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확산에 공급량 줄어든 여파 지속
한인타운에 사는 한인 주부 김모씨는 한인 마켓의 계란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2개들이 한 팩에 4~5달러 정도 했던 계란 가격이 최근 들어 7~8달러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인플레이션이 심하다는 뉴스는 계속 듣고 있지만 계란값이 이정도로 올라갈 줄은 몰랐다”며 “계란 세일도 없어 계란값이 금값이 되었다”고 푸념했다.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여파로 계란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급등하고 있다. 가금류의 살처분으로 산란계 수가 급락하면서 계란 공급량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가뜩이나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뛰고 있는 상황에서 서민들의 대표적인 먹거리인 계란 가격 급등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유통업계나 이를 소비해야 하는 소비자들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릿저널(WSJ)은 지난 해 미 전역을 휩쓸었던 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계란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치솟으면서 식음료 전체 인상폭보다 더 크게 올라 유통업계와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분석업체인 어너배리에 따르면 미 중서부 지역의 라지 사이즈 계란 12개의 평균 도매가격은 5.3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 해 1월에 비해 계란 가격은 30% 넘는 상승폭을 기록할 정도로 가파르게 올랐다. 이 같은 상승폭은 식음료 가격 상승폭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다.
계란 가격의 급등을 불러온 데는 조류인플루엔자에 의한 가금류 살처분 여파에 따른 것이다. 연방농무부(USDA)에 따르면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올해 살처분된 가금류의 수는 5,800만마리에 달할 정도로 사상 최악의 피해를 냈다. 이중 산란계는 4,000만여 마리로 지난 1월에 비해 5% 넘게 줄어들었다. 지난 2월 인디애나주에서 처음 발견된 조류인플루엔자는 닭과 칠면조 농장을 중심으로 50개 주로 확산되면서 지난 2015년 역대 최대 살처분 기록을 넘어섰다.
계란 공급량 감소로 인한 계란 가격 급등 현상은 한인 마켓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한인 마켓업계에 따르면 미디엄 사이즈 계란 12개의 평균 소매 가격은 이번 주에 들어서 7.99~8.99달러로 상승했다. 1달 전에 비해 1~2달러 오른 가격이다. 18개짜리 계란의 평균 소매 가격 역시 11.99달러로 1달 전에 비해 3달러나 급등했다.
계란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달리다 보니 한인 마켓 전반에서는 계란 수급 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계란을 할인하는 세일 행사가 사라진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한 한인 마켓 관계자는 “공급 가격이 너무 올라 계란을 수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최저 마진으로 계란을 파는 상황에서 할인 행사까지 진행하는 것은 몹시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12월까지 9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계란의 고가 행진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산지 가격 상승에 인건비와 물류비 등 각종 경비도 동반 상승해 계란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여기에 계란 소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겨울 시즌인 데다 계란을 대체할 마땅한 대안 식품도 없는 상황이 더해지면서 계란 수요를 끌어 올리고 있다.
<남상욱 기자>