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항공료 ‘천정부지’ …수요 한꺼번에 몰려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최근 갑자기 한국에 사는 친척의 상을 당해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행 항공권을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일반 이코노미석임에도 불구하고 항공료가 3,000달러를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장례식에 꼭 참석해야 해서 울며겨자먹기로 표를 사긴 했지만, 일반석을 3,000달러 넘게 주고 사야하다니 당황스럽다”고 혀를 내둘렀다.
오늘 8월 말께 미 동부 펜실베니아주에 사는 딸을 방문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항공료를 알아보던 또 다른 한인 김모씨도 비싸진 항공료에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3개월여 전에 미리 구매를 하는데도 가장 싼 밤 비행기 왕복 향공료가 1인당 500달러에 달하고, 출발시간이 오전 시간대의 비행기는 600~700달러을 넘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1~2년 전까지만 해도 미리 저렴한 티켓을 찾으면 왕복 300달러 정도에 LA와 동부 왕복 항공권을 찾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국내선 항공료도 2배 정도는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팬데믹 비상사태 종료 이후 처음 맞이하는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항공료가 치솟고 있어 한국 방문이나 국내 여행을 하려는 한인들이 비싼 항공료 쇼크를 경험하고 있다.
팬데믹이 끝나면서 미국내 여행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해외여행 및 방문 수요가 폭발한데다, 한국에서도 이른바 ‘보복여행’ 수요 때문에 항공료가 급등하면서 국제선과 국내선 모두 전방위적으로 항공여행 비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인 여행업계에 따르면 국적항공사들의 한국행 항공료 고공행진은 6월부터 본격화됐다. 여름방학, 휴가철 등이 겹치면서 항공권 가격 상승 불길에 기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호관광의 낸시 김 실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항공료가 30~40% 이상 급등했다”며 “아무래도 포스트 팬데믹 시기만을 기다려왔던 사람들로 인해 표가 동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아시아나, 대한항공의 일반석 가격은 3,000달러대이고, 날짜에 따라 4,000달러까지도 올라간다. 비즈니스석은 6,000달러~8,000달러 사이다. 신규 항공사 에어 프리미아 항공편의 경우 기종이 작아서 이미 좌석이 매진된 날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여행사의 써니 최 대표는 1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LA-인천간 운항 편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고 기종도 A380으로 변경됐지만, 한국에 가려는 사람들의 수요가 항공편 공급을 뛰어넘었다”면서 “8월 중순까지는 지금처럼 비싼 항공료가 유지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 대표는 “1월, 2월에 비행기표를 미리 구매한 사람들은 1,700달러 정도에 이코노미석을 구매했다”며 “팬데믹 이후에는 필수적으로 반년 전에 미리 비행기표를 구매해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서 한국을 출발해 미국 등 해외로 가는 항공노선의 운임이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도 급증했다는 것이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국제항공료 소비자물가지수가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국제항공료 물가지수를 100으로 가정할 때 2올해 1분기에는 124.5로 집계됐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운임 상승 폭은 더 크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2019년 1분기 1인당 평균 국제선 요금은 약 32만 원이었는데 올해 1분기에는 62만 원으로 거의 2배 가까이 올랐다. 특히 유류비 상승도 항공 운임 인상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항공업계의 말이다.
한인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터무니 없이 높은 항공료가 결국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