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한인회 소녀상 기습 철거
소녀상 극구 반대 김일홍 씨 주도
17일 아침 따스한 볕이 드는 애틀랜타 한인회관 건물 입구 왼쪽에 앉아 있어야 할 소녀는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소녀상을 고정시켰던 철근을 무자비하게 절단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제35대 한인회장 이홍기 씨가 재선에 나서면서 한인회 공금을 횡령해 자신의 선거 입후보 공탁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인해 애틀랜타 한인사회가 발칵 뒤집혔을 때인 16일 한인회관 앞 정원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기습 철거됐다.
이 애틀랜타 제 2 평화의 소녀상은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 건립위원회(위원장 김백규)가 공청회를 통해 애틀랜타 한인동포들의 중지를 모아 2022년도 애틀랜타한인회 총회 의결을 거쳐 지난 2023년 3월 1일 한인회관 정원에 세운 상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전시 성폭력을 당한 한국의 피해자들을 기억하고 후세에 전쟁의 비극과 인권을 교육하기 위해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은 한-일 양국 관계를 넘어서는 보편적 국제적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중요한 상징물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소녀상을, 한인동포들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한인회 총회를 거쳐 설치가 결정됐던 소녀상을 불법선거로 한인회장에 당선된 이홍기 씨가 임명한 한인회관 건물관리위(위원장 김일홍)와 단 9명의 이사가 모인 비밀 이사회를 통해 1년 내내 잘 사용하지도 않는 한인회관 2층 전시관으로 옮긴 것이다.
애틀랜타한인회는 11일 오후 한인회관에서 2분기 정기이사회를 개최하고 김일홍 회관관리운영위원장이 제안한 소녀상 회관 내 2층 이전 제안에 대해 토론 끝에 승인 가결했다. 겉으로 내세운 논리는 한인회관 2층의 역사 바로세우기 전시관을 보강한다는 취지다. 독도전시관과 한국전 전시관을 통합해 2세들에게 교육하겠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홍기 씨 문제로 어수선한 틈을 타 기습 철거해 ‘헛간’같은 곳으로 옮겨놓았다.
김일홍 회관관리운영위원장은 제2의 소녀상 건립 당시부터 한인회관 내 소녀상 설치를 극렬 반대했던 인물로 당시 김백규 소녀상 건립추진위원장과 대립했다. 김일홍 위원장은 과거 한인회장 재임 당시 광복절 기념사에서 친일을 시사하는 주장(본인은 용일이라 주장)을 펼쳐 당시 구설수에 오른바 있다. 이번 소녀상 헛간 이전도 당시 김백규 회장과의 말다툼 등의 사감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전 소식을 접한 김백규 소녀상 건립위원장은 “소녀상은 윈위치로 되돌려져야 한다”며 “동포들의 공청회와 총회를 거친 소녀상이 무자격 회장이 임명한 건물관리위원장이 한인사회 몰래 기습 이전한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밝혔다.
2024년 7월 16일은 애틀랜타 한인회 역사에 또 하나의 오점을 남긴 날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에 세워진 소녀상 가운데 한인들이 자발적으로 소녀상을 철거한 유일한 곳이 애틀랜타 한인회 소녀상이기 때문이다. 박요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