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옐프 전국 1위 식당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11-20 17:34:01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LA미주본사 논설위원,옐프 전국 1위 식당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첫날은 허탕을 쳤다. 미리 주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하는 사람은 둘인데 주문 26건이 밀려 있었다. 지금 주문하면 한 시간 반쯤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25센트 동전 하나에 주차시간이 불과 4분인 이 인색한 거리를 다시 찾고 싶지 않았으나 옐프(yelp) 선정 전국 1위 식당, 그 주인이 하와이 한인 2세 라는데… 궁금했다.  

LA다운타운 ‘브로컨 마우스(Broken Mouth)’ 이야기다. 일주일 뒤 온라인으로 이것저것 미리 주문한 뒤 다시 갔다. 주인은 난감한 얼굴로 돌아섰던 머리 허연 코리언 손님을 기억하고 있었다. 투고 봉지에 무스비 하나를 더 넣어 줬다. 마실 것도 주려고 했으나 물은 한 병 들고 갔다. 다 돈이니까.

업소는 피자집 등이 입주한 로프트 형 푸드 코트 안에 있었다. 천장이 높은 실내는 쾌적했으나 앉아서 먹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주로 픽업이나 배달이었다. 가게에 깃발 3개가 걸려 있었다. 하와이주 기, 하와이왕국 기에다 태극기. ‘코리언 하와이안 퓨전’이라는 이 집 음식의 정체성을 깃발이 말해 줬다. 

옐프는 매년 100대 식당을 발표하고 있다. 고객 평점과 리뷰 수를 기준으로 자체 규정에 의해 선정한다. 하와이 슬랭으로 ‘엄청 맛있다’는 뜻이라는 ‘브로컨 마우스’는 2022년 전국 1위에 뽑혔다. 고객 평점이 거의 만점이었다. 지난해는 전국 6위, 올해도 이미 2,000 개 리뷰에 4.8, 구글 평점도 4.9를 기록 중이다. 

옐프는 모르는 식당을 정할 때 한 번쯤 들여다보게 되는 곳. 옐프 1위의 위력은 어땠을까? 단숨에 손님이 2배 늘었다. 로컬 TV뉴스들이 이런 유쾌한 소식을 빠뜨릴 리 없다. 유명 TV쇼에도 출연했다. 명소가 됐다. LA공항에서 가방을 끌고 바로 오는 손님도 있다고 한다. 샌디에고, 샌프란시스코 등 서부는 물론 뉴욕 등 동부, 한국서도 일부러 찾아온다. 일 월은 쉬고, 나머지 닷새는 낮 12시~6시 문을 여는데, 가장 붐비는 토요일의 손님은 처음 오는 사람이 많다. 

옐프 1위의 비결은 물론 음식 맛이다. 대표 메뉴는 육전(meat jun) 플레이트. 얇게 썬 꽃살에 계란 반죽을 입혀 프라이팬에 튀기고, 자색 쌀밥, 야채나 오이 무침이 함께 나온다. 최고가 메뉴로 19달러. 하와이안 스타일 한식이라고 한다. 브런치 메뉴와 프랑스 빵인 브리오슈 푸딩 등도 있으나 메뉴는 단출한 편이다. 팀 리 사장은 서글서글 웃는 인상, 주는 것 없이 호감을 살 수 있는 얼굴이다. 옐프 댓글을 보면 ‘손님을 가족처럼’이라는 그의 하와이안 스타일 접객이 호평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큰집이 호놀룰루에서 유명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고교 때부터 여기서 알바를 했다. 특히 어머니를 보며 손님 대하는 법을 많이 배웠다. 대학에서도 서비스업 경영(hospitality management)을 전공했다. 대학 때는 미국 식당 6곳을 돌며 주방 알바를 했다. 15년 전 혼자 LA 온 뒤에는 대형 식당체인에 들어가 입사 1년만에 제너럴 매니저로 승진할 만큼 열심히 했고, 능력도 인정받았다. 식탁에서 동생과 젓가락 전쟁을 할 정도로 먹는 걸 좋아하는 데다, 이런 경력이 뒷받침돼 오늘의 ‘브로컨 마우스’ 가 가능했다.

