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인타운 트렌드
월셔가 ‘별밤’ 등 속속 오픈
비한인·젊은층 고객들 북적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한국식 기사식당이 문을 열어 화제를 모은 가운데 LA 한인타운에서도 ‘가정식 백반’ 메뉴를 앞세운 기사식당들이 속속 오픈, 한인은 물론 타인종 미식가들의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 4월 뉴욕에서 기사식당으로는 첫 문을 연 ‘동남사거리 원조 기사식당’ 1980년대 기사식당을 표방한다. 내부에 벽걸이 선풍기, 큼지막한 달력, 괘종시계, 무료 커피 자판기 등 한국에서만 볼 수 있었던 소품들이 내걸렸다. 오픈 당시 뉴욕타임스(NYT)가 “한국에서는 택시 운전사를 위한 길가 식당을 ‘운전사 식당’이라고 부른다.
이 식당은 물고기와 매운 오징어뿐만 아니라 신선한 해산물과 밥, 반찬 등의 백반을 제공한다”고 소개하면서 기사식당에 대한 한인들과 현지인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LA 한인타운에도 윌셔와 맨해턴 플레이스 코너에 위치한 별밤 노래방 건물(3855 Wilshire Blvd., LA) 1층 테라스에 ‘별밤 기사식당’이 최근 오픈했다. 별밤 기사식당은 개업 기념으로 매주 월~금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푸짐한 런치 스페셜을 13.50달러에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기사식당처럼 불고기, 제육볶음, 오징어볶음, 가자미구이, 고등어구이, 갈치구이 등 6가지 가정식 백반이 주 메뉴다. 여기에 밥과 된장국, 계란프라이, 두부조림, 시금치, 콩나물, 김, 묵무침, 오뎅볶음 등 여러 가지 맛깔스러운 반찬이 쟁반 가득 담겨져 나온다.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 식당은 벌써부터 타인종과 젊은 세대 한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식당을 찾은 손님들은 “한국에 가본 적도 없지만 한국에 온 느낌” “지금 LA에서 가장 핫한 식당” 등 한국 식문화에 매료됐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온 제레미 시걸(34)은 “기존의 한식당과는 또 다른 독특한 분위기에 맛도 훌륭해 아주 즐겁게 식사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한인타운 올림픽 불러버드 선상 옛 오야붕 자리(3060 W.Olympic Blvd., LA)에 ‘기사식당’이 새로 문을 열었다. 불고기, 돼지불고기, 제육볶음, 오징어볶음 등 한국의 대표적인 기사식당 메뉴가 제공된다. 점심 메뉴(오전 11시~오후 3시) 가격은 18.88달러, 저녁(오후 5시~10시)은 23.99달러다.
채프만몰 옛 강호동 백정 자리(3465 W.6th St,,LA)에서 영업 중인 ‘오리진 코리안 BBQ’도 다음주 부터 오전 11시~오후 3시 사이에 점심 메뉴로 구이를 곁들인 기사식당 컨셉트의 백반 메뉴를 추가할 예정이다.
사실 미국에서 기사식당 원조는 현재 LA한인타운 8가 길 진솔국밥 자리에 지난 2016년 오픈했던 ‘뒷골목 기사식당’이다. 한동안 한인들의 향수를 자극했었지만 몇년 후 활어집으로 업종을 바꿨다. 최근들어 다시 기사식당이 줄지어 오픈하는 까닭은 미국에서 퓨전 한식당보다 한국식 정통 식당이 먹힐 수 있다는 역발상에서 비롯됐다.
한 업주는 “우리의 뿌리인 전통 한국 음식을 현지인들에게 경험하게 해주자고 결심했다”며 “한국에서 사라지고 있는 노포 백반집이나 기사식당이 반대로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재현되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방학을 맞아 자녀들과 함께 한인타운의 한 기사식당에서 식사를 한 주부 새라 원(53)씨는 “한국인은 역시 밥심 아니겠냐”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든든하게 한끼를 해결할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