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암살시도 충격
유세 중 귀 관통상 쓰러져
용의자는 20세 백인 청년
청중 1명 사망·2명 부상
전당대회는 예정대로 참석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후(이하 동부시간) 주요 경합주인 펜실베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를 하던 도중 총격범에 피격 당해 자칫 사망할 뻔 한 암살미수 사건이 벌어져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지난 1981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피격 사건 이후 43년 만의 대통령(혹은 후보) 암살 시도다.
15일 개막 예정이던 공화당 전당대회를 불과 이틀 앞두고 벌어진 암살미수 총격 테러가 강성 지지자들의 결집 효과는 물론 중도층 유입을 가져올 메가톤급 사건이 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대선 레이스가 대혼돈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총격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극단적으로 분열돼 있는 미국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른쪽 귀 윗부분이 관통되는 부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곧바로 퇴원했다. 당국은 당시 청중 1명이 총에 맞아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총격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 입국 이민 숫자를 보여주는 차트를 가리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던 중인 6시10분께 갑자기 여러 발의 총소리가 울렸다. 그는 그 직후에 오른손으로 오른쪽 목뒤를 만진 직후에 발언대 밑으로 급히 몸을 숙였고 바로 경호원 여러 명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연단으로 뛰어 올라갔다.
이때도 간헐적으로 총소리는 계속됐고, 연단 뒤에서 유세를 지켜보던 사람들도 비명을 지르면서 일부는 몸을 숙였고, 일부 유권자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어서서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들어 보이며 “싸우라”고 연신 외쳤고, 지지자들은 이에 환호하며 “USA”를 외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나는 윙윙거리는 소리와 총소리를 들었을 때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즉각 알았고 바로 피부를 찢는 총알을 느꼈다”면서 “나는 오른쪽 귀 윗부분을 관통하는 총알에 맞았다”고 말했다.
암살미수 용의자는 총격 직후 연방 비밀경호국(SS) 요원에 의해 사살됐다. 뉴욕포스트 등은 총격범의 신원이 펜실베니아에 거주하는 20세 공화당원인 백인 남성 토머스 매슈 크룩스라고 전했다. 백악관 비밀경호국은 총격범이 총기 반입이 금지된 유세장의 보안 구역 밖에 위치해 있었으며, 단상에서 133~166야드 떨어진 건물 지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 여러 발 총을 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공격형 소총인 AR-15형 반자동 소총이 회수됐다.
이와 관련 집회에 참석한 목격자 바네사 애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때마침 (불법이민 관련) 차트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는데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총알이 머리를 관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NBC는 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긴급 성명을 통해 트럼프 피격 사태에 대해 “그가 안전하고 잘 있다고 들어서 감사하다”며 “미국에서 이런 종류의 폭력이 있을 자리는 없다”고 정치 폭력을 강력히 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나흘간 열리는 전당대회에 예정대로 참석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되고 자신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도 지명할 예정이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