퓨전 한식은 대체로 양념이 세고, 달다. 1세들이 찾는 맛과는 차가 있다. 하지만 그의 입맛에는 이게 맞다. 하와이 한식 맛에 가깝다고 한다. 지난 팬데믹은 오히려 기회였다. 테이크 아웃으로 전환해 성공했다. 지금도 주문배달이 60% 이상. 배달은 서울이 자랑하는 식문화이기도 하나, 음식 맛에는 치명적이다. 배달 용기에 한 번 들어간 음식은 대부분 풀이 죽어 나온다. 편리한 대신 맛의 희생을 피할 수 없다. ‘브로컨 마우스’에도 숙제라고 할 수 있다.

K푸드의 확산은 반갑고 고마운 소식이다. 다른 한식 메뉴를 포함해 보라는 고객이 많다. 하지만 전 보다 메뉴 몇 가지를 줄였다. 일 손을 덜기 위해서다. 간단한 메뉴는 비즈니스 성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업소 리스 문제도 있고 해서 2~3년 안에 체인을 내든지 할 계획이다. 우선 성공해야 한다. 신 메뉴 개발 또한 과제로 보인다. 

팀은 총각 사장. 아들이 40이 되기 전에 한국말이 통하는 며느리를 봤으면 하는 게 부모 마음이다. 건축업을 하는 아버지는 직설적이다. “야, 여자 없어?”  하와이와 전화할 때 이런 말을 듣곤 한다. 부모 뜻대로 마흔 전에 결혼하려면 시간은 꼭 1년 남았다. 

<안상호 LA미주본사 논설위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벌레박사 칼럼] 엄청 큰 주머니 쥐(possum)가 나타났어요

벌레박사 썬박 날씨가 추워지면서 주변에 가끔씩 보이는 동물들이 있다. 미국에서는 파섬이라고 불리는 큰 주머니 쥐 종류의 동물이다. 파섬은 일반적으로 덩치도 크고, 공격적인 성향이

[법률칼럼] 추방재판후 입국

케빈 김 법무사   미국 이민법 INA §212(a)(6)(B)에 따르면, 추방재판 출두 통보서를 받은 외국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민법정에 출두하지 않고 출국했을 경우, 해당 외

[행복한 아침] 송구영신 길목에서

김정자(시인·수필가)          송구영신 길목이다. 한 해를 바르게 살아왔는지 가슴에 손을 대고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답변이나 해명을 제시해야 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어디에도

[만파식적] 아베 아키에
[만파식적] 아베 아키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접촉점을 찾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그가 일본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오늘과 내일] 스트레스를 이기는 가장 강력한 무기

정신과의사 엘리자벳 퀴블러-로스 박사의 책 <인생수업>에는 열여덟 살 아들을 둔 어머니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매일 저녁 집에 돌아오면 아들이 여자 친구에게서 받은 보

[뉴스칼럼] 연말의 숙제, 선물 샤핑

연중 최대 샤핑시즌이다. 온라인 샤핑이 대세라고는 해도 이것저것 살피고 만져보고 비교해보며 샤핑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은 실물 샤핑 센터. 샤핑몰 주차장마다 밀려드는 차들

[뉴스칼럼] 계엄… 알고리즘과 닭 싸움

유튜브가 영 재미없다는 사람이 있다. 유튜브를 켜면 농기구만 뜬다고 한다. 그는 농사와 정원 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유튜브에서 농기구를 검색하곤 했다. 영특한 유 선생이 이걸

탄핵 정국 속 전세계가 주목한 ‘K-민주주의’
탄핵 정국 속 전세계가 주목한 ‘K-민주주의’

대한민국은 비서방 국가로는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함께 이룬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정국, 한국전쟁, 독재 정권을 거치는 동안 좀처럼 경제적 빈곤과 정치적

[삶과 생각]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길을 잘못 든 모양이다. 불빛이 보이지 않아 사방이 어둡다. 산길을 벗어나 옥수수밭 사이로 난 길을 30여 분 달렸다. 도무지 우리가 예약한 호텔이 있을 것 같지 않은 들판이 이어

[신앙칼럼] 출입문의 모략(Conspiracy Of Entrance, 신명기Deuteronomy 18:15)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 가운데 네 형제 중에서 너를 위하여 나와 같은 선지자 하나를 일으키시리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을지니라.” 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