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혼혈 앨리슨 코푸즈
지난 9일 북가주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에서 막을 내린 제78회 US 여자오픈에서 깜짝 우승을 한 앨리슨 코푸즈(25)가 화제다. 하와이 출신으로 USC를 졸업해 LA에 살고 있는 코푸즈는 바로 어머니가 한인으로 지난해 프로 데뷔 후 “어머니가 나의 원동력이었다”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필리핀계 부친 마르코스 코푸즈와 한국 출신의 모친 메이 코푸즈 사이의 1남1녀 중 막내인 한인 혼혈 코푸즈는 LPGA 투어 무대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은 선수였다. 지난 시즌 LPGA 투어에 데뷔해 5차례 톱10에 이름을 올리긴 했으나 우승 없이 지난해 8월 ISPS 한다 월드 인비테이셔널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었는데, 첫 우승이 바로 메이저대회인 US 여자오픈에서 나온 것이다.
이날 대회장엔 어머니와 아버지가 모두 나와 코푸즈와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코푸즈는 이번 대회 우승 전 “프로 데뷔 시즌 첫 해 내내 어머니가 함께 동행했다”며 “어머니가 나의 게임체인저였다”고 밝혀 한인 모친의 정성스런 뒷바라지가 있었음을 밝혔다.
하와이주 호놀룰루 태생인 코푸즈는 열렬한 골프 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골프를 접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호놀룰루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다.
2014년 하와이주 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두각을 나타낸 코푸즈는 USC 골프팀에서 활약했고 대학원도 USC를 나왔다. 여자 아마추어 대항전인 커티스컵 등에 출전했다.
LPGA 투어 데뷔 시즌에 한 차례 준우승을 포함해 세 차례 탑10을 기록한 그는 이번 시즌에도 상금 27위, CME 글로브 레이스에선 32위 등 평범한 성적을 내고 있었는데 큰 대회에서 한 방을 터뜨렸다.
코푸즈는 “올해 일어난 모든 일이 이 순간을 위해 나를 준비하게 한 것 같다. 부모님이 모두 오신 가운데 우승해 더욱 특별하다”며 “역사적인 장소인 페블비치라는 것도 놀랍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골프 선수로 그에게 큰 영감을 준 인물은 하와이 출신의 대표적인 스타 미셸 위(33)다. 부모님이 모두 한인인 미셸 위는 2014년 US여자오픈을 포함해 LPGA 투어에서 5차례 우승했고, 이번 대회를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쳤다.
부모 중 한국인이 있고 하와이에서 자란 공통점을 지닌 코푸즈와 미셸 위는 같은 고교(푸나호우 스쿨) 출신이기도 하다. 미셸 위에 이어 하와이 출신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US 여자오픈을 제패한 선수가 된 코푸즈는 “2014년 파인허스트에서 미셸 위가 우승했을 때 집에서 보며 그저 놀랐다. 그에게서 정말 큰 영감을 받았다”며 “보는 것만으로도 그는 저의 큰 롤 모델이 됐다”고 밝혔다.
코푸즈와 미셸 위가 졸업한 호놀룰루의 푸나호우 스쿨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나온 곳이기도 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코푸즈의 우승 뒤 트위터에 “같은 하와이 출신인 코푸즈의 우승을 축하한다. 당신은 우리 모두를 자랑스럽게 만든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