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결항·지연 5일째
지난 25일 저녁부터 뉴욕 등 동부지역에 폭풍우가 몰아치고 버지니아 포토맥 터미널 레이더 접근 컨트롤 센터의 전원 장치 고장으로 통신 장애가 발생하면서 촉발된 항공대란이 5일째인 28일에도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동부지역 거점공항에서 하루 최대 1만편 이상의 항공편이 지연되거나 취소되자 LA국제공항(LAX)에서도 수백편이 영향을 받는 등 도미노 현상으로 번졌다. 이에 따라 항공편을 이용해 동부에서 LA로 오거나 LA에서 동부로 떠나려는 한인들의 불편도 가중되고 있다.
LA 지역 변호사인 한인 김모씨가 이번주 미 동부로 출장을 갔다가 항공대란을 겪은 뒤 페이스북에 올린 사연은 대란을 넘어 재앙수준이다. 동부 출장 중이었던 김씨는 당초 25일 오후 보스톤에서 뉴욕으로 가서, 26일 오전 LA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보스턴 공항에서 뉴욕 라과디아 공항으로 출발 예정이었던 항공편이 여러차례 지연되더니 결국 취소됐다. 뉴욕행 기차편도 매진됐다.
서둘러 자동차를 렌트한 김씨는 26일 새벽 뉴욕에 도착했다. 케네디(JFK) 공항에서 몇번의 지연 끝에 같은 날 저녁 간신히 LA행 항공기에 탑승했지만 상황이 끝난 게 아니었다. 활주로에서 2시간을 기다렸지만 이륙이 취소됐고, 게이트로 돌아와 다시 2시간을 대기했으나 27일 새벽 2시쯤 항공편이 취소됐다. 게다가 JFK 공항 주변이나 맨하탄에는 김씨가 잘 수 있는 호텔 방이 단 1개도 남아 있지 않았다.
29일까지 뉴욕의 어느 공항에서도 LA로 떠나는 항공편을 찾을 수 없었다. 다급해진 김씨는 28일 보스턴에서 LA로 가는 항공편을 간신히 예약하고 27일 오전 기차편으로 보스턴으로 되돌아 갔다. 보스턴 공항 근처 호텔에서 체크인을 하는 과정에서도 준비된 방이 없어 장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공항 게이트보다는 호텔 로비가 편하다는 생각에 마지막 인내심을 발휘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28일 오전 보스턴을 출발해 LAX에 도착한 김씨는 “처음에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항공기가 지연되거나 취소되는지 알 수 없었는데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자 지인들이 항공대란이 일어난 이유를 알려 줬다”며 “지난 4일간의 경험은 악몽 그자체였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항공대란으로 26일 JFK와 라과디아, 뉴왁 등 3곳의 공항에서만 1,258건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27일에도 항공기 취소편수는 1,264건에 달했다. 28일들어 상황이 조금씩 진정됐지만 오후 4시30분(동부시간 기준) 뉴왁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의 12%, 케네데 공항 5%, 라과디아 출발 항공편의 14%가 취소됐다.
한인들은 이같은 공항대란이 지속될 경우 30일부터 시작되는 독립기념일 연휴기간 항공편 스케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30일 뉴욕으로 가족여행을 떠날 예정이라는 최모씨는 “예정대로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 불안하다”며 “그 때까지 항공대란이 제발 진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AAA는 올해 독립기념일 연휴 기간 미국내 장거리 여행객수가 사상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항공 여행객수도 지난해보다 11.2%, 2019년에 비해 6.6% 증가한 417여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