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10년 공들인 ‘타이탄’ 중단
수요 둔화 속 기술구현 회의론
‘꿈의 기술’로 여겨지던 자율주행 기술이 미궁에 빠지고 있다. 미국의 차량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앱티브가 현대차그룹과 협력해 만든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에 대한 유상증자를 포기한 것에 더해 애플은 10년 동안 공들인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의 개발을 중단하기로 했다. 빠르게 둔화한 전기차 수요에 자율주행 주요 기업들이 잇달아 기술 개발에 백기를 들면서 업계가 요동치는 모양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전기차 프로젝트 ‘타이탄’ 중단 소식에 자율주행 업계 전체가 동요하고 있다.
기술 구현의 어려움과 전기차 수요 둔화 등 위험 요소들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경고를 절감하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속도가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다는 기존 인식에 글로벌 기업들이 수익성 등을 이유로 기술을 포기하면서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며 “꿈의 기술로 불리던 자율주행 기술이 그저 꿈으로만 남을 수도 있다는 여론이 생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율주행 기술에 밀려들던 투자금이 축소되는 등 업계에서는 적신호가 켜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에 운전을 맡기는 레벨4의 자율주행 구현이 어렵다는 회의론과 함께 완성차 업체들도 투자를 줄이는 추세다. 제너럴모터스(GM)는 자율주행 자회사인 크루즈에 대한 올해 투자를 10억 달러 삭감한다고 밝혔으며 포드도 레벨4 단계의 자율주행 구현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포드는 2022년 폭스바겐과 만든 자율주행 합작사 아르고AI를 폐업하기도 했다.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중단한 이유도 기술 구현이 더뎌서다. 애플카는 2025년 출시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2026년으로 한 차례 연기됐다. 성능 역시 완전자율주행인 레벨5를 목표로 했지만 레벨4로 하향했으며 최근에는 운전자가 있어야만 하는 레벨2+로 또다시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610억 달러(약 81조 원)의 현금을 보유한 애플이 자율주행차에서 이탈하면서 기존 전기차 업체들은 경쟁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전기차·자율주행차 관련 사업 속도를 조절하는 대신 하이브리드차 판매 차종을 늘리며 대응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전동화 전환 계획을 5년 연기하고 내연기관 모델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당초 벤츠는 2025년까지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전기차 판매 비중을 50%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전동화 전환에 집중하던 GM 역시 올해 전기차 40만 대 생산 계획을 철회하고 생산 목표를 20만~30만 대로 내렸다. 대신 북미 지역에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 모델을 재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포드 또한 전기 픽업트럭의 생산을 줄이는 대신 내연기관차의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그룹의 제네시스는 앞서 2025년 출시하는 신차부터 모두 전기차로 내놓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최근 들어서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건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