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R 주택 시장 진단
주택 가격 더 오를 것
노년층 주택 구매 늘어
싼 집 찾아 장거리 이동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로렌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일 열린 주택 시장 전망 관련 기자회견에 주택 시장 둔화 현상이 끝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주택 거래가 올해 바닥을 친 뒤 내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수요가 탄탄한 반면 매물이 턱없이 부족한 매물 품귀 현상을 강조하면서“향후 주택 시장 회복세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회복세에 힘을 실었다. 실제로 일부 주택 구입 인기 지역에서는 사라졌던 복수 오퍼 현상이 나타나는 등 다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NAR가 현재 주택 시장을 진단했다.
◆ 침체 보도 과장 측면 있어
팬데믹이 촉발한 주택 시장 과열 현상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잦아들었다. 재판매 주택 거래가 연간 대비 19%나 급감하면서 주택 거래 절벽을 우려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비관적인 전망을 다룬 기사에 위축된 바이어은 주택 구매 활동을 중단하고 관망세로 돌아섰다.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기대로 주택 구입 타이밍을 기다려왔지만 기대했던 집값 하락은 나타나지 않고 그사이 모기지 이자율만 가파르게 올랐다. 더 이상 기다리면 안 된다고 판단한 바이어들이 다시 주택 구입에 나서면서 침체된 주택 거래가 반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매물 한 채당 제출되는 오퍼는 평균 3건이다. 적어도 2명의 바이어와 경쟁을 해야 주택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은 여전히 셀러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시장에 나온 매물 중 약 3분의 1은 호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어 가격 하락보다는 상승 전망이 우세하다. 모기지 페이먼트 상환 유예 프로그램이 종료된 뒤 최근 주택 압류와 숏세일 매물이 조금 늘었지만 주택 시장을 위협할 만큼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 바이어 3명 중 1명 ‘캐시’ 구매
주택 구매 대금을 전액 현금을 지불하는 이른바 ‘캐시 바이어’가 눈에 띄게 늘었다. 전체 바이어 중 26%가 캐시 바이어로 팬데믹 이전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캐시 바이어는 대부분 투자자 또는 한 주택을 장기간 보유해 주택 자산 비율이 높은 바이어들이다. 이들 바이어의 공통점은 현금 동원력이 좋기 때문에 모기지 대출없이 주택 구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급등한 모기지 이자율로 주택 구매 능력이 떨어진 바이어가 많은데 캐시 바이어들은 이들과의 경쟁에서 크게 앞서고 있다.
밀레니엄 세대가 주택 구입 경쟁에서 베이비붐 세대에 밀리는 이유는 현금 동원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밀레니엄 세대는 주택 보유율이 낮아 축적한 자산이 적고 모기지 이자율이 급등하는 바람에 주택 구입 능력에 큰 타격을 입은 세대다. 이에 비해 주택 소유율이 높은 베이비붐 세대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오른 주택 가격의 최대 수혜자다.
◆ 노년층 주택 구입 늘어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약 8년간 주택을 가장 많이 구입한 세대는 30~40세의 밀레니엄 세대였다. 그런데 지난해의 경우 부모 세대인 베이비 붐 세대가 주택 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했다. 지난해 주택 구입자 중 약 39%가 베이비붐 세대로 2021년보다 10%포인트나 늘었다. 반면 밀레니엄 세대 구입자 비율은 2021년 43%에서 지난해 28%로 급감했다.
보유 주택의 자산이 계속 오르면서 기존 주택을 팔고 작은 주택으로 갈아타는 방식으로 현금 자산 확보에 나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주택 구입이 크게 증가했다. 또 기존 주택의 자산을 활용해 휴가용 주택 또는 투자용 주택 구입에 나서는 베이비붐 세대도 많은데 이들 대부분이 높은 이자를 피하기 위한 현금 구매를 선호하고 있다.
전액 현금으로 주택을 구입한 비율은 68~71세가 51%로 6%에 불과한 32세 이하 세대를 크게 앞지른다. 일부에서는 베이비붐 세대와 MZ 세대 간 주택 구입 경쟁은 ‘시간 싸움’이라는 견해도 있다. 현재 베이비붐 세대의 주택 소유율이 다른 세대에 비해 월등히 높지만 사망 연령에 가까운 이들이 주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매물을 풀기 시작하면 수년째 이어진 매물 가뭄 현상이 어느 정도 해갈될 것으로 기대된다.
◆ 주택 가격 하락 없을 것
바이어들이 학수고대하는 소식은 바로 집값 하락이다. 바이어들의 기대대로 현재 주택 가격은 작년 대비 약 1% 떨어진 수준이다. 지역별로 하락 폭이 큰 지역도 있지만 아쉽게도 주택 가격 추가 하락은 기대하기 힘들다. 일부 주택 가격 통계 자료를 보면 주택 가격이 반등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NAR이 집계하는 재판매 주택의 6월 중간 거래 가격은 41만 2,000달러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섰음을 보여주는 지표도 속속 발표됐다. ‘연방주택금융국’(FHFA)가 발표한 5월 주택 가격 지수는 전월 대비 0.7%올랐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2.8% 오름세를 기록했다.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주택 가격은 이미 4달째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올해 1월까지 7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다가 4개월 연속 반등하며 5월에는 전월 대비 0.7% 상승을 기록했다. 10대 도시, 20대 도시 주택가격도 전월 대비 각각 1.1%, 1%씩 오르며 주택 가격 상승세가 전국적인 현상임을 나타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가격은 단기적으로 등락을 거듭하며 조정되지만 장기적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라며 “장기 보유할 경우 주택은 훌륭한 자산 축적 수단으로 최근 2년 사이 주택 구입자에게도 적용되는 원칙”이라고 시장 단기 조정 현상에 동요되지 말 것을 조언했다. NAR은 주택 가격이 내년까지 2.6%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싼 집 찾아 삼만리
1981년부터 2021년 바이어의 직전 거주지에서 새 거주지까지의 이동 거리는 평균 10~15마일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난해 조사에서 이 거리가 50마일로 크게 늘었고 바이어 중 약 4분의 1은 470마일이나 떨어진 곳에 새집을 장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은퇴 또는 가족과 가까운 거리에서 생활하려고 장거리 이주를 결정한 바이어가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높은 집값을 피해 타주 등 먼 거리에 새집을 구하는 현상이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장거리 주택 구입을 가능케 한 것은 인터넷의 영향이 크다. 가족이나 친구를 통해 부동산 에이전트를 소개받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장거리 이주를 계획하는 바이어는 인터넷을 통해 에이전트를 찾는 경우가 많다. 또 인터넷을 통해 매물을 찾는 것은 물론이고 가상 투어와 같은 기능을 활용해 직접 가보지 않고도 주택 구입을 결정하는 일이 많아졌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