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단상] 자동차와 나

지역뉴스 | | 2024-02-20 17:23:15

단상,채수호,자유기고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내가 처음으로 자동차를 갖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50여년 전 일이다. 대한항공 LA지사로 발령받고 미국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 중의 하나가 자동차를 사고 운전면허를 따는 일이었다. 아파트를 구하고 은행 어카운트를 열고 소셜 시큐리티 카드를 신청하는 것도 급했지만 그보다도 차가 급선무였다. 대중교통이 거의 없는 광활한 도시 LA에서 차가 없으면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출퇴근은 물론 장보러 갈 때도 남의 신세를 져야하니 하루가 급했다.

동료직원의 도움으로 중고차 매장에서 내 생애 최초로 자동차를 사던 날을 잊지 못한다. 자동차 매매계약서 작성을 마친 여직원은 주차장 한구석에 세워져있는 무지하게 큰 차 앞으로 나를 안내하더니 “자 이제부터 당신 차입니다.” 하면서 열쇠를 건네주었다. 차 앞에는 ‘포드’ 상표가 붙어있고 옆면에는 ‘그란 토리노(Gran Torino)’라는 차 이름이 양각되어있었다.

중동 오일쇼크가 나기 전이라 휘발유 값이 그야말로 물 값보다도 쌀 때였으므로 미국인들은 너나없이 모두 8기통짜리 대형차를 몰고 다녔다. 기름을 땅에다 붓고 다니듯 휘발유를 많이 먹는 차였지만 승차감은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럽고 조용했다.

당시 한국에서는 일제 부품을 들여다가 조립한 새나라 자동차라는 소형차가 다니고 있었다. 그나마 돈 있는 특권층 이외에는 차를 소유한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낼 때였다. 차가 있다고 해도 대개 운전수를 고용해서 타고 다녔고 자가운전자는 드물었다. 그러다가 미국에 와서 갑자기 크고 안락한 8기통 세단을 소유하고 직접 운전하고 다니게 되니 도무지 꿈만 같았다. 너무 좋고 신기해서 차를 이리 저리 만져보고 틈만 나면 차 안팎을 깨끗이 닦고 광을 내었다. 

그렇게 시작된 나와 자동차와의 인연은 지금까지 어언 반세기 가까운 장구한 세월동안 이어져 왔다. 그동안 하루라도 차 시동을 걸어보지 않은 날은 거의 없었으리라. 차는 말하자면 내 몸에서 돋아나온 바퀴처럼 자연스러운 몸의 일부가 되어 나를 싣고 다녔다.

이제 나이 들어 주위를 보니 치매나 건강악화, 시력저하 등 문제로 더 이상 운전을 못하게 된 사람들을 여럿 보게 된다. 머지않은 장래에 내게도 그런 날이 닥쳐올 것이다. 그때 느끼게 될 크나큰 상실감과 서글픔은 어찌할 것인가. 내 몸의 일부처럼 광야와 고속도로와 타운을 질주하던 그 듬직한 바퀴가 어느 날 갑자기 내게서 떨어져 나가게 된다면... 대신 작은 네 바퀴와 의자가 달린 보행기를 짚고 걷게 되겠지. 인생의 종착역을 향하여 천천히,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딛으면서...

<채수호 자유기고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롯데마켓 세일정보] 이젠 미국인도 즐겨요∙∙∙K라면 스페셜전
[롯데마켓 세일정보] 이젠 미국인도 즐겨요∙∙∙K라면 스페셜전

롯데마켓 세일정보 11/8/24~11/14/24  이번주 프로듀스 코너에서는 한국배(9과) BOX 24.99, 하미멜론 LB 0.99, 석류 LB 1.99, 만다린 BAG 4.99

해리스, 트럼프에 당선 축하 전화…대선 패배 인정
해리스, 트럼프에 당선 축하 전화…대선 패배 인정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6일 대선 패배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대선 결과에 승복했다.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낮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당선

주택감정평가액 함부로 못올린다
주택감정평가액 함부로 못올린다

전년도 물가상승률 한도 재산세 인상 억제 효과  주 수정헌법 투표로 확정  내년부터는 과세를 위한 주택감정평가액이  전년도 물가상승률을 넘어설 수 없게 된다. 또 사업자의 유형재고

애틀랜타 컨스티튜션 빌딩, 재개발로 새롭게 변신
애틀랜타 컨스티튜션 빌딩, 재개발로 새롭게 변신

다운타운 재개발 프로젝트 애틀랜타 컨스티튜션 빌딩이 재개발을 통해 새롭게 바뀐다. 인베스트 애틀랜타 이사회는 골만 앤 코(Gorman & Co)를 개발 파트너로 선정하여 다

새차·중고차 가격격차 역대 최고…“2만달러 넘어”
새차·중고차 가격격차 역대 최고…“2만달러 넘어”

공급망 부족에 신차값 급등한인들도 중고차로 눈 돌려차 업체 1,744달러 할인 중높은 오토론 금리도 걸림돌 공급망 부족으로 신차 가격이 급등한 데다 중고차 가격은 하락하면서 신차와

해리스는 조지아서 왜 졌을까?
해리스는 조지아서 왜 졌을까?

메트로 ATL 지역 압도적 지지 불구흑인남성∙백인 지지 이전 보다 저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경합주 조지아에서 승리함으로써 지난 몇 년동안 민주당 우위를 보이던 조지아 정

귀넷주민 “세금 더 내기 싫어”
귀넷주민 “세금 더 내기 싫어”

대충교통확충 판매세1% 부과안 주민투표서 부결∙∙∙무관심도 한몫 귀넷 카운티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대중교통 확충 재원 마련을 위한  판매세 1% 부과안이 주민투표에서 부결됐다.

미쉘 강 후보, 접전 끝 아쉬운 석패
미쉘 강 후보, 접전 끝 아쉬운 석패

"한인 및 타인종 지지 컸다"다음 선거 재도전 포부도 밝혀 조지아주 하원 99지역구에 출마했던 미쉘 강 후보의 도전이 실패로 끝났다. 지난 5일, 미쉘 강 후보는 스와니 소재 그릴

'바이든 지우기' 본격화…불법이민 추방·IRA도 손볼듯
'바이든 지우기' 본격화…불법이민 추방·IRA도 손볼듯

'기후위기' 부정하며 석유·가스 시추 활성화로 에너지 가격 인하 공약'관세' 휘두르며 반도체법도 반대…오바마케어·연방 교육부 폐기 주목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

붉은물결 뒤덮인 미국…트럼프 득표율, 10곳중 9곳서↑
붉은물결 뒤덮인 미국…트럼프 득표율, 10곳중 9곳서↑

2천367개 카운티서 2020년보다 높아져…감소한 곳은 240곳뿐민주당 텃밭·해리스 선두 지역에서도 득표율 끌어올려[그래픽] 미국 대선 개표 현황(현지 6일 03시 기준)(서울=연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