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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의 하프타임] 그들의 눈물겨운 ‘양비론’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1-28 13:57:03

조윤성의 하프타임, LA미주본사 논설위원,양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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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내란사태가 지속되고 있던 지난 10일 고별공연을 가진 가수 나훈아가 공연 중 갑자기 자신의 왼팔을 가리키며 “니는 잘했나”라고 말한 뒤 두 팔을 들어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난리를 치고 있다”고 뜬금없는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우리 어머니는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형제가 싸우면 안 된다고 했다. 하는 꼬락서니가 정말 국가를 위해서 하는 짓거리인지 묻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얼핏 내란정국과 관련해 모두를 싸잡아 욕한 것처럼 들리지만 실은 왼팔에 빗대 야당을 더 욕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나훈아의 발언은 “내란 사태의 책임이 야당에도 있다”고 강변한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과 이를 비호하는 여당의 논리를 그대로 닮아 있다. 나훈아의 ‘왼팔’ 발언이 보도되자 비판이 쏟아졌다. “일제가 침략을 하는 데 ‘조선, 니는 잘했나’라며 책임을 운운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망언”이라는 비유까지 나왔다.

자신의 어머니까지 들먹인 나훈아의 발언을 접하면서 프랑스에서 오래 거주한 언론인이자 사회운동가로 지난해 별세한 홍세화 선생이 자신의 책에서 밝혔던 내용이 떠올랐다. 그는 싸움을 바라보는 프랑스와 한국의 인식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프랑스의 부모들은 싸움이 일어나면 원인을 찾아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따지는 태도를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반면 한국 부모들은 책임 소재와 그 경중을 가리려 하기보다는 그냥 싸움 자체를 문제 삼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가 지적한 이런 태도의 뿌리가 정말 깊기 때문인지 몰라도 한국사회에서는 논란과 사안들에 대해 “모두가 문제”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양비론’의 분위기가 유독 두드러진다.

한국사회에서 양비론을 가장 적극적으로, 그리고 교묘하게 활용하고 있는 주체를 꼽으라면 단연 언론이다. 그리고 언론이 활용하는 양비론의 해악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정치다. 정치와 관련한 뉴스들을 유심히 살펴보라. 어김없이 “타협할 줄 모르는 정치” “민생은 뒷전, 싸움질만 벌이는 정치권”같은 타이틀로 넘쳐난다.

그리고 이런 고질적인 양비론적 태도는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로 야기된 내란사태 과정에서도 어김없이 재현되고 있다. 주류언론들은 윤석열의 계엄이 실패로 돌아간 직후에는 이것이 명백한 위헌적 범죄라는 사실을 차마 부인하지 못하더니 윤석열의 체포가 지연되고 보수층의 결집세가 뚜렷해지자 내란세력을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윤석열의 계엄선포에서부터 그가 체포되기까지 43일 동안 지속적으로 그렇게 움직여 왔다.

내란을 옹호하는 극우에 대한 비판에 점차 소극적이 되는가 싶더니 내란사태에 동조하는 여당의 궤변, 그리고 윤석열의 친구라는 한 변호사의 억지주장 등은 ‘의견’이라는 명분으로 열심히 기사화했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막말까지도 가감 없이 따옴표로 옮겨 날랐다. 또 일부 보수신문들이 탄핵촉구 집회와 탄핵반대 집회 사진을 같은 크기로 나란히 싣는가 싶더니 급기야 한 관제 신문은 1면 톱 자리에 윤석열 지지집회 사진을 전단으로 게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야당에 대해서는 “계엄은 잘못이지만 야당의 입법 폭거와 이재명 방탄을 위한 탄핵 또한 문제”라는 식으로 예의 양비론을 열심히 펴고 있다. 내란을 조속히 수습하려는 야당의 조치와 움직임을 ‘정쟁’이라는 양비론의 단골 프레임에 우겨 넣으려 애쓰고 있는 것이다.

이런 프레임이 노리고 있는 것은 자명하다. 정치에 대한 혐오의 확산이다. 양비론의 해악은 이러한 형식적 공정성에 있다. 큰 잘못과 작은 허물에 대등한 책임을 물음으로써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그러니 둘 다 문제”라는 식으로 ‘물 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일 발생한 사상 초유의 법원 난입 폭동은 극우 중추세력의 선동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이런 양비론에도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

컬럼비아 대학의 역사학자로 미국의 대표적인 실천지성으로 꼽혔던 하워드 진이 지난 1994년 펴낸 자서전의 제목은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You Can’t Be Neutral on a Moving Train)이다. 평생을 민중사 연구에 천착해 온 그는 연구실 안에만 갇혀 있길 거부한 행동하는 학자였다. 그가 말한 ‘달리는 기차’는 ‘격동기의 역사’를 뜻하고 있으며, 그에게 이런 역사 한가운데서의 ‘중립’은 곧 ‘불의에 대한 묵인과 동조’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마치 그가 지금의 대한민국을 향해 던지고 있는 메시지처럼 들린다.                                

<조윤성 LA미주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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