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지 가뭄에 보호주의 규정 겹쳐 설탕값 최고치
설탕 생산이 부족해지면서 매출 488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제과업계가 연말 대목을 앞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7일 보도했다.
미국의 주요 사탕수수 생산지는 멕시코주와 루이지애나주다. 하지만 이 지역에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설탕 생산이 줄어 미국 설탕 선물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설탕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제과업체들은 값비싼 수입산을 쓰면서 소비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덤덤스 롤리팝 제조업체인 스팽글러 캔디의 커크 바쇼 최고경영자(CEO)는 "설탕이 동나서 공장을 멈추는 것보다는 비싸게라도 설탕을 사 와서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제과업 규모는 매우 크다. 소비자 조사 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올해 미국 제과 소매 매출은 488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과업체들은 50개 주에 걸쳐 약 1천600개의 제조 공장을 갖고 있으며 20만 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공급업체를 비롯한 관련 업계까지 포함하면 업계 종사자 수는 두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과 인력 부족으로 인해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특히 과자류가 큰 타격을 받았다. 소비자 조사기관 NIQ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제과 품목 소비자 가격은 13.4% 올라 전체 식료품 가격 상승률을 앞질렀다.
인플레이션이 세계적 현상이긴 하지만 미국 설탕 시장은 보호주의 규제로 인해 더욱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은 국내 판매량과 저관세로 반입할 수 있는 설탕 수입 물량의 한도를 정해놓고 있다.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세금을 부과한다.
이 규정은 미국 설탕 생산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생산량 부족 시기에는 걸맞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회계감사원은 이 보호 규정이 소비자나 식품 제조업체와 같은 설탕 사용자에게 더 큰 비용을 초래해 연간 16억 달러(약 2조8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설탕값이 오르자 제과업체들은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것 외에 설탕 조달 비용을 조기에 확정 지으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스팽글러 캔디사는 평소보다 몇 달 앞당겨 지난 2월에 2024년분 설탕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2025년에도 조기 계약 체결 가능성이 높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