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행복한 아침] 여름 일기

지역뉴스 | | 2024-08-16 08:12:14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정자(시인·수필가)   

 

이른 아침 숲길은 청청한 푸름으로 가득하다. 한더위 극성으로 하루 해가 엿가락처럼 길었는데, 푸르게 개인 하늘이 시야에 들어오고 산뜻한 풀내음에 마음이 자분자분 젖어 든다. 더운 기운이 잦아든 바람결로 하여 촉촉하게 호흡할 수가 있어 깊게 들여 마신 공기로 온 몸이 가뿐하니 정화된 듯 하다. 잔디도 눈에 띄게 선명한 초록빛이다. 한더위로 고개를 수그렸던 들꽃들이 머리를 들고 바람에 살랑거리며 서로에게 얼굴을 비벼 댄다. 여름날 아침 풍경 속으로 들어와 살아 있어 존재하는 것이 아닌 풍경화 속의 정물이 되어 본다. 자연에서 외따로 존재하는 공간에 머문 것 마냥 자연과 어우러져 주변을 둘러본다. 제자리를 지키며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정체된 시간 속에서 미세한 움직임으로 시선을 주고 받고 있다. 하늘도 구름도, 숲길도 나무도 풀들까지 적막한 정적 속, 미세한 움직임이 리드미컬하게 실려온다. 여름의 그 위대함을 말해보려 했는데 입추도 말복 절기도 지나버렸다. 8월의 허리춤이 지쳐 보인다. 

자연의 순리가 차례를 기다려주지 않는 것도 아닌데 제 발걸음 빠르기로 저들 만의 분주 함으로 미세하게 서둘고 있다. 열매를 맺어야 하는 나무들은 아직 제 색을 입히지 못해 조급함이 드러나 보인다. 겉 모양새가 드러나기 시작한 열매들이 가지 끝에서 실한 햇살을 받으며 여물어가고 있다. 스스로의 숨결로 주어진 색깔을 입혀가며 주어진 일에 묵묵히 변함없이 흐름을 따르고 있다. 이렇듯 순리에 익숙한 자연인데, 이 자연스러움을 기다리지 못하는 인간들의 못 막을 도전이 종국엔 흠집을 내고 상처로 눌림 흔적을 남기는 안타까움이 멈추질 못하고 있다. 인간이 사랑해야만 하는 자연은 제모습을 잃지 않으며 계절은 순환을 여전히 변함없이 안겨주고, 보여주고 있다. 자연 속에 머물다 보면 자연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질서 속에서 유지되고 있음을 절절이 통감하게 된다. 자연의 변화는 시각을 불편하게 하지 않으며 꾸밈없는, 억지스럽지 않은, 원래 모습에서 크게 제한이나 속박 따위로 거스르지 않기에 자연스러움을 반기게 되고 받아들이게 되나보다. 

여름은 위대했고 위대한 흔적을 낙관처럼 남기고 떠날 것이다. 여름은 다른 계절과 달리 생명이 넘실대는 계절이다. 목이 타는 뙤약볕도 생명을 불어넣으려는 용솟음이요 생명들이 풍성한 생명력을 누리는 시기가 바로 여름일 수 밖에 없음이다. 창창하게 푸른 하늘도 비에 젖은 잎새들도 생명을 노래하고 즐긴다. 한 더위 폭염도 삼복더위도 열대야도, 홍수에 장마까지도. 한 여름으로 들어서면 뜨거운 햇살과 더불어 모든 작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익어간다. 들녘의 벼 이삭이 피어나기 시작하고, 밭에서 자라는 무와 배추도 여물어 가고 마늘은 수확을 기다리고 고추는 빨갛게 물들어가기 시작한다. 풍성한 실과로 식탁이 다채로워지고 결실의 수확을 위해 성숙을 늦추지 않는다. 여름의 풍성함과 싱그러움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긍정적인 태도는 자연 현상에서, 생활 감각이며 세시풍속에서도 보편적 민생의 정서까지도 “보기에 좋았더라” 하신 조물주의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연은 스스로 보기 좋은 균형을 유지하며 철 따라 모습을 가꾸어 간다. 

여름이면 빠뜨릴 수 없는 방학이 있는 게절이라 낭만과 행복하고 싱그러운 추억이 깃드는 계절이다. 여름이 감겨오는 감각은 언제나 상쾌하진 않지만 안보면 보고싶고, 만나면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지긋지긋해지는 면도 있다. 보편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들로 뜨거운 태양, 출렁이는 바다, 푸름에 취해 있는 나무, 풀, 들판이다. 여름이라는 자각보다 이미 여름에 압도돼 버린 답답함이 밀려들곤 한다. 하지만 움츠러드는 겨울 보다는 여름이 좋은 편이라 여름 밤에만 만나지는 시원한 바람결을 즐기기도 하고, 창 밖에 펼쳐지는 여름 풍경들을 오래오래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해보기도 한다. 볕 살은 뜨겁지만 강렬한 몰입을 존중하고 싶다. 그 햇살로 하여 곡식은 알곡으로 익어가고 열매는 성숙한 결실을 맺게 된다. 나무는 나이테를 새기고 바람과 시간은 열매의 결실을 단단하게 키워 낼 것이다. 한 낮 땡볕만 아니면 여름날 생기 발랄한 직감을 두고두고 함께하고 싶다. 몰입의 집중력 유발이 생성해낸 에너지로 절체절명 좌우명이 되어 극진한 어미로 버틸 수 있었기에 여름 뙤약볕의 몰두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 이유라 할 수 있겠다. 

