잠시였지만 등 돌린 친구에게 느낀 실망감 덕분에, 내 삶의 행복함을 다시 깨달았다. 내 곁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내 편이라 믿는 사람들이 있어 마음이 든든한데, 누군가에게 나도 그런 사람이기를 바라본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I-94 한 줄 뒤에 숨은 ‘새 감시 시대’

케빈 김 법무사 최근 한국 언론에 “무비자 I-94 정보 제출, 얼굴인식·소셜미디어·DNA까지 확대 검토”라는 제목이 등장하자, 많은 분들이 “미국 가려면 공항에서 DNA까지 채취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 10명의시인을찾아서8] 구르는나무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 10명의시인을찾아서8] 구르는나무

이성열 사막을 가로질러 기어가듯이데굴데굴 구르는 나무를 보고비웃거나 손가락질하지 마어떤면에선 우리의 삶도거꾸러져 구르는 나무 같지짠물 항구도시 인천에서 태어나아버지를 따라 무논과

[행복한 아침]  겨울 안개

김 정자(시인 수필가)       이른 새벽. 안개에 둘러싸인 도심은 마치 산수화 여백처럼 단정한 침묵으로 말끔하고 단아하게 단장 되어있었다. 시야에 들어온 만상은 화선지에 색감을

[추억의 아름다운 시]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全文)

만리 길 나서는 길처자를 내맡기며맘놓고 갈 만한 사람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마음이 외로울 때에도''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

[한방 건강 칼럼] 불면증, 한방치료와 접지족욕(Groudning Foot Bath)의 시너지
[한방 건강 칼럼] 불면증, 한방치료와 접지족욕(Groudning Foot Bath)의 시너지

최희정 (동의한의원 원장) Q:  CJ, Maybe it does not work for me! I still sleep less than 6 hours!A:  Be patient

[신앙칼럼] 은혜의 환대의 모략(The Conspiracy Of Gracious Hospitality, 마태복음 Matthew 7:12)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환대(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환대(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환대의 대가,

[추억의 아름다운 시] 우리가 서로 사랑 한다는것

김수환 추기경 아침이면 태양을 볼 수 있고저녁이면 별을 볼 수 있는나는 행복합니다.잠이 들면 다음날 아침 깨어날 수 있는나는 행복합니다.꽃이랑, 보고싶은 사람을 볼 수 있는 눈.아

[수필] 카이자의 삼각형
[수필] 카이자의 삼각형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살다 보면 떠밀리듯 마주 서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변명이나 용서를 구할 틈도 주지 않고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을 때다. 버릴 수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가입 전에 꼭 알아야 할 용어 정리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가입 전에 꼭 알아야 할 용어 정리

최선호 보험전문인  메디케어에 처음 가입하거나 플랜을 변경하려 할 때,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바로 ‘용어’다. 파트 A, B, C, D부터 시작해 메디갭, 프리미

[애틀랜타 칼럼] 비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

이용희 목사 “나의 실패를 책임질 사람은 나 자신 외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나 자신이 바로 나의 큰 적이요 비참한 운명의 원인입니다. “이는 세인트 헬레나 섬에 유배되어 있던 프랑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