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수필] 가장 자랑스러운 부름말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4-09 11:27:34

수필,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가장 자랑스러운 부름말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모성애'를 주제로 하는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발표하던 한 젊은 여성이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래,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하고 코끝이 싸해지는 존재가 바로 엄마다. 더구나 우리는 타국살이 아니던가. 내게도 비슷한 또래의 딸이 있는지라 그 감정에 백분 공감할 수 있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남달리 효심이 깊은 딸을 가진 그의 엄마가 내심 부럽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 자신의 엄마라며 흐느끼는 모습에 전체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애잔해졌다. 그러나 한번 터진 울음이 거의 통곡하는 수준에 이르자, 저러다 기절하는 거 아니야? 엄마에 대한 추억이 저 정도라면 거의 트라우마 수준이 아닌가? 도대체 그 엄마의 일생이 얼마나 비참했기에 눈물바다를 만드는 걸까? 세상에 불행만으로 점철된 인생은 절대 없다고 믿는 내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인간의 사랑 중에 모성애만큼 무조건적인 사랑은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헌신적인 모성애는 내 자식에게는 거의 본능적인 일이다. 그 희생을 그저 불행했다고 하는 것도 마땅치 않았지만, 엄마가 불쌍하다는 표현에 내 마음이 불편해졌다. ‘불쌍하다’는 눈으로 판단하는 시각적 언어다. 만약에 내 딸이 나를 불쌍하게 여긴다면? 아, 그런 내 인생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가끔 한국 드라마를 볼 때면 의문이 들었다. 왜 가난으로 고생한 엄마는 지극한 헌신이라 치켜세우고, 늘 감동적 이야기로 미화시켜 눈물을 자아내지? 반면 사회적 지위나 재력이 있는 엄마는 부정직하고 갑질하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왜 그러는 걸까? 모성애가 존중받는 이유는 엄마가 겪은 가난이나 고난 때문이 아니라, 한 여성의 무한한 희생과 헌신의 존엄성 때문이어야 마땅하다. 

 

어릴 적엔 눈에 보이는 상처 때문에 무작정 울음부터 터뜨린다. 나이가 들면 그 상처가 가진 보이지 않는 의미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복경호우(福輕乎羽)라는 말은 “새털보다 가벼운 것으로도 마음먹기에 따라 스스로 행복을 찾는다.”라는 장자의 말씀이다. 그렇다. 그 새털 같은 행복만 있어도 불행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엄마다. 엄마의 불쌍했던 모습을 기억하며 울기보다는, 불행 속에서도 자신을 길러낸 헌신의 가치와 의미를 자녀들이 자랑스럽게 전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내 딸에게 나는 어떤 엄마였을까. 아무리 돌이켜 생각해 봐도, 언제 어디서든 아이 때문에 내가 하고픈 것을 포기했던 기억이 없는 걸 보면, 분명 희생적인 엄마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는 동안 엄마로서 했던 모든 일은 최고의 헌신이었다고 믿는다. 이기적인 모성애라 할 수도 있었지만, 엄마로서의 해낸 내 인생의 한 부분이 사회적 고정관념 때문에 미화되거나 폄하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장성하고 나니, 제각기 자신의 삶을 즐기는 하나의 존재로 살아간다. 서로 기쁨과 위안을 주고받을 수 있어 좋다. 삶의 만족감도 점점 커진다. 지금까지 살면서 엄마로서 얻은 그 많은 행복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으랴. 아이들 덕분에 얻은 호칭 “엄마'는 내 평생 받은 명칭들 중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부름말이다.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행복한  아침]  어른  다움의 서사

김 정자(시인 수필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말은 내 보이기 싫은 것들이 늘어난다는 말과 동의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주름살, 흰머리, 아집, 애착이 은근히 자리 잡기 시작하

[신앙칼럼] 다볼산의 기적 예수 (The Miracle of Mount Tabor, Jesus : 마태복음Matthew 17:1~13)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1. [도입] 붉은 흙 위에 울리는 나지막한 음성앨라배마의 뜨거운 태양 아래, 버려진 돌조각들로 평생 기도의 정원(아베 마리아 그로토)을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삶의 균형을 찾는 지혜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삶의 균형을 찾는 지혜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삶의 균형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라는 물음에 앞서 삶의 모든 영역에 불균형으로 질서가 없음을 경험한다. 인간관계의 불협화음에서 파생되는 무질서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9)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9)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과다지급금 회수, 당신의 ‘작은 실수’를 대하는 쇼셜시큐리티의 변화” 천경태 (금융전문가)  공식 발표일: 2026년 5월 11일 (자료 출처: SSA 감사

[삶과 생각] 소아암 병동의 아이들!
[삶과 생각] 소아암 병동의 아이들!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에모리 의과대학 종신 명예교수이자 소아암 전문 의학박사인 문학평론가 아혜 김태형 시인의 글을 읽고 고약한 소아암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의

[추억의 아름다운 시] 밤의 이야기

조병화 고독하다는 건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소망이 남아 있다는 건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삶이 남아 있다는 건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그리움

[수필] 묵묵히 곁을 지키는 일
[수필] 묵묵히 곁을 지키는 일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칠십 대 초반의 한 할머니가 남편을 여의었다. 지금까지 전기요금 내는 일조차 손수 해본 적이 없던 할머니는 매일 아침 남편의 묘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의 Personal Property란 무엇인가?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의 Personal Property란 무엇인가?

최선호 보험전문인 ‘세간살이’라는 말은 집안에서 사용하는 온갖 물건을 뜻한다. 냉장고, 세탁기, 소파, 침대, TV 같은 큰 물건부터 옷, 그릇, 컴퓨터, 전자제품까지 모두 포함된

[애틀랜타 칼럼] 용서의 힘

이용희 목사 “너의 원수로 인하여 난로의 불을 뜨겁게 지피지 말라. 오히려 그 불이 너 자신을 불태울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말입니다.분노하는 사람은 그 분노로 인하여 자신을 잃을

[박영권의 CPA코너] 투자금인가, 빌려준 돈인가?(세법과 회계 기준에서 바라본 동업 자금의 성격)
[박영권의 CPA코너] 투자금인가, 빌려준 돈인가?(세법과 회계 기준에서 바라본 동업 자금의 성격)

박영권 공인회계사 CPA, MBA 미국 한인사회에서는 가족이나 지인끼리 사업을 시작하면서 계약서 없이 자금이 오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사업이 예상과 달리 진행되거나 상황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