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긴축종료 등 하루 사이 25.1원 추락
길었던 ‘킹 달러’ 시대가 저물어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6일 하루만에 25원 넘게 폭락하며 1,200원대로 진입했다. 향후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긴축 완화와 함께 추가적인 원화 강세(달러 약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한인 비즈니스 업계에 악재인 만큼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5.1원 급락한 1,297.3원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8월 1일(1,283.80원) 이후 3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주목할 점은 매우 빠른 하락 속도다. 1,350원 위에 있다가 3거래일 만에 60원이 추락했는데 유래 없는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하반기가 시작한 7월 중순만 해도 1,260원대에서 움직이다 8월에 50원 가까이 뛰었고 9월에는 30원이 올랐다. 그후 10월 들어서는 1,363.5원으로 11개월 만에 최고점을 기록했다가 최근 들어서는 다시 방향을 바꿔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원화 강세의 가장 큰 요인은 연준의 금리 인상 종결 기대감으로 분석된다. 이달 들어 뜨거웠던 미국 고용시장의 둔화 시그널이 확실하게 나타나면서 긴축이 사실상 끝났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된 것이다. 연방 노동부가 지난 3일 발표한 10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전월보다 15만명 늘며 예상치(17만명)를 밑돌고 전월 수치와 비교해도 반토막이 났다.
이 결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가 집계하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동결 가능성은 90.4%로 나타났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이 결과 한국 원화 뿐만 아니라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가치가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이달 초 FOMC 전에는 106을 유지했으나 최근 104까지 내려갔다.
한국 금융시장의 정책 변화도 최근 환율 변동서에 큰 영향을 줬다. 한국 금융당국이 전격적으로 주식시장의 공매도를 금지한 것이 6일 외국인 투자자들의 코스피·코스닥 매수세를 이끌었고 원화 수요를 늘리면서 환율을 아래로 끌어내린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 금리 하락에 더해 공매도 전면 금지에 따른 한국 증시 상승 등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한국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6일 하루에만 7,042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면서 환율 하락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한인 비즈니스 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 하락(달러 약세)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달러로 한국 상품을 사와서 미국에 파는 무역 업체들이 많은데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전보다 더 비싼 가격에 물건을 들여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무역 업체들의 경우 향후 원·달러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물건을 사야하는 타이밍일 수 있다.
관광 업계의 경우에도 미주 한인들이 한국에 여행을 갈 때 더 비싼 가격에 소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여행객 감소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다만 반대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미국에서 살아야 하는 유학생이나 주재원들에게는 긍정적이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송금하는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 LA로 여행을 오는 관광객의 수요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