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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창] 한미동맹의 기원, 그리고 한미관계의 미래

지역뉴스 | | 2023-06-26 14:14:20

데스크의 창, 노세희 LA미주본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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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LA미주본사 사회부장)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남가주 곳곳에서는 한미관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조명하는 각종 행사가 한창이다.

지난 20일에도 총영사관과 한국문화원이 리처드 닉슨 재단과 공동으로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문화행사 및 세미나’를 주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전 참전용사인 고 리처드 위트컴 장군에게 사도 메달이 수여됐고, 한미 양국 청소년들의 한국 전통 성년례 체험 행사와 ‘한미관계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한 세미나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졌다.  

한미동맹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6.25 한국전쟁 종전 직후인 1953년 10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기초로 한국과 미국 사이에 체결한 동맹을 말한다. 현재는 안보동맹을 넘어서 미래·첨단 과학기술 분야까지 포함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 삶의 터전을 구축한 미주 한인들의 입장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욱이 분단과 한국전쟁을 경험한 한인 시니어 세대에게 전쟁 폐허 속 혈맹으로 맺은 한미동맹, 70년 역사는 각별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한국전 당시 미군 참전자 수는 연인원 180여만명에 달했고 이중 3만6,574명이 전투 중 사망했다. 1960년대까지 매년 미국이 한국에 제공한 군사원조는 당시 한국 국방비의 90% 수준인 3억 달러에 이르렀다. 한인들이 미국에 갖는 부채의식은 이러한 통계에서 기인한다. 

20일 한미동맹 세미나에 발표자로 나온 위스컨신대 메디슨 캠퍼스의 동아시아연구소 부디렉터인 데이빗 필즈 박사는 역사적 관점에서 한미동맹의 기원을 분석해 참석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는 한미동맹의 출발점인 한미상호방위조약 이전의 한미관계사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882년 양국 간에 조미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되면서 공식적으로 외교 관계가 수립됐다. 그러나 1905년 을사조약으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이 박탈되면서 한미 양국은 단교했다. 

필즈 박사는 미국측의 과실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미국은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에 반대하지 않았으며, 2차 세계대전 당시 상해에 설립됐던 임시정부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승만 대통령은 1949년부터 줄기차게 한미 군사동맹을 요구했지만 미국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이승만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불신도 한 몫했지만, 한반도가 일본에 비해 전략적 중요성이 없다고 미국은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필즈 박사는 설명했다. 

1949년 6월 미국은 군사고문단 자격으로 500여명의 병력만 남겨 놓고 미군을 완전히 철수시켰다. 애치슨 국무장관은 1950년 1월 내셔널 프레스 클럽 연설에서 한국이 미국의 태평양 방위선 밖에 있다는 이른바 ‘애치슨 선언’을 발표했다. 

결국 1950년 6월25일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휴전과 관련해서도 한국과 미국의 입장 차는 극명했다. 

한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엔군과 공산군간에 휴전회담이 진행되자 한국은 미국에 휴전조건으로 한미군사동맹을 촉구했다. 휴전성립 전 방위조약체결을 목표로 삼았던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의 어정쩡한 태도에 불만을 품고 1953년 6월 반공포로를 석방했다.

휴전협정을 앞두고 비로소 미국은 한국 정부를 설득할 필요성이 있음을 인정했다. 1953년 7월27일 휴전협정이 조인된 직후 8월8일 서울에서 변영태 외무장관과 덜레스 국무장관 사이에 한미상호방위조약이 가조인됐다. 

10월1일 워싱턴에서 정식으로 조인되고, 이듬해인 1954년 11월18일 발효됐다. 1953년 11월 닉슨 부통령이 극동 지역 순방 길에 한국을 방문한 것도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의 승인 없이 독자적인 군사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확인 받으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필즈 박사는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미국 정부 입장에서) ‘불필요한  동맹(Unwanted Alliance)’이라고 규정했다. 

한미동맹, 더 나아가 한미관계는 그동안 수많은 부침을 겪어 왔다.

1969년 태평양 지역에서 분쟁 발생시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을 자제하겠다는 ‘닉슨 독트린’과 1971년 주한 미 7사단 철수는 북한과 체제경쟁을 벌이던 한국 정부를 당혹케 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비밀리에 진행됐던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은 반대로 미국에 큰 스트레스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진보 성향의 노무현 정부 시절 많은 한국인들의 반대 속에 2003년 이라크 파병이 결정됐으며, 2007년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됐다. 

한미동맹 수립 70년이 지난 2023년 5월 양국 정부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의 깊이와 외연을 더욱 확장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이 한국을 비롯해 일본 등과 동맹을 강화하면서 ‘한-미-일’이 ‘북-중-러’와 대결하는 신냉전 대결구도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이에 한국은 신냉전 외교시대의 시험대에 오르는 새로운 숙제를 안게 됐다.

국제정치 현실은 철저하게 국가 이익을 기반으로 한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고,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되기도 한다.

적의 적은 내 친구가 될 수 있어도, 친구의 적을 굳이 나의 적으로 만들 필요가 없는 이유다.

한반도를 둘러싼 냉혹한 국제정치 질서 속에 한미, 한미일 관계만큼 중요한 것은 한중, 한러, 남북한 관계다. 새로운 한미동맹 70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진정한 한국의 국가 이익이 어떻게 성취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데스크의 창] 한미동맹의 기원, 그리고 한미관계의 미래
노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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