여름을 지나오면서 이미 내 인생의 여름이었던 생애의 전성기를 지나와 버렸음을, 점점 낮아지는 자의식을 직감하는 하루들이 막연한 포만의 시간으로 기다려질 것 같은 아쉬움으로 몸이 뻐근해 진다. 이미 오늘 하루는 영원 속으로 사라져갔고 오늘 보다 나약할 수 밖에 없는 내일로 들어섰다. 이미 그 결국의 정답을 알고 있다는 자각이 생의 유한성을 해독해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제 몇 번의 여름이 남겨져 있을까. 한 뼘쯤 남겨져 있을 여름도 미지수의 미래로 설렘을 안겨줄 것이라 믿어 주기로 하지만 마음 깊이 잔재해 있는 그리움의 산물처럼 여분의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대 자연 속의 생명들이 가장 왕성한 생명력을 누리는 시기가 바로 지금 이 여름인 것인데, 이 남은 여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자연과 더불어 균형을 지켜가야 할 존재로 자리매김 해야 할 터인데. 여름날 일기는 언제쯤 마무리 될까.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애틀랜타 '스테이케이션' 전국 7위
애틀랜타 '스테이케이션' 전국 7위

고물가 시대 현명한 휴가지로 급부상 유가와 항공권 가격 급등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장거리 여행 대신 집 근처에서 휴가를 즐기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을 선택하고 있다

체감온도 100도  ‘훌쩍’… '폭염 주의보' 발령
체감온도 100도 ‘훌쩍’… '폭염 주의보' 발령

주 중반 이후 폭염 최고 경보 메트로 애틀랜타를 포함한 조지아 북부 대부분 지역에 폭염 주의보가 발령됐다.국립기상청은 29일 “높은 기온과 습도로 인해  체감온도가 크게 오르고 있

동남부 한인상의 10월 장학기금 골프대회
동남부 한인상의 10월 장학기금 골프대회

이사회, 자문위, 집행부 상견례 개최 동남부한인상공회의소연합회(회장 신동준)는 지난 27일 오후 둘루스 서라벌 식당에서 이사회, 자문위원회, 집행부 상견례를 갖고 2026년 하반기

월남참전유공자회 57차 정기모임 개최
월남참전유공자회 57차 정기모임 개최

재정담당 이숙영 회원에 감사 미 동남부 월남참전유공자회(회장 송효남)는 지난 27일 둘루스 청담 식당에서 제57차 2026년 2분기 정기모임을 열고 회원 간의 교류를 다지는 시간을

“작업용  밴이 표적”…이민단속 목적 교통단속 빈번
“작업용 밴이 표적”…이민단속 목적 교통단속 빈번

AJC, 지역∙주 경찰 관련 영상 공개경미한 이유로 단속 뒤 ICE에 넘겨 “사다리 있는 밴은 확률90%”대화도 교통단속으로 인한 이민자 체포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조지아 지역

독립기념일 연휴 ATL 공항 400만명 몰린다
독립기념일 연휴 ATL 공항 400만명 몰린다

국내선 2시간 반 전 도착해야  독립기념일 연휴 기간 동안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 이용객 규모가 4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공항 당국은 승객들에게 평소

금융사기 수배 아시안 남녀 귀넷서 목격
금융사기 수배 아시안 남녀 귀넷서 목격

수사당국, 주민에 제보 요청  금융거래 사기 혐의을 받고 있는 아시안 남녀 2명이 귀넷 카운티에서 목격돼 경찰이 주민들의 제보를 당부하고 나섰다.락데일 카운티 셰리프국은 지난 25

SCAD〈서배너 아트 디자인 대학〉 ‚ 전액 장학금 태권도팀 만들었다
SCAD〈서배너 아트 디자인 대학〉 ‚ 전액 장학금 태권도팀 만들었다

미 전국 최초…선수3명 영입“올림픽 진출선수 육성과정” 서배너 예술 디자인 대학(Savannah College of Art and Design: SCAD)이 미 전국에서 처음으로

조지아 자동차 보험료 또 인하
조지아 자동차 보험료 또 인하

USAA사, 평균 2.6% 인하스테이트팜∙올스테이트 이어  조지아에서 또 하나의 보험회사가 자동차 보험료를 인하했다.조지아 보험안전국(OCI)는 26일 “보험사 USAA가 계열사를

트럼프, H-2A 비자 확대…낙농 외국인 노동자 허용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낙농업계의 오랜 요구를 받아들여 외국인 농업 노동자 비자(H-2A) 프로그램을 낙농업까지 확대하기로 했다고 27일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트럼프 행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