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64% “해리스 영향력 작아”
‘바이든 실정’ 물가·이민 문제 면책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인기는 의아한 측면이 없지 않다.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도 하락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이민 정책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은 탓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명실상부한 ‘2인자’로 국정 전반에 관여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실정(失政)은 곧 그의 실정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최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국정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 ‘바이든이 해리스를 끌어내리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러한 사실을 짚으며 “미국인 대다수가 해리스는 주요 정책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그간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 뚜렷하지 않다는 게 약점으로 지적돼 왔는데, 지금은 오히려 ‘존재감이 없었던’ 것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많은 유권자가 해리스 부통령을 바이든 행정부와 동일시하지 않는 듯한 분위기다. WP와 ABC방송이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와 지난 9~13일 미국 성인 2,336명에게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느냐’고 물었더니, 3명 중 1명 정도(33%)만 “상당히” 또는 “매우 많이”라고 답했다. 64%의 응답자는 “약간” 혹은 “매우 조금” 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유권자 상당수가 현 정부의 약한 고리인 인플레이션과 관련, 해리스 부통령의 책임은 거의 없다고 여기는 셈이다. 이민 정책과 관련해서도 해리스 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는 답변(상당히 또는 매우 많이)은 39%에 그쳤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들이 경제·이민 정책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영향력을 더 낮게 평가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당 이슈와 관련해 해리스 부통령을 바이든 대통령과 연결하려고 애써 왔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WP는 짚었다. 공화당 전략이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은 왜 해리스 부통령의 영향력을 작게 평가하는 것일까. WP는 “정확한 이유는 의문”이라면서도 △대선 후보 등판 전까지는 해리스 부통령을 자주 접하지 못했고 △그가 정책에 그다지 강한 사람이 아니라고 여기거나 △부통령 자체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이 같은 유권자 인식이 바뀔 여지는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29일 오후 9시(한국 시간 30일 오전 10시)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함께 CNN방송 심층 인터뷰에 나선다. 지난달 말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이후 첫 언론 인터뷰로, ‘부통령으로서의’ 존재감이나 영향력, 역할을 마냥 축소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 처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