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미국 학업 수준 악화
인터넷 열악 노숙인 가족 더 심각
초등 2학년이 알파벳 읽지 못해
미국 서부 애리조나주 피닉스 교외 챈들러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알리야 이바라의 엄마 브리짓은 지난해 가을 딸의 학업 상태에 충격을 받았다. 2학년 학교 생활을 시작하던 알리야가 알파벳조차 몰랐기 때문이다.
알리야 가족은 안정적인 주택을 찾아 4년 동안 5번이나 이사를 다녀야 했다. 사실상 홈리스(노숙인) 상태였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면서 첫 학교 생활이 하필 온라인 줌 수업으로 진행된 것도 알리야의 학업에 영향을 미쳤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아 종종 줌 수업 교실에서 튕겨 나간 데다, 불안정한 주거 환경으로 인해 컴퓨터 접속 환경도 좋지 않았다. 이 같은 환경이 알리야의 학습 여건에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코로나19가 미국 교육에 미친 악영향이 하나씩 확인되고 있다. 전반적인 학력 저하에 이어 노숙인 가족 등 지원이 더 필요했던 학생들은 심각한 교육 격차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노숙인 지원 단체 ‘스쿨하우스 커넥션’ 바바라 더필드 집행국장은 AP통신에 “팬데믹으로 발생한 학습 손실, 출석률 격차, 보건 위기로 인해 (노숙인 학생들의 교육 지원이) 긴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 연방 교육부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20~2021학년도 1년간 노숙인으로 생활한 공립학교 학생은 109만 명에 달했다. 이는 전체 공립학교 등록 학생의 2.2%에 해당한다. 이 수치는 2018~2019년, 2019~2020년에 비해서는 각각 21%, 14% 줄어든 결과이기는 하다. 하지만 2004~2005년에 비하면 노숙인으로 지낸 학생이 63%나 늘어났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2021년만 해도 미국 내 노숙인은 감소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2022년부터 그 숫자는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치솟았다고 AP는 전했다. 노숙인 임시 주거 예산 지원과 현황 조사 미비로 노숙인 숫자가 줄어든 것처럼 보였으나 실제 상황은 악화하고 있었다. 학교 내 노숙인 학생도 감소한 게 아니라 제대로 파악을 못했다는 얘기다.
미국은 코로나19 전후로 읽기와 수학 학업 성취도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비영리 교육연구기관 NWEA 조사 자료에 따르면, 3학년을 제외한 모든 학년 학생들의 읽기^수학 평가 결과가 코로나19 이전보다 좋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발생 이전 학생만큼 읽기와 수학에서 진전을 보기 위해서는 현재의 학생들이 수학 4.5개월, 읽기 4.1개월을 학교에서 더 배워야 한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노숙인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결과는 더 열악했을 가능성이 높다.
알리야는 지난해부터 학교에 제대로 등교해 수업을 듣기 시작하면서 학업 수준이 향상됐다. AP는 “알리야는 여전히 몇몇 단어들을 발음하고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학년 말까지 교과서를 읽고 그것의 의미에 기초해 4개의 문장을 쓸 수 있다”라고 전했다.
더필드 국장은 “많은 학교 책임자들이 노숙인 학생을 위해 배정된 연방기금을 알지도 못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내년에 만료된다”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정상원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