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자(시인 수필가)
눈이 가는 곳 마다 온통 초록 물결이 출렁인다. 바람도 마냥 푸르름에 취해 있다. 깊은 하늘이 던져주는 온기에 오수에 젖은 듯 순하고 유한 훈훈함이 대지를 두르고 있다. 6월은 마치 철들지 않은 무책임한 방황으로 방자했던 사춘기를 갓 벗어나 성숙을 향한 생의 궤도 로 발을 옮기며 최선을 다하고자 푸른 꿈이 익어가는 싱그러움이 번져난다. 젊음이란 특권의 깃발을 들고 마음껏 내 달릴 수 있는 숭고함까지 엿보인다. 6월로 들어서면서 연 록을 벗어난 초록은 고결한 세련 됨이 아담한 규범 속에 각색되고, 드높고 고상 한 품위로 초록 향연에 실려 우아하고 청청한 꿈을 만끽으로 누리고 있는 별유풍경을 펼쳐주고 있다. 간간이 내리는 비로 하여 바람, 햇살, 초록이 지천으로 널린 세상을 산뜻한 생기를 마음껏 맛볼 수 있게 해준다. 부디 6월에는 아픔, 고통, 외로움까지도 초록에 잠긴 풍성한 숲 그늘에 놓아두고 눈부신 6월의 햇살로부터 은밀하고 은은한 평화를 누리며 그 위안을 마음 껏 즐겨 보자고 환호하고 싶어 진다. 세상 곤고함이 던져준 슬픔이 담긴 마음에는 어떤 위로의 말로도 대신할 순 없겠지만 말없이 6월의 푸르름에 잠겨 있다 보면 더 없이 고요 해지고 따뜻해 진다. 그래서인지5월을 보낸 연민도 잊은 것 같다.
6월에는 특별한 기념일이 많다. 6월 1일은 ‘세계 어린이날’로, 어린이들을 위한 날이 있다. 사회적으로 약자이지만 세상 요란함이나 사사로운 욕심, 비뚤어진 생각과는 섞임 없는 깨끗 하고 꾸밈없는 순진 무구 순수한 어린이들을 위한 날이다. 5일은 ‘세계 환경의 날’로 지정된 날이기에 자연을 생각하며 가까운 공원이나 근처에 있는 크고 작은 폭포나 호수, 원시림을 찾아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14일은 ‘세계 헌혈자의 날’로 21일은 ‘하지’로 여름 시작을 알려주는 날이기도 하다. 일년 중 낮이 가장 긴 날이라 특별한 플랜 마련을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야외에서 피크닉을 즐기며 낙조 풍경 속에서 식사를 나누는 것도 보기 드문 이벤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기념일을 점검하면서 긍정적인 행사를 가져보는 것도 6월을 즐길 수 있는 색다른 방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봄은 이미 먼 손짓을 보내며 떠나갔고 여름이 들어서려는 간절기도 어느 덧 떠나 보내게 되었다. 6월로 접어들면서 타고난 감내할 수 있는 역량의 한계를 감지하게 해주었다. 주어진 일들로 하여 부대낌이 감지되고 헝클어진 마음이 본연의 자리에서 이탈되기 시작 하자 마음 기저에 기능 중심 균형이 흔들리면서 하룻길 수레바퀴가 삐걱대는 일이 잦아 졌다. 마음의 무게를 잠시라도 내려놓으라는 마음의 울림으로 받아들이며 근간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자고 마음을 다독이는 사이에 성큼 6월이 떠나려는 손짓을 보내고 있음을 돌아보게 되면서 6월의 재발견을 도모하게 되었다. 6월은 눈부시지만 미천하지 않으며 화려하지만 꾸밈없고 순수하다. 맑은 물 속을 들여다 보듯 투명한 푸름이 환히 비쳐내는 경쾌 함이 산뜻함을 더해 준다. 산과 들에는 온통 짙푸른 초록 파도가 넘실댄다. 생명의 위대한 환희의 속삭임이 만상 위에, 대지 위에, 깊은 숲 속 풀 잎에까지 드러나지 않는 그윽한 정취로 뿜어져 나온다. 더 없는 평화와 일체 갈등 없는 평안함이 아득한 듯, 들릴 듯 말 듯 밀려든다. 이렇 듯 평온과 화목이 여물어가는 계절 축복을 누리기엔 너무 벅찬 감동이라 온 누리와 함께 나누고 싶다. 여린 유년에서부터 풀잎에 맺힌 물방울 같았던 여학생 시절도 건너왔고 푸르른 젊음도 누려 보았던 추억들을 여유롭게 열어 볼 수 있는 노년의 아낙은 6월의 감흥, 흥취를 아늑한 고요 속에서 깊은 호흡으로 관조하고 있다.
6월은 설렘으로 맞게 되는 계절이다. 오만하지도 않고 각박하지도 않은 푸른 겸손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6월이 지나가고 있다. 여름 시작을 알려 주는 적당한 기온에 일상을 펼칠 감사로 하여 흡족한 흐뭇함을 누리기에 충만한 계절 6월이 지나가고 있다. 6월을 지나면 한 해가 반으로 접어지는 아쉬움이 먼저 밀려든다. 해서 궁한 아쉬움을 감싸주는 6월의 수식어로부터 적잖은 위로를 얻게 된다. 산뜻하고 따스 한 행복감이 머물러 있어 6월 속에 풍덩 빠져버린 채 6월에 취해 간다. 무언 가에 취한다는 건 맹목적인 집중 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맹목적이라는 소모 적인 단어가 왠지 마음이 끌리고 좋다. 6월이면 온 산야에 청청한 푸름이 넘쳐나고 있어 맹목적으로 라도 취했으면 좋겠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다 보면 어느 새 세월의 무게가 가벼워지고 세월로 하여 덧 입혀진 삶이 남긴 땟국도 씻겨질 것만 같다. 우리네 이방인 삶 속에 깊이 개입하려는 의도처럼 일상을 건강하게 이끌어 갈 수 있도록 가슴 뛰는 에너지를 제공하고 있다. 책임감에 집중 되어 앞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는 이민 가정의 묵묵한 푸르름을 보는 것 같다. 초록 구심력으로 누추해 지려는 일상이 회전을 하고, 삶이 때로는 눈물겹기도 하고 하루하루 일상이 아름답게 돋보이는 정점 6월이다. 삶이라는 고달픔에 비쳐지는 후광일 것이다. 삶 가운데 잠깐, 아주 잠시 누리게 되는 특권 같다. 누구에게나 최상의 순간이 있기 마련 인데 그 날이 오늘이면 어떠랴 싶다. 오늘 누릴 수 있는 밝음과 쾌청함이 뒹굴어온 삶의 피로를 헹구어 주기에 족할 것이다. 푸름에 취해 있는 6월의 어느 나른한 오후가 파격의 아름다움으로 온 몸을 감싼다. 삶의 아이러니와 고단함을 날려버리는 팡파르처럼 6월이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