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 / 칼럼니스트)
세비야 공항에서 우버 택시를 타고 세비야 대성당 옆에 있는 숙소를 향해 가는데 석조건물들 사이 바둑판처럼 복잡한 일방동행 골목길 차 한 대가 겨우 다닐 정도로 좁은 길을 운전기사가 좌우회전을 하면서 마구 달리는데 마치 007 영화에 출연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세비야 대성당 광장 앞에 도착하니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세비야는 과달키비르 강변에 형성된 천년이 넘은 대도시다. 고대 건축 예술미가 그대로 보전되고 살아 숨쉬는 도시다. 개방적이고 활달한 세비야는 유럽 남부에서 가장 매력적인 대도시다. 종교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중심지였고 고대건축 예술과 현대예술이 공존하고 있다.
이슬람 문화와 기독교문화가 조합된 세비야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후 유럽과 신대륙을 연결하는 판로를 독점해 왔으며 이배로 아메리카 박람회와 국제 엑스포 등을 개최했다. 그 중에도 이사벨 여왕 시대가 가장 큰 전성기였다. 숙소 앞 골목길에는 수많은 식당들이 있고 값도 싸고 특히 와인은 맛도 좋고 물값이나 다름없어 즐겨 마셨다. 아내와 나는 세 남매 덕분에 스페인 광장 알카사르 궁전, 마리아 루이사 공원, 과달키비르 강변, 산타크루즈, 메트로폴 파라솔, 두에나스 궁전, 삼대벌 궁전 등을 살펴보게 됐다.
그중 스페인 광장에 건축된 반달형 건물은 스페인 연방국들과의 교역과 박람회 때문에 지은 특이한 건축물이다. 세비야 미술관에는 중세시대 작품과 20세기 초반 작품까지 다양한데 그 중에도 바르폴로메 에스테반 무리오, 프란시스코 수르바란, 그리고 후안 데 발데스 레알 같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마지막으로 세비야 대성당을 관람하게 됐는데 내부가 너무나 대단해 꿈만 같았다. 대단한 규모와 건축미와 조각과 미술품은 말할 것도 없고 은과 금으로 조각된 예술품들이 너무나 오묘하고 정교해 신의 걸작인 것 같았다. 특별히 콜럼버스 시신이 보관돼 있는 관이 있고 고귀한 역사적인 사실들이 살아있는 세계 3대 성당이다.
관광을 끝내고 백마가 끄는 마차를 타고 찬란하게 빛나는 야경을 1시간 이상 황홀하게 즐기면서 유럽 어느 나라보다 역사와 건축과 예술과 종교문화가 만발한 세비야에 흠뻑 취했다.
그런데 스페인은 현재 대국 반열에 들지 못한 상태다. 원인은 정치지도자들의 자질과 다당계 정치문화 때문이라고 한다. 어느 나라이든 정치문화가 낙후되면 국가와 국민이 불행해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